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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국 삼촌

Mon oncle d'Amérique My American Uncle

1980 프랑스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125분

개봉일 : 2005-12-23 누적관객 : 3,075명

감독 : 알랭 레네

출연 : 제라르 드빠르디유(르네) 니콜 가르시아(자냉) more

  • 씨네217.00
  • 네티즌7.64
장은 우연히 보러 간 연극에서 여배우 자냉을 만난다. 이내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두 사람. 장은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온다. 그러나 장이 친구의 배신으로 국장직에서 밀려나게 되고 그 스트레스로 신장병이 재발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랑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날, 장의 아내가 몰래 자냉에게 찾아와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음을 알리며 마지막 남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르네는 아버지의 고루한 농장경영에 환멸을 느끼고 집을 뛰쳐나와 파리의 의류회사에 취직한다. 보잘것없는 학력이지만 르네는 타고난 성실근면함으로 말단직원에서 직원 2백명을 거느린 공장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게 된다. 그러나 최신공정이 도입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르네의 위치는 점점 불안해지게 된다.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 지방에 있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르네. 가족들과도 헤어져 회사를 위해 온몸을 바쳐 일하지만 희망은 점점 멀어져간다. 결국 회사의 디자이너 자냉으로부터 레스토랑의 매니저로 가라는 굴욕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자냉은 장과 헤어진 후 여배우에서 디자이너로 변신한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르네에게 회사의 방침을 전달하러 내려간 시골에서 자냉은 우연히 그렇게 그리워하던 장을 만나지만 그의 아내가 여전히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는다. 그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지만 장은 자신이 별볼일 없어지자 떠난 것 아니냐며 오히려 그녀를 비난한다. 절망에 빠진 채 숙소로 돌아온 자냉은 르네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삶의 허무함을 깨달은 자냉, 마지막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러 장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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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8)


전문가 별점 (4명참여)

  • 7
    김은형알랭 레네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
  • 7
    박평식천사도 짐승도 아닌 욕망과 모순의 덩어리, 인간!
  • 7
    유지나레네의 서사 실험에 존경을! 한데 실험실 쥐 신세라니…
  • 7
    황진미뇌는 스크린이라더니, 영화가 인간행동을 관조하는군
제작 노트
내 미국 삼촌? 제목에 담긴 사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것!


"내 미국 삼촌"이란 실제 삼촌이 아니라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 간 친척이 갑자기 나타나 뜻하지 않은 막대한 유산을 물려준다는 유럽의 대중설화에서 나온 말이다. 알랭 레네는 사무엘 베케트의 블랙 코미디 <고도를 기다리며>를 염두에 두고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즉, 미국 삼촌이란 고도처럼 막연한 희망의 대상이자 기다림의 대상이라는 것.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기 때문에 종종 그 사람은 현실의 불안감을 잊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헛된 망상이자 삶의 부조리와 무의미를 상징하는 허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장과 자냉, 르네는 미국 삼촌을 기다리듯 막연한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자신을 희생한다. 그러나 결국 미국삼촌은 결코 오지 않으며, 그들의 희생도 결코 보답 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위해 연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던 자냉은 시간이 한참 흐르고서야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는다. 가족까지 희생해가며 회사를 위해 일했던 르네는 실컷 이용만 당하고 이제는 쓸모없게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장은 사랑보다 안정적인 가정과 사회적 권력이 더 매력적인 것을 깨닫는다. 깨어진 꿈을 앉고 세 사람은 삶의 기로에 서있다. 과연 그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캐릭터를 통해 알아보는 인간행동의 원리!

이 영화의 세 캐릭터는 인간행동의 전형성을 보여주도록 세심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각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앙리 라보리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각 캐릭터를 구성하는 행동의 원리를 살펴본다.

1.. 유아기의 경험이 남은 생애를 결정한다.
공산주의자인 아버지의 주장으로 소련식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자냉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듯 자신도 변화하기를 꿈꾼다. 결과적으로 평범한 사무직 여성에서 매력적인 연극배우로, 그리고 성공한 의류회사의 디자이너로 변신을 거듭하는 그녀, 유아기의 강렬한 사상적 배경이 그녀의 인생에 중요한 테마로 나타난다. "바꾸고 싶은 건 세상만이 아니었죠. 지리멸렬한 내 삶도 바꾸고 싶었어요." (자냉의 대사 중에서)

2. 영역 다툼은 모든 행동의 뿌리가 되는 기본적이며 무의식적인 동기이다.
모든 갈등에는 영역다툼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숨겨져 있다. 하나의 대상, 목적을 둘러싸고 벌이는 사람들의 대결은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고 지배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장은 라디오국장 자리를 놓고 친구와 경쟁하게 된다. 르네는 공장장 자리를 두고 동료와 경쟁한다. 자냉은 장을 두고 그의 아내와 경쟁한다.

3. 억압은 질병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는 질병을 낳는다. 사회적 규칙이 공격적인 행동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밖으로 표출할 수 없는 내적인 불안은 그 공격의 화살을 자신의 육체에게로 돌린다. 라디오 국장직에서 밀려난 장은 스트레스로 신장결석이 도지고, 치열한 경쟁이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르네는 위궤양에 걸리고 만다.

4. 도피하는 것도 삶의 유용한 방법이다!
시련에 부딪쳤을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맞서 싸우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또는 도피하기! 맞서 싸우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도피하는 것도 삶의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냉닌과 장은 도피를 아주 훌륭하게 삶에 적용한다. 사랑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자냉은 장을 떠난다. 그녀는 여배우에서 디자이너로 변신, 일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장은 버림받은 사랑으로부터 가족에게로 도피, 안정적인 내조 속에서 작가와 정치가로 변신, 삶에 새로운 목적을 부여한다. 그러나 르네의 경우, 가족도 일도 도피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결국 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불운한 경우.


About a Movie

<내 미국 삼촌>의 뉴웨이브 세가지 포인트


1. 발상의 뉴웨이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제 영화가 대답할 차례다!
인간의 뇌와 기억, 행동을 다룬 전대미문의 영화 탄생!


행동과학자 앙리 라보리 교수의 인간에 대한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알랭 레네는 이 책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과학이 성취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이제 영화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그리하여 영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뇌와 기억, 행동을 다룬 특별한 영화가 탄생한다.
우선 그는 단선적인 스토리라인을 거부하고 교수가 직접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을 따라 세 주인공의 인생이, 실험실의 쥐들과 비교되며 함께 소개되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선택한다. 실험실의 쥐와 같은 신세가 된 세 주인공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엇이 그들의 삶을 만들어왔는지 고백한다. 부모의 영향, 유아기에 고착된 욕망, 유년기의 처벌과 보상 등, 영화는 인간의 뇌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찾아, 그들 각자의 기억과 무의식의 단층들을 들추어낸다.
이 과정에서 라보리 교수의 이론이 세 주인공의 삶을 해석하는 중요한 키워드로서 제공되지만 세 사람의 삶이 라보리 교수의 이론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알랭 레네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은 장 그뤼오는 이론과 삶을 함께 보여주지만 각각이 독자적인 개별성을 갖도록 하여 이론으로 환원되지 않는 삶이 가지는 가능성을 관객 스스로 탐구하게끔 한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앙리 라보리 교수가 들려주는 인간행동론을 힌트삼아 섬세하고 신중한 시선으로 인물의 행동의 원인과 결과, 그들을 사로잡은 운명의 힘의 정체를 찾아야 한다.

2. 웃음의 뉴웨이브

인간이란 자못 심각할수록 웃음이 난다!
깨달음이 깊을수록 웃음도 커지는 드라마의 묘미!


<내 미국 삼촌>은 지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인간의 표리부동한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 오히려 코믹함을 자아내는 프랑스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갖춘 작품이다. 레네의 영화가 난해하기로 유명한데 반해, 이 영화의 경우 각 인물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어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출신과 성장배경이 다른 세 인물의 인생을 소개하며 이들의 삶이 어떻게 성공과 실패의 희비곡선을 그리며 각자의 삶에 연루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각 인물들과 동일시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끔 유도한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스트레스로 지병이 도지자 애인에게까지 쫓겨나게 된 장, 거짓말에 속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했던 자냉, 청춘과 정열을 바쳐 일했던 직장으로부터 퇴물취급을 받게 된 르네. 제각각 심각하고 절절한 삶이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로 한심한 인생인 것도 사실! <내 미국 삼촌>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예기치 않은 웃음을 주는 가하면, 그 웃음이 상황의 심각함을 배가시키는 드라마의 묘미가 촘촘히 새겨져 있다.
특히 각 인물들에 설정된 아이러니는 이러한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장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믿는 로맨티스트이지만 항상 그는 사랑 앞에서 야망을 찾아 도망을 친다. 명색이 여배우인 자냉에게서 장의 와이프가 감쪽같은 연기로 장을 빼앗아 올 때, 누가 진짜 여배우인가는 자명해진다. 프랑스 고급요리를 만드는 것이 취미인 르네는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병에 걸리고 마는데, 그 결과 그의 고상한 취미도 더 이상 그를 즐겁게 해주지는 못한다. 심지어 그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데 궁지에 몰리자 카톨릭에서 최고의 죄로 여기는 자살을 결심한다.

3. 스타일의 뉴웨이브

인간의 뇌와 기억, 무의식을 스크린으로 보자!
영화적 주제를 스타일로 보여주는 대담한 시도!


알랭 레네는 영화적 주제를 스타일로 보여준 현대영화의 진정한 거장이다. <히로시마 내사랑>, <지난 해 마리앵바드에서> 등의 작품에서 시간과 공간에 사로잡힌 인간의 기억을 충격적인 영상과 현대적인 몽타쥬로 보여준바 있는 알랭 레네는 <내 미국 삼촌>에서는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인간의 현재 삶을 규정하고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본다. "인간은 행동하는 기억이다"라는 앙리 라보리 교수의 주장은 일종의 편집규범처럼 이 영화에서 사용된다. 영화 초반, 각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하는 정지된 화면(스틸컷)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거대한 꼴라쥬 그림의 한 조각이었음이 드러난다. 인간이란 다양한 기억의 단편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억의 집합체라는 것을 암시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스크린에 뇌를 투영하듯 알랭 레네는 인간의 의식구조를 영화적 구조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적 스타일을 사용한다. 세 인물의 행동과 흑백영화의 필름을 인터컷팅(inter cutting, 간격편집)한다든지, 현재의 행동과 과거의 행동을 인터컷팅 하는 것과 같은 특징적인 스타일은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기억과 무의식의 편린을 조심스레 들추어낸다.

스타일 1. 인간은 실험실의 쥐와 다름없다?
알랭 레네의 재기넘치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코믹 스타일! 모광고 CF처럼 쥐의 머리를 쓴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같은 장면을 다르게 반복한다. 여기서 반복과 차이가 만들어내는 묘미는 인간과 실험실 쥐가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깨달음에 입각해있다. 즉 인간 역시 실험실의 쥐와 마찬가지로 자극과 반응으로 이루어진 원초적 신경계를 가진 동물이지만 사회는 인간의 공격적인 행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실험실의 쥐에게는 쉬운 일도 사회 속의 인간에게는 어렵다"는 것이다.

스타일 2. 무성영화의 스타들이 대변하는 인물의 내면심리!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적인 스타일 중의 하나는 쟝, 자닌, 르네의 이야기에 그들이 각자 좋아하는 스타-다니엘 다리유, 장 마레, 장 가뱅, 흑백영화에 전성기를 누렸던 유명 영화배우-들의 영화클립들이 인터컷팅되어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배우들은 장, 자냉, 르네가 꿈꾸는 이상적인 자아로 그들의 인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워너비(wannabe)를 표현한다. 이러한 편집은 사회적인 제약 때문에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각 개인의 내면심리를 나타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마치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과 착각하는, 자신을 영화스타와 동일시하는 각 인물의 상상, 그 자체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은 의식 그 자체를 영화화하기 위해 알랭 레네가 고안해 낸 실험적인 스타일로, 여기에는 흑백영화스타들에 대한 감독의 오마쥬가 담겨있기도 하다.


Director 알랭 레네 (1922~)
프렌치 뉴웨이브의 신화적 시네아스트


영화사에서 하나의 신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알랭 레네는 영화사 최고의 지적혁명을 이끌어낸 현대영화의 선구자이자 평생을 통해 지치지 않는 실험정신과 패기로 영화의 한계를 모색한 진정한 씨네필(cinephile)이었으며 시간과 기억의 문제를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완성한 시네아스트(cineaste)라는 점에서 여전히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영화 거장이다.
1922년 프랑스의 브리따니 반느에서 태어난 알랭 레네는 어려서 천식을 앓았기 때문에 정규교육을 제대로 이수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알랭 레네는 프랑스의 고급문화로 대변되는 기성문화로부터 떨어져 변방의 대중문화들을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레네를 매료시켰던 것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작품과 모험소설, 특히 다양한 만화책이었다고 한다. 알랭 레네에 관한 책을 쓴 제임스 모나코는 어린시절 알랭 레네가 열광했던 만화책들이 그의 특징적인 스타일로 알려진 몽타쥬 기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레네의 영화인생은 12살때 생일선물로 받은 8mm 무비카메라와 함께 퍽 이른 나이에 시작된다. 이미 이때부터 영화를 찍어 자기 방에 작은 극장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곤 했던 꼬마 영화광은 루이 푀이야드의 유명한 범죄영화시리즈 <팡토마>를 리메이크하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영화적 야심이 컸다. 본격적인 영화수업은 파리국립영화학교(IDHEC)에 입학하면서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업이 너무 이론적이라는 이유로 레네는 입학한지 1년이 지나자마자 학교를 나와버린다. 그리고 마르그리트 뒤라스, 알랭 로브 그리예와 같은 누보로망의 작가들과 교분을 쌓으며 독자적으로 단편영화들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1948년 레네는 35mm 첫 단편영화 <반 고흐>를 만든 이후 <폴 고갱>, <게르니카> 등의 단편을 만든 레네는 1955년 그의 단편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알려진 작품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 <밤과 안개>를 완성한다. 나치 수용소와 대량학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과거의 기억으로서 캠프를 살아있는 현재의 문제로 되살려낸 대단히 용감한 정치적 시도를 보여주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이후 국립도서관에 관한 짧은 이후 다큐멘터리 <세상의 모든 기억>. 폴리스티렌의 제조과정을 거꾸로 담은 <스티렌의 노래>를 만들며 작가적 훈련기를 가진다.
1959년 알랭 레네는 비로소 그의 첫 장편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을 세상에 내놓는다. 잃어버린 시간과 사랑의 기억이 상처와 고통으로 남아 괴로워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현대적인 삶의 감각과 의식의 흐름을 충격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몽타쥬로 예리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영화의 시작을 알린 최초의 기념비적인 이 작품으로 알랭 레네는 그 스스로 영화사를 두 시기로 나누며, 현대영화의 선구자로, 현대영화의 거장으로 우뚝서게 된다. 고다르는 이 영화를 보고 “우리에겐 레네가 있다. 이제 뭐든지 해도 된다”고 말하며 알랭 레네와 그의 영화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존경을 표현했다.
들뢰즈는 전후의 새로운 영화, 새로운 이미지의 기능, 새로운 정치, 새로운 예술적 목적으로 다시 태어난 위대하고 특징적인 작품이야말로 레네의 것이라고 그의 영화세계를 평한다. 시간과 공간, 기억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레네만의 주제의식과 독특한 스타일은 <히로시마 내 사랑>을 시작으로 두 번째 영화 <지난 해 마리앵바드에서>를 통해 더욱더 과감해진다. 이 영화에서 레네는 선형적인 이야기 구성을 완전히 해체한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섞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시공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의 변용을 포착한다. 이러한 레네의 작업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데 1970년대 이후엔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이고 집단의 문제로 관심사를 확대하며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내 미국 삼촌>은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있는 작품으로 코믹한 터치가 다소 난해한 철학적 성찰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평단은 물론 대중의 사랑도 받아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
레네는 반세기에 걸쳐 40여편의 단편, 장편영화를 만들어 왔다. 동시대의 프렌치 뉴웨이브 감독들이 빛나는 한시절을 마감하고 동면에 들어간 후에도 그는 작품을 만들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가장 전위적이고 창조적인 영화를 내놓으며 위대한 거장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뮤지컬 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가벼움이 어떻게 숭고함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알랭 레네의 최근작 <입술은 안되요>(2003)는 그가 82세의 나이에 만든 영화로 여전히 건재한 거장의 존재를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 영화였다. 영화를 끝내고 나면 매번 다음 영화는 어디에서 나올지 궁금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지지치 않는 열정과 패기로 영화를 만들어온 이 위대한 영화감독! 영화사 전체를 통틀어 그처럼 실험적이며 창조적인 에너지로 영화의 한계를 시험했던 작가는 이전에도 없었고 아마 이후에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가 만든 신화는 100년의 영화사가 갖는 최고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 [참고] <알랭 레네>(한나래출판사, 임재철 엮음)


앙리 라보리 교수와의 인터뷰

Q : 과학자인 당신이 어떻게 예술작업이라고 할만한 알랭 레네와의 작업에 함께하게 되었는가?
A : <지난 해 마리앵바드에서>를 보고 나는 신의 계시 같은 것을 느꼈다. 이 영화는 뇌의 메커니즘을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었다. 나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고, 알랭 레네의 모든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의 영화들은 매번 똑같은 충격을 주었다. 과학자로서 내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을 알랭 레네는 보란 듯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는 뇌가 인간의 행동을 구성한다는 메커니즘을 영화로 찍어냈다.
Q : 레네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A : 의약품을 런칭하는 과정에서 프로모션을 위해 짧은 단편영화를 만들자는 기획이 있었다. 나는 원고를 부탁받았는데, 알랭 레네가 감독이라면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했다. 결국 단편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후에 그는 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는 인간행동에 관한 내 생각과 이론들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재밌어 보였다.

Q : 함께 일하는 과정은 어땠습니까?
A :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알랭 레네는 진짜로 또 다른 내가 되었다. 몇 달 동안 내 책을 읽고 내 말을 듣고 나를 이해하기 위해 알랭 레네는 모든 여력을 쏟았다. 맹세컨대, 현재 이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알랭 레네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예술분야에서 그처럼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는 내 이론을 공부하면서 더욱 깊이 자신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Q : 행동과학자로서 인간의 뇌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 첫째로 초기 삼년이 인간에게는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둘째로 생물학적 관점에서 사회는 여전히 지배에 바탕을 둔 원시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 사실 뇌는 지난 1만 5천여년동안 진화하지 않았다. 당신이 지배하든가 당신이 지배를 받든가 두 가지 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반응은 두가지 뿐이다. 투쟁하거나 도망가거나! 두 방법 모두 불가능할 때 억압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종류의 사탄을 부른다. 궤양, 암, 정신이상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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