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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톨러런스

Intolerance: Love's Struggle Through the Ages Intolerance: Love's Struggle Through the Ages

1916 미국

드라마 상영시간 : 163분

감독 : D.W. 그리피스

출연 : 매 마쉬(어떤이) 로버트 해론(소년) more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킨 구성이 매우 복잡한 흑백 작품으로, 20세기 초 미국 젊은이들의 고민, 16세기 유럽 종교개혁 시기의 위그노 학살, 예수의 생애에 대한 에피소드, 고대의 바빌로니아 이야기 등 네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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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왜 데이비드 그리피스인가?
우리는 이 글이 왜 미국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피스에서 시작하는지부터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그의 영화 <국가의 탄생>(1915)은 국가의 탄생과정을 통하여 미국의 지배적 신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후 서부극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장르 영화들이 이 신화를 재구축해 나갔고, 할리우드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영화가 미국을 만들어 나갔다는 역설도 그리피스에서 시작되었다. 더욱이 그리피스는 할리우드가 전세계 영화시장을 헤게모니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감독이다.

켄터키 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책 외판원으로 인생을 시작해,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 된 그리피스는 월트 휘트먼의 애독자였다. 그는 특히 휘트먼의 시집 「풀잎」에 나오는 ‘역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된다’는 구절을 늘 외우고 다녔다. 그런데 드디어 그 구절을 영화화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겨준 <국가의 탄생>이 그 인종차별적 색채로 말미암아 흑인 인권운동가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큐클럭스클랜(KKK)단을 옹호하다가 궁지에 몰린 그리피스는 오히려 흑인들이 자신에게 보이는 이러한 무자비한 불관용이 인류사를 통해 반복되었으며, 그래서 역사가 그 목적을 잃게 되었다는 자기 방어적인 작품을 들고 나왔다. 그것이 바로 <인톨러런스(불관용)>이다.

네 가지 이야기가 평행 몽타주(montage)로 전개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작품인 <인톨러런스>에는 20세기 초 미국의 한 젊은 연인들의 고난과 1572년에 일어난 위그노 학살, 예수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 페르시아 왕에게 함락되는 바빌론이 동시에 등장한다. 즉, 시간적으로는 고대의 이교도들과 유대­기독교 시기, 르네상스와 현대가 한꺼번에 다루어지고, 공간적으로는 오리엔트에서 시작해 지중해와 서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이동하는 제국들의 역사가 펼쳐진다.

더 놀라운 점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그 당시 미국 관객들에게 이미 친숙한 여러 가지 영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필름 다르’(예술 영화)와 고몽사의 작품들, 이탈리아의 스펙터클 등이 각 에피소드마다 적절하게 인용된 이 영화는 유럽 영화를 미국식으로 길들이려는 그리피스의 야심에 찬 스펙터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둥근 기둥에 코끼리들이 늘어선 거대한 바빌론 세트 장면은 이후 ‘할리우드 바빌론(탐욕과 악의 상징)’이라는 미국 영화산업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이 바빌론에서 그리피스는 바벨탑의 붕괴 이후 잃어버린 보편적 언어의 복권을 열망했고, 그것이 바로 미국 영화의 언어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의 세계 영화시장은, 그의 이러한 요구에 충분히 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소영 국립영상원 교수·영화평론가,<세계 영화 100>(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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