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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바람

Sub-zero Wind

2018 한국 12세 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110분

개봉일 : 2019-11-14 누적관객 : 2,841명

감독 : 김유리

출연 : 권한솔(영하) 옥수분(미진) more

  • 씨네216.67
혼자 버려진 12살, 혼자 남겨진 15살, 혼자 사라진 19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길 바라는 ‘영하’의 일기
2019년 가을, 모두를 기다린
영하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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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23)


전문가 별점 (3명참여)

  • 6
    박평식제목의 중의성에 골몰했어
  • 7
    이용철차가운 입김으로 마주하다
  • 7
    이화정맨살을 파고든 성장기의 칼바람, 꼭꼭 여며주고 싶은 옷깃
제작 노트
뜨거운 바람

부산영상위원회 & 한국영상위원회 & 부산국제영화제 ACF 지원작
완벽한 시나리오 & 검증된 작품성! 신인과 경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앙상블!

<영하의 바람>은, 2016년 부산영상위원회의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김유리 감독과 제작사 비밀의 화원이 만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이듬해 부산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ACF 후반 작업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만들어진 영화다. 이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성과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조합상과 제25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제작된 <영하의 바람>은 혼자 버려진 12살, 혼자 남겨진 15살, 혼자 사라진 19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길 바라는 ‘영하’의 일기를 담은 영화.
제작 단계에서 검증된 작품성에 더해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보석 같은 신인배우 권한솔(‘영하’ 역), 옥수분(‘미진’ 역)에 이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여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신동미,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역대급 1인 2역을 선보인 박종환의 연기 앙상블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단계 더 끌어올렸다.
“누구에게나 영하의 바람이 몰아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견디게 하는 건 내 곁에 있어 줄 한 사람의 존재인 것 같다”는 김유리 감독의 말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바람이 몰아치는 시기를 극복하는 ‘영화’와 ‘미진’의 성장담은 2019년 가을, 모두가 기다린 영화로 다가올 것이다.


빛나는 바람

“어느 순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확신이 생기더라”
충무로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배우 권한솔 & 옥수분의 무한한 가능성

<영하의 바람>은 빛나는 신예들의 발견으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모두가 기대할 찬란한 바람 권한솔(‘영하’ 역)과 모두를 마주할 빛나는 바람 옥수분(‘미진’ 역)이 그 주인공.
먼저 19살 ‘영하’를 연기한 배우 권한솔은 최근 tvN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부터, <악질경찰>(2018), <강철비>(2017), <군함도>(2017)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녀는 첫 주연을 맡은 <영하의 바람>에서 신예답지 않은 압도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어가며, 영화계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뉴페이스의 등장을 알렸다. 김유리 감독은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정말 많이 했다. 어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테이크마다 끊어서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어느 순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확신이 생기더라”고 전하며 배우 권한솔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표현했다.
19세 ‘미진’을 연기한 배우 옥수분은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에서 내공을 다져왔으며 이번 영화에서 흡인력 있으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개성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감독은 “영화가 ‘영하’와 ‘미진’의 성장담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전해 ‘영하’ 곁에서 함께 하는 ‘미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누구보다 강조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많은 경험이 있는 배우들은 아니지만 훌륭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조금씩 스스로의 연기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놀라웠다”고 전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특급 신예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그녀의 바람

“지금 이 순간의 감수성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김유리 감독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의 대담한 시선

김유리 감독은 전작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있었던 거지?>(2013)라는 단편으로 낯선 곳에 홀로 적응해가는 ‘은주’의 이야기를 통해 “정말, 최고의 중단편 영화”, “자꾸 자꾸 문을 닫는 은주의 마음을 나도 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장면에서 숨이 턱턱 막힌다” 등 관객들의 호평 속에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단편 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감독은 그간 <자위전쟁>(2008), <상실의 기억>(2010) 등 작품들을 통해 여성과 가족을 향해 꾸준히 질문을 던져가며 섬세한 연출을 이어갔다. 여기에 <죽여주는 여자>(2016), <순수의 시대>(2014), <은교>(2012) 등 다수의 상업 영화에 참여해 실력을 쌓아가며 첫 장편 <영하의 바람>을 연출했다.
김유리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으로 소녀들의 성장담을 선택한 것에 대해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의 감수성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사회로 나오면서 성장통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어쩌면 우리가 경험하는 최초의 부조리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며 감독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의 근원에 대해 설명했다. “어른이 아이에게 행하는 폭력, 가정 내 폭력은 쉽게 묵인되거나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당한 행위 이전에, 누군가가 한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이 점진적으로 쌓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라는 질문이 생겼다. 바로 그 하지 않은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영하의 바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영화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김유리 감독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영하의 바람이 몰아치는 시기에, 단지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어왔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내내 생각하면서 이번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보편적인 감수성을 대안적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성장 영화를 만든 김유리 감독. 그의 첫 번째 장편 <영하의 바람>은 올 가을, 모두가 주목할 대담한 바람을 일으킬 예정이다.


새로운 바람

“아이들의 시선이 중요했다 내가 판단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7년의 시간을 3장 구성의 6개 얼굴로 표현하다! 한국 영화계의 독창적 시도

<영하의 바람>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가 아닌, 12세, 15세, 19세를 거쳐 자신에게 닥친 바람을 이겨내며 성장해가는 ‘영화’와 ‘미진’의 과정을 깊이 응시하는 영화다. 이에 감독은 “적어도 이 영화에선 충격적 사건을 따라가는 건 의미가 없었다”라며, “가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미디어로 접하면서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불행한 사건이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쌓여온 일의 결과라면, 긴 시간을 다루어야 할 것 같았다. 12살부터 19살까지 영하의 이야기를 세 시기로 나눠 보여주는 서사 구조도, 왜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고 답했다.
영화는 도드라지는 서사 대신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10대들의 성장담을 다루는 김유리 감독은 ‘아이들의 시선’이 중요했다며, “내가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에 집중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라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시선을 전했다. 이처럼 캐릭터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영하의 바람>의 주인공 ‘영하’와 ‘미진’은 영화에서 7년의 시간 동안 3장의 구성으로 나뉘어 12세, 15세, 19세로 변화한다. 감독은 이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캐릭터당 각각 3명의 배우를 캐스팅해 6개의 얼굴로 표현했다. 감독은 캐스팅이 제일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지만 캐스팅에 주력한 만큼 리허설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성인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에게는 전체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고, 연기하는 장면의 대본만 주었다. 아이들이 영화 뒷부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이 연기한 인물이 어떤 상황에 부딪히는지 아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2세 영하가 15세, 19세 영하를 만나는 상황도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고 전해 김유리 감독의 시선으로 보일 대담하고 독창적인 연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Q&A

1. <영하의 바람>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미성년의 시기를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가정은 특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시기에 견고하리라 여겼던 가정이 얼마나 쉽게,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는지, 경중을 떠나 가정에서 겪게 되는 개인적인 사정, 비밀, 상처들은 다들 하나씩 있을 텐데, 우리가 사건, 사고로 접하는 가정에서 일어난 심각한 일들뿐만 아니라 말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다. 가정사라는 게 문제가 생겨도 인정상 묵인되고, 사정상 용인되는 복잡하고 미묘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사소히 여겼고 어느 누구도 악의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으나 못 본 척, 괜찮은 척 덮어두었던 것들이 쌓이면서 결국 정말로 괜찮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누군가가 한 일 뿐만 아니라 하지 않은 일 때문에도 비극이라 불리는 일들이 일어나는 걸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긴 성장을 다루는 <영하의 바람>을 만들게 했다.

2. <영하의 바람>은 한 가지 이야기로 정연하기가 어렵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때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하나의 사건 자체보다 그 과정을 더듬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긴 시간을 통과하며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고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많은 테마들이 등장한다. ‘은숙’과 ‘미진’의 종교, ‘영진’의 성추행, ‘미진’의 체형, ‘영하’의 첫 직업 등, 이러한 테마들을 영화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영화를 관통하는 ‘부조리함’에 영향을 끼치는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테마들을 ‘부조리함’이라는 기준으로 꿰어낼 수 있는가. 가령, 대부분 좋은 의도로 시작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 종교. ‘미진’의 체형 또한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는데 문제라고 여겨지고 함부로 대해지면서 한 개인에게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성추행은 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입증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피해자 쪽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숨기게 된다. ‘영하’의 첫 직업은 자신의 몸을 전시해 돈을 버는 노동이다. 그럼에도 진입 문턱이 낮다. 아무 준비도 없이 사회에 떠밀려 나왔을 때 시작하게 되는 가장 흔한 노동이다. ‘다 잘되라고 그런 거야’,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하는데 누군가는 납득하기 어렵고,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고, 뜻밖의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좋고 나쁨의 뚜렷한 구분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도 나름의 성장통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굉장히 당황스러운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세상을 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어떻게 변해갈까’ 이 질문은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3. <영하의 바람>은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다.
캐릭터를 구성할 때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이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할 거야’가 아닌 ‘이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주변으로부터 콜라주한 것들에도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다차원적인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 같다.

4. 영화 속 인물들의 선악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특히 '은숙'과 '영진'의 행동은 도덕적 판단을 명확하게 내리기 애매하다.
평소 인물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궁금하다.
‘은숙’과 ‘영진’에 대한 제 판단보다 ‘영하’와 ‘미진’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영하’와 ‘미진’을 통과해 ‘은숙’과 ‘영진’을 만날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게 결국은 ‘영하’와 ‘미진’의 캐릭터를 보다 깊게 만드는 동시에 그 둘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라 믿었다. 자신을 두고 집을 나간 엄마를 변호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지지 않는 이모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마음, 기어코 찾아와 사과하는 새 아빠의 눈물을 보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과정이 결국 ‘영하’와 ‘미진’에게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에 가서는 ‘영하’ 또한 ‘미진’을 통해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기도 하다. 어느 순간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 ‘영하’, 조금은 못되게 구는 ‘영하’임에도 그녀를 찾아가는 ‘미진’이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구에게는 악한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자신을 버린 부모를 그리워하는 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무언가 절대적인 판단, 입장이 있다기보다 상대를 이해할 때는 꼭 누군가를 관통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5. 극중 '영하'와 '미진'의 12세, 15세, 19세 모습을 각각 다른 배우를 통해 보여준다.
캐스팅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가장 큰 걱정은 ‘이 아이들을 다 찾지 못하면 어떡하나’였고, 그 걱정으로 꽤 오랜 시간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배우들을 만났고 19세, 15세, 12세 순으로 캐스팅을 확정했다. 오디션은 연기를 본다기보다 이 배우가 어떤 사람인가 알아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걱정과 불안으로 힘들기만 했던 경험은 아니었던 게 이들의 이야기가 정말로 유익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자신을 기꺼이 드러내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많은 배우에게 깊은 존경과 고마움을 느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캐릭터에 맞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했고 운 좋게 모두 찾을 수 있었다.

6. <영하의 바람>은 김유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작업들과의 차이점과, 변화점이 있다면?
<자위전쟁>(2008)이 20분, <상실의 기억>(2010)이 30분,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있었던 거지?>(2013)는 40분이다. 점점 늘어나는 러닝타임에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보니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씩 집요해지고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려니 시간이 필요했던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단편 작업에서는 대체로 스크린타임이 짧았고 반짝하고 빛나는 찰나의 순간에 집중했다. 매 순간, 모든 장면이 엔딩을 향해 달려갔다면 이번 장편 작업에서는 긴 스크린타임을 두고 어디까지 볼 것인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려고 노력했다.

7. 단편 <자위전쟁>(2008), <상실의 기억>(2010),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있었던 거지?>(2013)부터 <영하의 바람>까지 작품 초기부터 꾸준히 여성과 가족을 이야기로 다루는 이유가 있다면?
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가정, 성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정체성, 거기서 오는 답답함이 있는 것 같다. 입구도 못 보고 들어와 버린 것만 같은 느낌, ‘출구는 어디에 있나, 과연 찾을 수 있을까’하는 막막한 심정이 영화의 토양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단편영화 중에 자전적인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화해나 치유, 극복의 계기와 과정이 되었다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아, 저때는 저렇게 생각했었지, 혹은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관점의 변화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극복되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테마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영화에는 결국 만든이의 가치관과 태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몰두했던 화두나 영화를 지배하는 감수성은 내가 살아온 삶의 환경, 체험 등에 명백한 영향을 받고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계속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8. <영하의 바람> 작업을 하며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배우들이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했다. 다른 영역의 것들은 충분한 준비와 합의로 예상한 목적지에 이를 수 있지만, 연기는 결국 카메라가 돌아갈 때 진짜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6명의 ‘영하’와 ‘미진’ 모두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훌륭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최대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둘의 관계를 위해 자주 만났다. 그리고 리허설을 할 때는 꼭 찍어서 같이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아역들은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도 조금씩 스스로의 연기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놀라웠다. 현장에서도 가급적 모니터링을 많이 하려고 했었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 프리프로덕션 때 콘티 작업에 시간과 공력을 많이 들였고 현장에서 콘티대로 진행하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9. <영하의 바람>은 소설가 기형도의 첫 소설 [영하의 바람]과 동일한 제목이기도 하며,
극중 '영하'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다면?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형도의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지만 영화와 어떤 연결이나 접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다시 읽고 바로 ‘영하의 바람’을 제목으로 가져왔다.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 ‘영하’는 아니고 ‘찬바람’이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주인공의 감정을 드러내는 아주 핵심적이고도 인상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나는 다만 찬바람을 뜻하는 의미로 소설에서 가져왔다. 대부분 ‘영하의 날씨, 차가운 바람’이라고 얘기하지 ‘영하의 바람’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나도 처음 소설의 제목을 봤을 때 ‘영하라는 아이의 소원, 희망 정도겠구나’ 생각했다. 그게 재밌어서 주인공 이름을 ‘영하’로 바꾸고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10. 엔딩곡으로 유영석의 '7년간의 사랑'이 흐른다.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가 있다면?
영화는 아이들의 점진적인 변화와 성장을 다루면서 회상의 방식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된다. 특정한 사건에 집중하는 대신 각 시간대가 점프하면서 이들은 어떻게 되었나,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각각의 장이 끝나는 동시에 과거가 되어 버리듯이 영화가 끝나는 동시에 이야기는 과거가 되어버린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제 막 성인이 되면서 끝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영하는 이때의 일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 극복하고 보란 듯이 잘살고 있더라도 과거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7년간의 사랑’은 과거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하는 곡이다. 엔딩에 사용한 부분의 가사가 영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하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른다면 이야기가 조금 더 확장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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