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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

The Poet and The Boy

2017 한국

드라마 상영시간 : 110분

개봉일 : 2017-09-14

감독 : 김양희

출연 : 양익준(시인) 전혜진(아내) more

  • 씨네216.00
  • 네티즌6.33
지금, 이 감정은 뭐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그리고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진짜 시를 쓰는 일이 뭘까 매일 고민하는 시인, 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앞에 어느 날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사람 생각이 자꾸만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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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21)


전문가 별점 (5명참여)

  • 5
    박평식글로 배운 요리 솜씨처럼
  • 4
    우혜경분위기 말고 이야기에 조금 더 힘을 주었더라면
  • 8
    이용철제주에서 불어온 먹먹한 바람 한 자락
  • 7
    이주현우리에게 필요한 건 적당한 비극과 많은 양의 귀여움
  • 6
    장영엽절망의 얼굴을 닮은 희망에 대하여
제작 노트
DIRECTOR’s COMMENT

“너를 만났을 때, 한 편의 시가 태어났다.”

사람들의 마음속엔 어딘가 시 한 편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를 감상하기에는 너무나 숨 가쁜 세상입니다. 그렇게 팍팍한 현실에 서정을 잃어가는 사람들, 마냥 울어버리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해진 사람들, 그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바로 시인입니다. 가끔씩 책장 구석에 껴두었다가 마음이 쓸쓸할 때 꺼내보는 시집처럼, 시는 그 어딘가에 존재함, 그 자체로 위안을 주는 예술입니다. 여기, 등단을 했으되 진짜 시인이 되지 못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이 작품 안에서 진짜 시인이 되어갈 것입니다. 비록 그의 개인적 삶이 몹시 쓸쓸해진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의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따뜻하게 그려보고 싶습니다.

By 김양희 감독


ABOUT MOVIE 1

마음을 울리는 시나리오, 드디어 스크린에서 만난다!
전주프로젝트마켓 극영화 피칭부문 최우수상, 관객상 2관왕 수상!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해의 데뷔작!

영화 <시인의 사랑>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7로 선정되며 화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JPM) 극영화 피칭 ‘최우수상’, ‘관객상’을 수상하며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 기대를 입증하듯 <시인의 사랑>은 지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마음을 울리는 시나리오로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시인의 사랑>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시인이 새로운 사랑에 눈 뜨는 과정을 재치 있는 솜씨로 그려냈다"(JPM 심사위원단), “예술과 현실, 관념과 실체, 개인과 세계가 맺고 있는 관계망에 대한 아름답고도 먹먹한 이야기”(씨네21 장영엽 기자), “사랑 이야기 하나에 삶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응축시켜 경쾌하게 소화해 낸 김양희 감독의 연출력 돋보이는 장편 데뷔작”(맥스무비 채소라 기자)등 평단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개봉 전부터 국내 관객들과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시인의 사랑>은 오는 9월 7일(목)부터 9월 17일(일)까지 개최되는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룬다. 전 세계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들이 초청되는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된 <시인의 사랑>은 이로써 국내 영화계를 넘어 전세계 평단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본 섹션에 초청된 역대 한국 작품으로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등으로 미래 거장의 탄생을 예고한 바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지오반나 펄비 프로그래머는 “복합적인 내러티브를 성숙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시인의 사랑>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김양희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작품이다”라며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한국 감독의 데뷔작임을 강조했다. 또한 “시, 예술, 인생, 열정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캐릭터들에 대한 면밀한 묘사가 훌륭하고 보는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한다”라며 시인, 아내, 소년의 감정의 파고를 묵직하게 묘사한 작품성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국내 작품으로는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바 있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까지 단 두 편이다.


ABOUT MOVIE 2

<똥파리> 양익준, <사도> 전혜진, <4등> 정가람!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신선한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잊혀지지 않을, 특별한 캐릭터들과의 조우를 확인하라!

영화 <시인의 사랑>은 현재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작품이 지닌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먼저,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월수입 30만원에 감상적인 시를 쓰며, 팍팍한 현실과 아름다운 시 세계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시인 현택기를 양익준이 연기한다. <똥파리>의 감독이자 주연으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양익준은 그 동안 <계춘할망><춘몽>등 영화는 물론, [밤을 걷는 선비], [괜찮아, 사랑이야] 등 드라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시인의 사랑> 스틸컷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양익준은 영화에서 맡은 ‘시인’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늘리는 등 외적인 변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심드렁한 표정과 헝클어진 머리칼, 웃자란 수염과 뿔테 안경으로 시인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그려낸 배우 양익준의 모습은 그가 선보일 철없고 뚱뚱한 ‘시인’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시인의 사랑>에서 시인 역할을 맡은 배우 양익준은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무능한 남편이자 철없는 예술가인 시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의 아내 역할은 배우 전혜진이 맡았다. <더 테러 라이브><사도><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등에서 캐릭터 이상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배우 전혜진은 영화 <사도>로 2015년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시인의 사랑>에서 누구보다 씩씩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모를 서글픔을 간직한 아내 역할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연기로 체화했다. 언제나 자신만의 색깔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양익준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뛰어넘는 부부 케미를 발산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리고 이들 부부 앞에 나타난 아름답고도 위태로운 소년 역할은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으로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 제8회 올해의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 정가람이 맡았다. 정가람은 <시인의 사랑>에서 해사한 얼굴 뒤로 마음의 상처를 지닌 비밀스러운 소년으로 완벽히 변신한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소년의 감정을 전달하는 정가람의 얼굴은 관객들의 시선을 오래도록 머물게 할 예정이다. 20대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을 해갈할 블루칩으로 꼽히는 배우 정가람이 베테랑 배우 양익준, 전혜진과의 앙상블에서 어떤 연기를 펼쳤을지도 기대가 모아진다.


ABOUT MOVIE 3

아름다운 감성으로 통하는 제주도 올로케이션!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詩’를 통해 문학적으로 담아낸 작품!
새 계절을 물들일,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온다!

영화 <시인의 사랑>은 누구나 떠나버리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제주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시인, 아내, 소년 등 세 주인공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의 파고를 제주도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담아내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인의 사랑>에 등장하는 제주도의 주요 배경은 서귀포 앞바다부터 남원포구까지 다양하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양희 감독은 "<시인의 사랑>의 공간적 장소들은 제주 이주 6년 차를 맞은, 내가 일했던 공간 혹은 현재 살고 있는 공간으로 극의 주 무대가 되는 남원포구는 내가 3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영화 속에는 내가 실제로 가르쳤던 제자들과 교실이 그대로 나온다."라며 영화 속 등장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김양희 감독의 '바다마을다이어리'라고 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공간이 주는 풍경의 힘은 믿고 보는 로케이션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또한 극중 소년이 방황하는 공간은 서귀포 앞바다의 공간들로, 김양희 감독은 “여기서 <시인의 사랑>의 시나리오가 태어났다. 서귀포 앞바다, 이중섭 거리 등의 북적북적한 관광지를 걸으며 쓸쓸한 소년에 대해서 생각했다.”며 제주도로부터 받은 특별한 영감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았다. <시인의 사랑>은 스크린을 수놓은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들로 도시 생활에 지친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기분 좋은 상상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또한 영화의 모티프가 된 현택훈 시인의 시들은 물론, 김소연, 기형도 그리고 김양희 감독의 자작시들이 영화 속에 담겨 문학적인 감성을 배가시킨다. 영화의 문을 여는 현택훈 시인의 [내 마음의 순력도]와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 기형도 시인의 [희망] 등의 시들은 김양희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어울리는 정서나 표현을 메모해두었다가 시의 언어로 다듬는 작업을 거쳤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던 ‘시’라는 은유를 통해 주인공들의 상황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모두에게 다 다르고, 모두에게 다 똑 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인과 시를 통해 문학적으로 담아낸 <시인의 사랑>은 9월, 새 계절을 물들일, 특별한 사랑 이야기의 탄생을 예고한다.


PRODUCTION NOTE 1

“너를 만났을 때, 한 편의 시가 태어났다”
<시인의 사랑>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저는 제주이주민입니다. 6년 전에 혈혈단신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 왜 내려갔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인생을 아주 크게 바꾸어보고 싶어서 사는 곳을 바꿔봤다고 말합니다. 당시의 저는 영화과 졸업 후 이렇다 할 촉망도 받지 못한 감독 지망생이었으니까요. 나 혼자 영화계를 100번쯤 은퇴했었는데 아무도 제 은퇴 사실은 알지 못하는, 그런 답 안 나오는 영화인이었으니까요.

이주 후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고작 몇 달 후 엄청난 고립감과 생계에 대한 불안에 시달립니다. 이렇게 외로우면 장편 시나리오 하나쯤은 우습게 나올 것 같았는데 그건 저의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여전히 저의 첫 장편 시나리오는 답보상태였습니다. 그렇게 기대했던 제주에서의 삶도 그저 답답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한 시인을 만나게 됩니다. 한 시인과의 만남, 이것이 영화 <시인의 사랑>의 시작이었습니다.

생계에 대한 궁리 끝에 저는 제주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르치는 영화 워크숍에 시인의 아내가 수강생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남편은 시인이며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밥 한 끼 먹기로 했는데, 길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마치 저에게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가 걸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곰같이 큰 덩치에 샛별같이 반짝이는 눈을 가진, 큰 몸에 여린 소년 하나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언밸런스 한 매력의 어느 수줍은 남자가 가로수 밑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인 부부의 대화는 엄청난 생활 유머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싹싹하고 정 많은 아내의 타박에 소심하게 반항하는 시인의 모습은 아름다운 소시민적 풍경이었습니다. 그들을 만나고 난 후, 친구 녀석과 함께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저런 동화 속에서 사는 듯한 시인에게 강렬한 사랑을 선물하고 그가 어떻게 변해갈지 보고 싶다!’라며 창작자로서의 악취미를 부리며 깔깔 웃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저는 갑자기 놀란 듯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거 한 번 써 봐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에 어떤 가치가 들어있을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시인은 저와 닮아있었습니다. 이상에 대한 추구, 그러나 팍팍한 현실에서의 좌절, 이 평범한 불행을 감독 지망생 김양희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날로 집필에 들어간 <시인의 사랑> 초고는 고작 보름 만에 나왔습니다. 졸업 후 몇 년 동안 나만의 시나리오를 쓰지 못했던 저에게 이것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2월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나리오가 태어났습니다.
출처: 김양희 감독 ‘브런치’ 中


INTERVIEW

Q. 영화 <시인의 사랑>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된 계기?

제주도에서 사람들에게 영화제작을 가르치는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시인의 아내가 수강생으로 들어왔다. 아내는 시인도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언제 밥 한 끼 먹자고 했는데 그날이 마침 시인 부부 지인의 잔칫날이었다. 잔칫집으로 가는 길에서 아내는 시인을 차로 픽업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로수 밑에 서 있는 곰처럼 큰 덩치의 사내를 보았다. 처음 보는 나를 수줍게 바라보는 눈빛은 샛별처럼 반짝거렸다. 현명하면서도 귀여운 아내, 큰 덩치 속에 여린 순정을 숨긴 시인, 잔칫집 그날의 분위기, 제주도의 자연, 이 모든 것이 영화 속 장면들로 버무려졌고, 그 만남 이후 시나리오에 착수했다. 보름 만에 초고를 완성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던 나는 현택훈 시인에 대해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이상에 대한 추구, 그러나 팍팍한 현실에 대한 좌절…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나는 이 감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Q.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

양익준; 10년 전 영상원 시절 졸업작품을 준비하며 양익준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똥파리>라는 영화가 나오기 전이었고, 그때까지 양익준은 독립영화 등에서 평범한 사람, 어수룩한 청년, 착한 사람으로 쓰임을 받았다. <똥파리>로 강렬하고 슬픈 악당의 모습으로 각인되었지만, 양익준의 얼굴을 잘 들여다보면 정말 선하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10년 전 양익준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에게 연락했다. 당시 그는 <아, 황야>라는 작품 준비로 일본에 가 있었다. 시나리오를 받아본 그가 선뜻 하겠다고 했다. 동성애 요소가 있는 캐릭터라는 이유로 그 당시 우리는 시인을 찾기 어려웠다. 그에게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도, ‘뭐 좀 생각 좀 해보시라고요..’ 이런 수세적인 태도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도리어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일본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똥파리> 이후 10년 후의 양익준은 인생의 권태와 싸우고 있었다. 그는 이제 마지막으로 터트릴 다이너마이트 하나 정도 품고 산다고, 그것을 소년이라는 인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양익준이 이 캐릭터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느꼈다. 평범한 마흔 두 살의 양익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전혜진; 전혜진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맡은 역할의 이상을 표현하는, 정말 훌륭한 배우다. 나는 전혜진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해왔다. 아내 역할로 전혜진이라는 배우를 떠올리고는 그녀가 와준다면 아내 캐스팅은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언어에 대한 센스가 탁월하여 대사를 소화하는 능력이 비범하다. 나는 그녀가 나의 대사를 읊어줄 것을 상상하면서 혼자서 막 몸을 떨면서 좋아했다. 운 좋게도 아내 캐스팅 1순위, 전혜진의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정가람; 정가람이라는 배우는 <4등>에서 처음 보았다. 좋은 연기였고 그가 마음에 남았다. 오디션을 보았는데 들어오면서부터 그 잘생긴 얼굴로 나에게 눈빛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왜 소년을 연기하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자신이 소년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했다. 알고 봤더니 정가람은 4년 전 연기를 하겠다고 혼자서 밀양에서 올라온 담이 보통이 아닌 친구였다. 사무실 앞 호프집에서 치맥을 먹으며 “너도 신인배우, 나도 신인감독이니까 우리만 잘 하면 돼!”라며 서로를 독려했다. 배우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정가람과 보냈다. 정가람은 힘들거나 답답한 순간에도 자신의 역할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나 나의 믿음직한 동료가 되어줬다. 그에게 많이 배웠다.

Q.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 세 배우와의 케미는?

양익준; 천상 예술가에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래서 캐릭터적 특징으로 그를 가둘 때 많이 답답해한다. 그에게 전적으로 맡겼을 때 좋은 감정이 툭, 하고 나온다. 다만 그런 감정이 나오기까지 여러 상황들을 세심하게 컨트롤해줘야 했다. 감독으로서 여러가지 취약한 상황을 주고 배우의 감정을 희생하게 해서 미안했다. 본인이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배우로서 혼자 싸우고 버티며 해낸 연기가 시인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고마움과 존중을 보낸다.

전혜진; 집을 나가는 시인을 붙잡는 아내의 장면을 앞둔 전날이었다. 이 장면의 대사는 지금 영화와 달랐다. 여자로서의 아내가 드러나는 다소 징징거리는 대사였다. 전혜진은 이것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이 상황이라면 이 여자는 좀 더 좀 더…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것을 받아 적고 다음날 대사로 만들어줬다. 그걸로 전혜진은 연기를 했다. 결과는 2017년 1월 1일자 일기로 대신한다. “전혜진 선배가 완벽한 연기를 끝냈다. 작은 보석 하나 품에 얻은 듯 그 장면을 생각하면 은밀하게 기쁘고 설렌다.” 전혜진 배우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나 잘 알았다. 그리고 슥- 끄집어내 준다. 나는 정말 전혜진의 연기를 좋아한다.

정가람; 자꾸 보고 매만져주면 예쁜 꽃을 피워내는 화초 같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화초를 키우는 마음으로 나는 정가람을 대했다. 인간으로서의 정가람이 너무나 좋았고 감독의 관심 끝에 연기의 감정이 좋아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가 정말 영화를 떠나 인간으로서 교감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저렸다. 가람이가 서울로 올라오는 장면은 언제 봐도 짠하고 울컥한 감정이 된다. 불안한 감정을 누르며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디는 세윤은 그대로 연기자 정가람이 된다. 언뜻 보이는 그의 미소에서 그는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고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읽는다.


Q. 작품의 등장하는 시들에 대한 감독님과의 인연과 감상은?

내 마음의 순력도 - 현택훈

내 마음의 순력도를 펼쳐놓고
현재 나의 경로를 짚어봅니다.
청포도가 있던 집이 있던 곳에서
기억의 환해장성이 드리운 섬까지
순력도를 그리며 삽니다.
동복삼거리, 민방위훈련 때문에 정차한 차들,
시외버스 차창 밖 표정은 나른한 평화,
죽은 누이의 치마 같은 가을 햇볕.
일주도로처럼 내 마음속을 나는
까마귀 한 마리 있어
나는 포수가 되고 싶지만
외로운 성을 혼자 지키는 포졸인걸.
버스는 정의현을 지나 서귀진까지 갈 것입니다.
핸드폰을 켜 지난 문자들을 확인합니다.
ㅡ 어쩌면 우주의 수명은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일 것 같아.
ㅡ 우주가 자동차 바퀴들 사이에서 촤아아악 소리를 내
며 부서지고 있네요.
비 오는 저녁 퇴근길 짙은 피로가 만들어낸 발신과 수신.
문자의 순환이나 수요일의 심야영화나
토요일의 제주소년 블루스나
모두 허세집虛勢集에 기록될 작은 섬일 뿐이지요.
더 이상 발 디딜 수 없는 포구에서
돌아서듯 살아온 시간들.
저어새는 연해주까지 날아가고
택시를 타면 공항에 갈 수 있는데
제주시청 목관아 술집 골목으로만 모이는 마음이여.
ㅡ 오늘 밤엔 빗소리가 있으니 음악을 틀 필요는 없겠어.
문자를 입력했다가 지워버립니다.
마음은 언제나
명진슈퍼에 간장 사러 가는 거리 즈음
멀리 가지 못하고,

『남방큰돌고래』

A. 영화를 여는 첫 신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시인이 주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설정에 창 밖 풍경을 통해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을 설명하고 거기에 지방 특유의 낭만적 정서를 담은 시가 얹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장면을 구상했다. 현택훈 시인의 [내 마음의 순력도]는 제주도의 실제 지명을 사용해서 좋았고 시인의 낭만적 정서가 잘 살아있는 시였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마음의 곶자왈 - 현택훈

내 마음 어느 곳에 곶자왈이 있어서
용암처럼 흐른 아픔이 굳어서
비가 빛나고 햇빛이 내리는 수풀 속에서
멀리 가지 못하고 머문 홀씨 같은 슬픔이 있어서
열대와 한대의 수목한계선이 서로 겹쳐서
습지엔 기억의 눈물이 질척거려서
쓸쓸한 바람이 고이는 곳이어서
제주고사리, 개가시나무, 때죽나무 우거진 그리움이어서
날씨란 지나고 나면 모두 흐림이어서
비 그치면 산책을 하는 것이어서
슬픔이 빛나고 당신이 내리는 숲이어서
희망도 절망도 그곳에선 서로 겹쳐서
나뭇잎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있어서
아프게 증산작용을 하는 나무가 푸르러서
흐린 날도 오래되면 맑게 흐릴 수 있어서
바람이 고였다가 다시 바람을 일으켜서
슬픔도 고이면 거름이 되어서
인공호흡기처럼 내 마음을 지탱해줘서
내 마음 어느 곳에 곶자왈이 있어서

『남방큰돌고래』

A. 마음은 곶자왈로 가고 싶은데 현실은 주책 맞은 아내와 함께 있는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표현하기 위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가 필요했다. [마음의 곶자왈]은 현택훈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와 처연한 정서가 잘 조합된 작품이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원시림으로서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이상을 상징하고 그것은 인공호흡기처럼 상처 받은 내 마음을 지탱해준다는 의미로, 영화 속에서의 소년은 즉 마음의 곶자왈 같은 존재다. 그래서 시인과 소년의 데이트 장소로 선택된 곳이 바로 곶자왈이다.


그래서 -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삐용,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라고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수학자의 아침』

5년 전쯤 신형철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발견한 시였는데 이 시가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었다. 주책 맞게 읽다가 울었던 적도 많다. 관광객들이 빠진 쓸쓸한 제주도의 풍경에 이제는 보지 못할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붙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쓸 때 당연하다는 듯이 김소연의 [그래서]를 넣었다. 그리움의 감정을 이보다 더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으로 표현하는 시를 찾지 못했으며 영화는 시의 덕을 보았다.

희망 - 기형도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제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미발표 시

영화의 설정상 처음에 시인은 세상의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그것을 아름다운 시어를 통해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인에게 아름다운 세상의 이면, 즉 처절한 현실을 바라보는 고뇌가 부족하다고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시인은 슬픔을 찾아 헤매게 되고 그 슬픔의 종합체는 소년이라는 인물이다. 시인은 소년을 만나면서 현실의 벽을 느끼고 이룰 수 없는 감정에 괴로워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시인이 쓴 마지막 시는 그전의 시와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말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음 속에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담담히 드러내는 시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형도의 [희망]이 선택되었다. 시의 정서는 자칫 담담해 보이지만 사실은 잔인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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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스탭

감독

출연

수상내역

  • [제5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