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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들

약탈자들 The Pit and The Pendulum

2008 한국 15세이상관람가

미스터리 상영시간 : 90분

개봉일 : 2009-06-18 누적관객 : 1,071명

감독 : 손영성

출연 : 김태훈(상태) 박병은(병태) more

  • 씨네217.00
  • 네티즌7.36

지금도 당신을 까고 있다!

오랜만에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이 선배이며, 역사학도인 ‘상태’라는 인물의 뒷담화를 하고 있다. 속물적이고, 여자를 밝히고, 거대한 얘기를 즐겨한다는 상태는 동창들에게 기이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대화에 어수룩한 감독 지망생 병태는 끼어들지 못해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고, 동창들의 뒷담화는 점점 상태를 성토하며 과격해지는데...
한편 이젠 동창들의 회상 속의 인물이었던 연쇄 살인범 택시기사와 비전의 필살 무술 와한머루의 창시자인 무술의 달인 마저도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들의 미로같은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진실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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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4명참여)

  • 7
    달시 파켓냉철하고 황홀하다
  • 8
    황진미영화가 끝나면 맹렬하게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어진다
  • 5
    이화정뒷담화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재치
  • 8
    유지나근사한 신인감독의 의미있는 첫 발자국! 훌륭하다!
제작 노트
금정굴(The Pit)과 이야기의 굴착.

금정굴은 실제 일산 중산마을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일제 시대에 금을 깨던 금광이었다. 금정굴은 출 퇴근길에 정체되는 왕복 6차선의 교차로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도 아침이면 등산객들로 항상 북적이는 우리의 일상과 맞붙어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6.25때 좌익과 우익의 이념대립으로 죄 없는 마을 주민들이 학살되었던 장소이면서 아직도 그 역사의 아픔은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약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이다.
엄밀히 말해서 <약탈자들>은 금정굴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금정굴의 인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약탈자들>은 굴을 파내려가 듯 회상의 방식이 다층적으로 변화되면서 변주된다. 직선으로만 파내려간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의 입구와 출구와 혼재되는 어두운 굴 같은 미로를 만들어낸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역시 상태는 금정굴에 다가가기와 벗어나기를 반복한다. 과거(금정굴)는 현재의 모든 것(골프공, 핸드폰, 그리고 무엇보다 '약탈'로서의 영화-병태)을 빨아들이고, 병태의 분신인 상태는 필사적으로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다. 금정굴에 대한 영화로서가 아니라, 금정굴에 대한 영화에 관한 영화로서만 그곳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영화의 징후이자 시대의 징후일 것이다.

뒷담화와 약탈. 우리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우리가 술자리에서 혹은 짧은 휴식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뒷. 담. 화. 일 것이다. 때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가끔은 악의를 가지고, 자신이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까지 부담 없이 까게 만드는 뒷담화라는 묘한 매력의 화두가 영화 <약탈자들>에서 던져진다.
2009년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뒷담화는 시대의 현상으로까지 여겨진다. 연예인에서부터 정치인, 평범한 자신의 주변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뒷담화의 대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뒷담화는 빠르게 변화되고 강화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진실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분주할 뿐이다. 그들의 진실이 우리들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약탈자들>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는 뒷담화를 토해내고 있다. 그들의 뒷담화 속에서 상태는 역사학자이면서 성추행범이고,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한 친일파 이면서, 살인무예 뫄한머루의 남공파 6대 제자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다. 동창들은 자신만의 생각으로 상태라는 인물을 회상함으로써, 상태의 이야기와 진실을 약탈한다. 또, 뒷담화의 피해자라고 여겨지는 상태마저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은영과 민정의 뒷담화를 해대는 또 다른 가해자로써 자리매김한다. 이렇게 쉬지 않는 뒷담화로, 약탈된 진실은 영화 속에서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마치 아무도 찾지 않고 끝없이 반복될꺼 같은 달인의 목 매달린 진자운동(The pendulum)처럼....

새로운 서사 구조의 발견 + 장르의 종합 선물 세트.

<약탈자들>을 보게 될 관객들은 분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는 현재에서 과거로, 때로는 시간을 알 수 없는 대과거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창들의 회상만큼이나 제각각인 시간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 파편적인 이야기들의 앞, 뒤를 맞추고 원인과 결과를 찾다보면 어느새 조용한 극장 안은 관객들의 퍼즐 맞추기가 한창일 듯 하다. 회상 속에서 다른 회상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 왔을때는 이야기의 화자가 어느새 사라지고 다른 뒷담화가 시작되고 있으니, 그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따라가기에 숨이 찰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약탈자들>은 기존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사 구조를 발견했다는 기쁨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줄 것이다.

하지만 <약탈자들>이 지적 유희만을 던져주는 지루한 예술 영화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영화는 뒷담화 미스테리 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며, 장례식장에서 영화가 시작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누군가의 죽음과 관계된 미스테리의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약탈자들>은 단순히 범인 혹은 피해자를 찾는 기존의 미스테리 구조를 새롭게 변형한다. 영화는 상태의 뒷담화 이야기를 기초로 한 드라마같은 구조를 취하다가, 연쇄 살인범 택시 기사의 범행현장을 따라가고, 어느새 상태의 사부이면서 살인 무예 뫄한머루 창시자의, 복수를 둘러싼 운명의 대결 현장에 다다른다.

한 개의 이야기를 따라서 직선으로만 파내려간다고 생각했던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의 입구와 출구가 혼재되는 이야기의 미로를 만든다. 그 미로 같은 이야기의 퍼즐들을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미스테리, 액션과 스릴러를 넘나들며 결말로 내달리고 있는 색다른 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작은 영화의 큰 힘, 이대로 쭉!!

2009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에는 작은 영화의 열풍이 불었다. 할아버지와 늙은 소의 진실된 모습에 300만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해외 영화제를 석권한 한국의 작은 영화 <똥파리>는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외형 키우기에 급급한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주제 의식과 형식의 실험들을 시도하는 작은 영화들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영화시장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2009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준 작은 영화의 힘을 <약탈자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약탈자들> 의 모든 것 A to Z

1. 약탈의 시작


<약탈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물론 살인과 관계된 부분은 픽션이지만, 그 외 동창들과 관계된 설정과 사건들은 많은 부분 현실에 기대고 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동창들의 이름들도 실제 손영성 감독의 절친한 친구들의 이름이며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카페 약탈 장면 역시 감독이 경험했던 상황을 재현해 내고 있다. 손영성 감독은 친구의 이삿짐에서 물건들을 거침없이 약탈한 후 그 약탈한 물건들을 무겁다는 이유로 가볍게 버리는 하룻밤의 기억을 시작으로 해서 <약탈자들>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소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금정굴’ 역시 손영성 감독이 군대 시절에 항상 훈련 나오던 장소였다고 하니 <약탈자들>의 시작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2. 저 예산 고 효율

<약탈자들> 저예산 영화이다. 말 그대로 아주 적은 돈으로 영화를 완성해냈다. 영화의 준비 단계부터 완성까지 (ACF로부터 현물지원 받은 후반 작업 비용을 제외하고) 6천 5백만원으로 만든 장편 영화이다. 평범한 규모의 상업 영화 현장에서 지출되는 밥값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영화를 완성했으니 감독, 배우들을 비롯한 모든 스텝들이 몸으로 부딪쳐서 완성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이천, 장호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로케이션 장소들, 다양한 배우들의 출연, 특수효과와 C.G.에 이르기까지 저예산 영화 답지 않은(?) 규모를 25회차내에 소화하기 위해서 준비 단계에서부터 촬영 종료때까지 모든 과정이 예산의 누수를 막기 위한 악전 고투의 연속이었다.
좋은 작품에 참여한다는 만족감만으로 각 파트의 메인 스텝들은 인건비를 고사했고 저예산 영화일수록 고생이 더 심한 각 파트의 팀원들에게는 적지만 인건비 지급을 완료하고 영화는 촬영에 들어갔다. 좀 더 좋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감독의 욕심도 스스로 조정하고, 여러 스텝들의 이해와 도움으로 영화는 무사히 촬영을 마쳤고, 허리띠를 졸라맸던 예산이 오히려 남아서 후반작업 진행비가 풍부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주연을 비롯한 여러 조연배우들까지 모두 낮은 금액의 개런티에도 흔쾌히 출연 승낙을 해주셨고, 멋진 영화에 참여한다는 마음하나로 열정을 다 바쳐준 그 마음들이 모여서 <약탈자들>이 무사히 개봉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3. 금정굴. 그 역사의 현장에 서다.

금정굴은 경기도 고양시 중산 마을과 가까운 야산에 위치하고 있다. 6.25때 좌익과 우익의 이념 대립으로 죄 없는 주민들이 학살당한 현장이면서 아직도 그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곳이다. 아직 진정한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아픔에서 살아남은 유족회 분들이 이곳을 평화의 공원으로 만들고 싶어 하시지만 이 역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방치되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금정굴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고 실제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장소인 관계로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영화의 준비 단계에서 유족회 분들, 고양시 시민 단체 분들을 만나 뵙고 영화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고, 촬영 협조를 구했다. 금정굴이 철골 구조물 밖으로 여러 겹의 천막과 비닐들로 덮여 있어서 실제 촬영시에는 천막과 비닐을 다 걷어내고 구조 자체를 조금 변형시켜야 했지만 유족회 분들의 흔쾌한 승낙으로 금정굴에 대한 촬영 준비는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등산로를 통해서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에서의 촬영은 무엇보다도 스텝들의 중노동을 예고했다. 모든 촬영 장비들을 산 아래에서 산 위로 나르고, 촬영이 끝나면 모든 장비들을 하산시키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다. 장비뿐만 아니라 매번 금정굴의 모든 철골 구조물의 천막들을 벗기고 씌우는 과정들의 반족으로 스텝들의 피로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역사의 아픔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었고, 금정굴 유족회분들의 여러 관심과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4. 배우 열전

<약탈자들>은 배우들에게 아주 힘들면서도 새로운 경험의 영화였다. 아마 그중에서도 상태를 연기한 김태훈씨의 고생이 가장 심했다. 영화 후반부에서 상태와 병태가 금정굴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추격전을 찍던 도중에, 상태는 영화에 몰두한 나머지 앞 뒤를 보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가파른 곳에서 미끄러졌다. 배우는 넘어지면서 손목을 크게 다쳤지만 얼음 찜질만 하고 촬영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이미 손목은 많이 부어 있었고, 산 아래로 내려와서 병원에서 X-레이를 찍어보니 손목 뼈 2부분이 골절되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깁스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날의 촬영 분량은 한달 후 깁스를 풀고 다시 재촬영 되었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의 금정굴 장면은 한달의 시간을 두고 촬영된 장면들이 섞여 있다. 하지만 배우의 열연과 스텝들의 노력으로 그 차이를 발견해내기는 쉽지 않다.
상태뿐만 아니라 사람답지 않은(?)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낸 왕따 후배 병태(박병은분), 처음에 제의가 들어온 1인 3역(민정, 은영, 금정굴녀)을 거절하고 4차원 은영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염지윤씨를 비롯하여 충무로의 개성 있는 연기자인 정인기씨는 처음으로 연쇄살인범의 캐릭터에 도전했고, 단연 돋보이는 무술의 달인을 연기하느라 하루 종일 목 매달려 있었던 윤동환씨는 브라운관과는 다른 색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이들과 함께 각각의 캐릭터의 독특함을 뽑아내 준 동창들과 가파른 산길과 논밭을 맨발로 달린 여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약탈자들>은 멋진 연기의 앙상블을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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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스탭

감독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