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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저드

HAZARD Hazard

2002 일본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98분

개봉일 : 2007-04-19 누적관객 : 2,062명

감독 : 소노 시온

출연 : 오다기리 죠(신) 제이 웨스트(리) more

  • 씨네216.00
  • 네티즌7.00

대책없는 청춘들의 비상이 시작된다!

지루한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릴까?

1991년 일본. 신은 지루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대학생활은 따분하기만 하고, 애인과의 관계는 식어버렸다. 무의미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우연히 빼내 든 <세계의 위험한 곳들> 이란 책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뉴욕의‘헤저드’란 이름을 발견한다. 언제나 비상을 꿈꿔오던 신은 충동적 일탈을 감행하며 무작정 뉴욕으로 날아간다.

청춘이 비상하는 그 곳, 뉴욕.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거야!

뉴욕에서 삶의 감각을 일깨워 줄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신은 리와 다케다라는 갱단 친구들을 만나 자극적인 위험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우리는 이 1센트로 1억 달러를 교환한다.”

신은 보이지 않는 1센트의 동전으로 그들과 우정을 맹세하고, 광기를 품은 뉴욕의 거리를 떠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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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미젊음의 객기를 낭만화하는, 해저드한 ‘아메리칸 드림’
제작 노트
충동적인 열정으로 시작된 소노 시온의 작은 실험

집단 자살을 소재로 해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자살 클럽>은 소노 시온을 독보적인 컬트 감독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신주쿠 역 철로 앞에 삼삼오오 손을 잡고 늘어 선 54명의 여고생들이 달려 오는 전철을 향해 뛰어들고, 순식간에 온 스크린이 피투성이 살점들로 뒤범벅되는 충격의 오프닝씬은, 컬트 영화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의 영화들은 형이상학적 코드와 화려하고 탐미적인 영상, 그리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하드 고어의 요소를 버무려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형식으로 일본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자살 클럽>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직후, 이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자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가 바로 <헤저드>이다. <청춘☆금속 배트>의 쿠마키리 카즈요시가 써온 각본에서 단 세 줄, 주인공이 미국에서의 일을 회상하는 부분에서 영감을 받은 소노 시온은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 가 영화를 찍을 장소를 구하며 전혀 새로운 영화의 내용을 구상해 나간다. 뉴욕에서의 무리한 일정으로 프로듀서도 중도하차 해버린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실험적이고 열정적인, 소노 시온만의 기세로 가득 찬 청춘 영화로 탄생했다.


공허한 젊음을 질주하는 청춘의 몸부림!

충동적인 계기에서 출발하고,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파헤치던 소노 시온 특유의 시선이 담겨 있기도 하다. 지루한 일본,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다고 읊조리는 신은 대학 생활을 비롯해 자신의 주변 그 어디에서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다. 활주로를 미끄러져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비행기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 가득해, 언제나 날아 오르는 것만을 생각한다. 결국 이것은 규격화되고 정체된 일본 사회를 향한 비판인 동시에, 그것에 몸으로 부딪혀 나가는 청춘의 이미지로 그 활로를 찾고자 하는 소노 시온만의 역동적인 해법이다. 삶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세 주인공의 극단적인 몸부림은, 오다기리 죠를 비롯한 세 젊은 육체를 통해 스크린 위에 자유자재로 펼쳐진다. <미드나잇 카우보이>나 <택시 드라이버> 처럼, 오래되고 황폐한 느낌의 어두운 뉴욕 거리를 나타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헤저드>의 뉴욕은 더럽고 낙서투성이의 거친 이미지이다.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한 원씬, 원컷의 촬영과 다큐멘터리적 터치는 이러한 거친 뉴욕의 거리와 그 안에서 방황하는 청춘을 효과적으로 잡아 내고 있다.


판타지를 거쳐 현실로 돌아오다

일본으로 돌아와 시부야 역에 도착한 신.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낯선 거리인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의 얼굴에는 묘한 생기가 흐른다. 소노 시온은 이‘돌아옴’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에서 방황했던 신의 일탈적인 행동이 일종의 판타지라면, 영화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현실이라도 치열하게 부딪혀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소노 시온이 그의 영화에 일관 되게 담고자 했던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감각을 녹여 내었다.


CHAPTER-2 SION SONO + JOE ODAGIRI

이 영화는 소노 시온과 오다기리 죠가 만났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기괴하고 자극적인 작품으로 언제나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몰고 오는 소노 시온과 배우 오다기리 죠의 만남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을 완전히 버리고 다시 충동적 본능에 의지해 영화를 찍고 싶어하던 4년 전의 소노 시온, 배우로서의 무엇도 보증되지 않았던 시절의 오다기리 죠. 그들이 만나 만들어 낸 영화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청춘의 화석과도 같은 영화라고 할 것이다.

연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오다기리 죠는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돌려 본다고 한다. 그것은 배우 오다기리 죠의 원류, 라고 할 무언가가 이 작품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에게서 나오는,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열정을 소노 시온은 그대로 스크린 위에 투사한다. 도도로키 유키오(자유기고가)가 이 영화를‘심플한 액션 페인팅 영화’라고 지적했듯, <헤저드>는 오다기리 죠를 비롯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그들을 자유롭게 담는 카메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구성해 나간 소노 시온의 멋진 합작품이다. 위험한 곳에 스스로 몸을 내던져 삶의 감각을 되찾고자 발버둥치는 청춘. 치기 어리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시기의 에너지가 서로의 존재를 의지한 채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소노 시온과 오다기리 죠는 그 후, 영화 <꿈 속으로>(05)와 드라마 <시효경찰>(06)을 통해 다시 만난다. <헤저드>를 통해 처음 만났을 당시 소노 시온은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이제 그는 일본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소노 시온 역시 독특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감독으로 인정 받고 있다. 그들의 청춘이 한번 매듭 지어진 영화 <헤저드>를 되새기며 그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INTERVIEW

Q.남자들의 영화입니까?
A.남자들의 영화죠.

Q.주인공들이 풋내기의 느낌이 나요. 오다기리 죠가 연기하는 신이 일본을‘지루한 나라
잠이 오지 않는 나라’라고 하며 일본을 떠나 뉴욕으로 가지요.
A.단순한 구도입니다. 초기의 펑키한 충동,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당시에, 그러한 원초적인 충동으로 영화를 찍고 싶었습니다. 전작인 <자살클럽>은 상업 영화를 찍겠다고 생각해 만든 영화인데,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죠.

Q.시대 설정이 1991년인데요.
A.도쿄에서는 아직 버블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있던 시기가‘지루한 일본’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은?
A.신 역에 오다기리 군이 제일 먼저 정해졌고, 흉포한 리 역에는 제이 웨스트가 딱 들어맞았습니다. 그는 만나보니 굉장히 제멋대로고,‘배우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한 부분이 있었죠. 다케다 역의 후카미 모토키 군은 겨울에 개봉 예정인 <기구 클럽, 그 후>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다들 처음 보는 거였고, 오다기리 군도 당시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고. 신선한 멤버로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Q.오다기리씨는 19세에 미국 프리즈노로 유학을 간 경험이 있어서 역에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요.
A.주인공의 인생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연기에서 문제를 느끼면 지금도 이 영화를 돌려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원점, 이라고 할까..분한 감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에서 제이 웨스트가 연기한 리에게 신은 영향을 받고 변하죠. 캐릭터 적으로는 오다기리 군보다는 제이 쪽이 두드러집니다. 주연은 자신인데 오히려 묻히고 있다는 생각해 초조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제이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거든요. 이 영화를 가끔 다시 본다는 건 그런 앞날을 예측할 수 없었던 신인 시절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는 작업이겠죠. 아마 이렇게 말하면 오다기리 군은 아니라고 하겠지만요. 그는 지는 걸 싫어하니까.

Q.이 영화에서 오다기리 씨는 음악에도 참여했죠?
A.테마곡이 오다기리 군의 곡입니다. 그가“음악은 누가 할지 정했어요?”라고 묻더군요.
“들어보실래요? <헤저드>에 어울릴만한 걸 만들었는데”라며 촬영 현장에서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줬어요. 저도 그리 꼼꼼한 인간은 아니어서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죠. 제대로 녹음해보자고 했더니 어느새 가사까지 붙여졌더군요.

Q.촬영은 뉴욕 브루클린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9.11’테러 직후라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A.미국은 허가만 얻으면 어떻게든 진행이 되기는 합니다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촬영에 필요하지만 허가를 얻지 못한 곳은 게릴라전을 하듯이 촬영했죠. 하지만 기분적으로는‘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느낌으로 임했기에, 지금의 깨끗한 뉴욕이 아닌 위험하고 지저분한 분위기를 거기서 찾아내는 것이 어려웠어요. 쇠퇴한 거리에서 카메라를 돌리곤 했습니다.

Q.왠지 현재의 미국땅에서 예전 미국 영화의 촬영지를 찾는 여행 같네요.
A.정말 그랬습니다!‘아, 여기는 그 영화와 비슷한 곳이네’라는 식으로,‘뉴시네마’의 모든 기억을 촬영의 바탕으로 삼았죠. 예를 들어 70년대 풍의 아이스크림 트럭을 발견하면 참고를 하면서 대본을 쓰는 거죠. 쓰레기더미 너머로 맨해튼이 보이면 그곳에 맞는 시퀀스를 생각하기도 하고, 그 정도로 장소에 의존해서 촬영을 했습니다. 그래서 완전한 시나리오는 촬영이 끝나고야 나왔죠.

Q.영화의 구성은 제 3자인 어린 아이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이 아이디어는?
A.80년 대 한국 뉴웨이브 중 한 명인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83)이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 영화에서 아이의 나레이션의 사용방법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이런 스타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갔더니,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이장호 감독이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영화는 찍으시지 않는 것 같았고, 상당히 관록이 붙은 것 같았습니다. <헤저드>에서는 여러 가지 유치한 짓을 많이 했죠. 원래 95년경에 (미완성)을 찍고 있을 때 했던 거리 퍼포먼스라던가, 시부야에서 자동차 추격전을 찍던 즐거움을 미국에서도 느껴보고자 시작한 영화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제 청춘 시절의 탯줄을 버린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Q.제작시기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 감독님이 이 작품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A.의외로‘난 꽤 일본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자살클럽>의 크랭크인 직전까지 미국에서 살았고‘일본은 뭔가 기분 나쁜 나라야’라고 나랑은 상관없다는 듯 말했었지만, 일본에 침을 뱉는 것은 역으로 일본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술집에서 남자들이‘여자란 이상한 생물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지요. 사실은 여자를 좋아하면서 말이죠.

Q.일본의 상황도 2002년부터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A.그렇죠. <헤저드>의 개봉이 미뤄진 것은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 당시에 테마가 아니었던 것들이 새로운 테마가 되고 있죠. 제가 영화를 찍었을 때의 동기와는 아무 관계 없이 말입니다. 예를 들어 오다기리 군이 연기한 신의 행동은 어떤 의미에서는 2004년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게 일본인이 붙잡힌 사건과 표리일체일지도 모릅니다. 일본 생활의 안정을 버리고 위험천만할 수도 있는 곳으로 가죠. 위험하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예전에 오다 마코토 씨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배낭여행기인 <뭐든지 보자>를 출판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요, 저도 어렸을 때 그 책을 읽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부분은 젊은이의 특권인데, 지금은‘자기 책임’이라는 말로‘뭐든지 보자’라는 정신 자체가 부정 당하는 시대라는 느낌입니다.‘자기 책임’이 논의를 거친 이 시점에 <헤저드>가 개봉하게 되어 의미가 더 깊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어 : 도도로키 유키오 (轟夕起夫)
1963년생. 영화 잡지, TV잡지, 문화지 등을 중심으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감독이 되는 15가지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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