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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The Station Agent The Station Agent

2003 미국 12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88분

개봉일 : 2006-01-27 누적관객 : 3,291명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출연 : 피터 딘클리지(핀바) 패트리시아 클락슨(올리비아) more

  • 씨네217.00
  • 네티즌8.05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친구가 될지...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친구가 될지...

유일한 친구 헨리와 함께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던 난쟁이 핀은 갑작스럽게 헨리가 죽은 후 그가 유산으로 남긴 한적한 시골의 폐쇄된 기차역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신체적 조건 때문에 어디를 가거나 반갑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만 하는 핀은 이 곳에서의 생활 또한 되도록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고 지내려 한다. 하지만 기차역 바로 앞에서 햄버거 차를 운영하는 수다장이 조는 하루도 핀을 가만두지 않고 계속 이런저런 말을 걸기 일쑤다. 또한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마음을 닫아버린 화가 올리비아와 우연히 자동차 사고를 통해 알게 되고, 이제 전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들 세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감싸안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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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1)

전문가 별점 (4명참여)

  • 6
    김은형어쩐지 아슬아슬해 보이는 행복
  • 7
    박평식새삼 일깨우는 ‘나눔의 삶’의 원리
  • 8
    유지나외로운 당신에게 우정의 묘미를 선사한다
  • 7
    황진미‘톨레랑스’가 기실 얼마나 얄팍한 윤리인지 조용히 깨우쳐줌
제작 노트
About Movie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구 같은 영화


운명적인 만남들로 점철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이야기를 풀어가곤 하는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정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영화가 시작된 순간 단번에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러닝 타임 내내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하는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와 손을 마주잡고 있는 듯한, 따스함을 내내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화려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황량하기까지 한 벌판과 휑한 기차길, 선술집과 집으로 개조한 기차역사를 배경으로 공통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범상치 않은 섬세함과 사려 깊음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들이 나누는 별 것 아닌 듯한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이들의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다가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는 두어 시간 만에 이 세 명과 속 깊은 친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에 차 한잔을 나누고픈 감정에 싸이게 된다.
크기와 물량으로 승부하는 볼거리로 꽉 찬 극장가에 조용히 다가온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우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고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사람을 바꾸는지 잘 보여주는 성숙한 영화다.

꼭꼭 걸어 닫아둔 마음에 우정의 기차길이 열리다

각지의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는 기차길은 생각만해도 매력적인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기차길은 여행의 다른 말처럼 느껴질 만큼 새로운 만남과 탐험에 대한 흥분을 가져다 준다. 기차 여행은 되돌아가기도 쉽고 지나쳐가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면에서 자동차나 비행기 여행보다 색다른 감흥을 전해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기차길은 이제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끊어진 길이며 이 곳에는 폐쇄된 기차역과 딱 어울리게 마음을 걸어 잠그고 사는 역장(station agent)핀이 홀로 산다. 난쟁이인 핀은 기차를 삶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열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외톨이이다. 그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라고는 기차광 친구들을 만나 이들이 찍은 기차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 그에게 아무도 찾지 않는 이 폐쇄된 기차역사는 너무나 평온하고 조용하여 마음에 꼭 드는 장소였을 것이다. 핀에게 있어선 길을 다닐 때 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놀리는 아이들이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평범한 행동에도 신기한 구경거리가 난 듯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은 이젠 익숙하다 못해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는 이런 주변으로부터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단절을 택하고 있다.
그런 핀의 삶에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닌 수다스런 햄버거 장수 조와 삶에 닥친 불행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화가 올리비아가 생각지도 않게 개입해 들어온다. 그리고 단절된 삶을 살려는 핀은 무심코 그들에게 끌린다. 홀로이고 싶어하는 순간이 사실 가장 외로움을 타는, 관계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었던 것은 아닐까? 외로운 세 사람은 아주 조금씩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메일이나 인터넷 없이는 관계를 맺기 힘든 요즈음 세상에서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그 흔한 전화 한 통 없이도 사람들 사이에 길이 놓이는 과정을 매우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이렇게 외톨이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과정을 신중하고 섬세하게 잡아내고 있는 이 영화는 요즘 대부분의 상업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은근하고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관습적인 주류 영화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감성들이 너무 미묘하고 복잡하게 느껴질까?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데에는 머리가 필요 없다. 따뜻하게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된다.

놀랄 만큼 정교하고도 성숙한 캐릭터 묘사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톰 맥카시 감독과 배우들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정교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 묘사이다. 맥카시 감독은 인물을 개성적이게 보이게 만드는 최고의 눈과 귀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부담스런 감정이입이나 무리한 개연성이 아니어도 클라이맥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감각을 지니고 있다. 과묵한 핀,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인 수다스러움으로 무장한 조와 부서질 듯 연약한 외모에 가슴 속은 상처로 가득한 올리비아는 특별히 영화적인 인물이 아님에도 인간적 매력이 넘쳐흐른다.
감독이 지닌 시선의 성숙함은 주인공 핀을 그리고 있는 데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난쟁이를 등장시키는 영화는 관객을 어느 정도 놀라게 하는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맥카시 감독이 핀을 다루는 방법은 매우 섬세하고 인간적이다. 그는 핀의 키를 영화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도록 균형감각을 이룩한다. 핀에게는 자기 모습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필요 이상의 관심에 대해 무관심을 가장하고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선술집에서 술에 취해 크게 화를 내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 역시 쉽게 상처 받는 사람임을 알게 되고, 단지 그런 감정을 겨우 억제하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정말 우스운 건 사람들이 나한테 호기심이 많단 거죠. 사실 난 아주 단순하고 따분한 사람인데...” 라고 핀이 말하는 것처럼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그가 다른 남자들처럼 재미없는 사람일 권리를 지켜주면서, 사실 그 이상임을 보여준다. 우린 그의 인간적인 흔들림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낭만적인 로맨스의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는 다른 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핀의 키에 대한 문제를 어느새 배경으로 사라지게 만들고 세 인물과 그들이 공통적인 외로움을 공유하는 방법에 관한 90분짜리 티 타임의 시간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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