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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A fost sau n-a fost? 12:08 East of Bucharest

2006 12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89분

개봉일 : 2008-01-03 누적관객 : 1,687명

감독 :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출연 : 마리시아 안드레스쿠(피스코시) 테오도르 코반(버질 예데레스쿠) more

  • 씨네217.25
  • 네티즌7.35

16년 전 그날에 대한 진실 논란, 위험한(?) 토크쇼가 시작된다!

16년 전 그날에 대한 진실 공방,
위험한(?) 토크쇼가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여명이 밝아오고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씩 꺼질 무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시작된다. 지역방송국 사장이자 프로그램 진행자인 비르질은 루마니아 혁명 16주년 기념일을 맞아 “1989년 12월 22일 12시 8분, 우리 마을에서도 혁명의 움직임이 있었는가?”라는 주제의 토크쇼를 진행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다.

한편 술주정뱅이 역사 선생 마네스쿠는 토크쇼가 있는 아침, 월급을 받자마자 빚을 청산하느라 빈털터리가 되고, 고장난 TV와 씨름하던 에마노일 할아버지는 여느 해와 같이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를 청탁받는다. 토크쇼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출연진들이 펑크를 내자 비르질은 평소 친분이 있던 마네스쿠와 에마노일 할아버지를 급하게 게스트로 초청한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에마노일은 종이배를 접으며 딴 짓하기에 바쁘고, 사회자 비르질은 마네스쿠와 그날 그 시간에 시청 광장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가지고 말도 안되는 실랑이를 벌이는 등 토크쇼는 점점 엉망진창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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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4명참여)

  • 7
    김혜리실없는 척하지만 교묘하고 속 깊은 코미디
  • 7
    박평식진지하면서 유쾌하고 삐딱하면서 총명한
  • 8
    이동진우스꽝스런 현실의 끝에서 마술 같은 도약을 보여준다
  • 7
    황진미거대 역사를 조롱하고, 작은 역사를 보듬는다
제작 노트
ABOUT MOVIE

세계가 주목하는
루마니아 젊은 감독의 재기 넘치는 작품


1989년 12월 22일 12시 8분. 루마니아에서는 대규모 민중시위를 통해 장기집권으로 악명 높던 차우세스쿠 독재체제가 무너졌다. 이것은 격렬하고 처절했던 민주화 혁명의 승리였고 그의 몰락은 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는 그로부터 16년 후, 12월 22일 수도 부카레스트 동쪽의 작은 도시에서 극적인 역사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악명 높은 독재자의 몰락’ 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진지하고 무겁기보다는 시종일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루마니아의 기대주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은 이 작품으로 그 해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1989년 12월 22일 12시 8분
세계가 주목했던 그날에 대한 사건의 재구성


1989년 혁명의 뜨거운 중심지였던 부카레스트. 16년 후, 그 곳으로부터 동쪽으로 멀리멀리 떨어진 작은 소도시에서, 세계가 주목했던 그 역사적 사건이 재구성된다.
성탄절을 사흘 앞두고 지역 방송국의 사장이자 아나운서 비르질과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에마노일 할아버지, 술주정뱅이 역사 선생 마네스쿠 등 세 인물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V 토크쇼에 출연해 16년 전, ‘이 도시에도 혁명이 있었던가?’에 대해서 대담을 나눈다. 하지만 쇼가 진행되면서 세월이 지난 지금 혁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토론하고자 했던 그들의 애초 목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혁명’ 의 그 순간, 중심이 아닌 변방에 있던 소소한 인물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과 발언을 통해 역사와 혁명을 거대한 담론이 아닌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으로 표현한다. 이렇듯 젊은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겁고 어두웠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동유럽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로 재구성하며 과거를 새로운 시선으로 응시한다.

코미디언을 능가하는 캐릭터들의 향연
오랜만에 만나는 깔끔한 블랙코미디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상황과 대사에 의한 웃음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물이다. 특히 어딘가 부족하고 유치한 세 남자의 치밀한 연기 호흡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데, 그들의 토크쇼는 직설적이고 비난일색인 시청자 제보 전화가 빗발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난장판이 된다. 혁명에는 별 관심 없는 에마노일 할아버지는 방송에서 종이배 접기에 여념이 없고 술주정뱅이 마네스쿠 선생은 16년 전 그날, 광장에서 시위를 모의 했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사회자 비르질과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되는 등 카메라 앞에 나란히 앉은 세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논점을 벗어난 대화와 산만한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결국 혁명을 논하고자 했던 진지한 토크쇼는 각자 자신의 얘기만 하는 게스트들과, 원색적인 비난만 쏟아내는 제보 전화로 인해 동네 주민들의 수다방으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격렬한 혁명을 통해 자유주의 체제로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여전하다는, 정치적 메시지보다 인간적인 감수성이 돋보이는 코르넬리우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이뤄낸다.

1989년 루마니아 VS 2007년 대한민국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에서 ‘그때’는 1989년 12월 22일 12시 8분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를 지칭한다. 27년간의 독재기간 동안 잔인한 숙청과 개인적인 부를 쌓기에 여념이 없었던 독재자 차우 세스코가 인민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그날은 루마니아가 자유를 되찾은 날이며, 북한의 김일성이 세계 유일한 독재자로 남게 되는 순간이었다. 생전의 차우 세스코는 김일성과 두터운 친분을 나누며 북한의 독재 체제를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그러니 ‘루마니아 혁명’이 비록 먼 유럽의 이야기지만 나라의 반쪽이 아직도 공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이 영화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정서적으로 가깝게 와 닿는다.

한편 이 영화는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으로, 모든 유권자와 대선 후보들이 꼭 봐야할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속 TV 토크쇼에 나와 본질을 회피한 채 엉뚱한 논쟁을 벌이는 주인공들을 보다보면 그들과 별 차이 없는 국내 정치판이 생각나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되면 서로의 과거를 캐내며 비난하기에 바쁘고, 정작 상처투성이의 역사를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이득을 챙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나, 루마니아의 시골 마을에서 혁명의 순간, 저마다 영웅이었다고 우기는 그들은 거울처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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