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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

Tiny Light

2018 한국 12세 관람가

드라마, 가족 상영시간 : 90분

개봉일 : 2020-01-23

감독 : 조민재

출연 : 곽진무(곽진무) 변중희(신숙녀) more

  • 씨네218.67
  • 네티즌10.00
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진무는 수술 후에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억해야 하는 것을 캠코더에 담기 시작한다.
진무는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기억과 기억나지 않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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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3명참여)

  • 8
    허남웅가족은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가 아니라 헤쳐나가는 나란히의 가치
  • 9
    임수연어떤 이의 삶도 좋은 예술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찍는 행위가 가진 힘이다
  • 9
    김소미남루한 세상에 삶을 틔우는 소생의 카메라
제작 노트
HOT ISSUE 1

2019년 <우리집><벌새><메기>로 이어진
‘독립영화 뉴웨이브’ 열풍을 이을 또 하나의 기대작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 & 무주산골영화제 대상, 평론가상 2관왕!
2020년 가장 맑고 단단한 데뷔작의 탄생!

매해 독창적인 영화적 상상력과 독보적인 스타일로 무장한 독립영화들이 사랑을 받아왔지만 2019년은 ‘독립영화 뉴웨이브’ 흐름이라 불릴 만큼, 독립영화가 두드러진 해였다. 2019년 8월 22일 개봉하여 그 흐름의 문을 연 <우리집>은 아이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담아내어 호평받았던 <우리들> 윤가은 감독의 신작으로,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의기투합한 동네 삼총사의 여정을 담아내어 사랑받았다. 바로 연달아 개봉, 전 세계 44관왕, 관객 수 14만 명을 동원하며 그야말로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벌새>(2019년 8월 29일 개봉) 또한 이러한 흐름에 한몫을 해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선정, ‘2019 올해의 독립영화’로도 선정된 <벌새>는 “새로운 감각으로 영화를 봐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영화. 독립영화 저변 확대에 큰 몫을 담아냈고 활력을 부여했다”라는 평을 받을 만큼 독립영화 팬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감각적인 스타일로 믿음에 관한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스크린에 구현해낸 <메기>(2019년 9월 26일 개봉)가 2019년 독립영화 열풍의 마지막 주자로 관객들을 만났다. “비교 불가능한 색깔을 가진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독립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받을 <작은 빛>은 뇌수술을 앞둔 ‘진무’(곽진무)가 흩어져 있던 가족들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으며 기억나지 않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마주하는 가족 드라마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을 수상하며 2020년 가장 고집스러운 독립영화의 탄생을 알렸으며,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대상)과 영화평론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탄탄한 영화적 구성에 대한 극찬을 받았다.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성일 영화평론가, 장률 감독, 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는 “작은 이야기로 모든 등장인물의 마음을 마법처럼 담아낸 영화”라는 호평을 남겼으며, ‘영화평론가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병규, 정지혜, 홍은미 평론가 또한 “자신만의 영화적 리듬과 운동을 영민함과 뚝심으로 밀어붙여,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가족, 상실,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줬다.”라는 평을 통해 <작은 빛> 특유의 맑고 단단한 기운에 대해 언급했다.

“명멸하는 가녀린 빛 속에서 이미지들을 부여잡는 태도 속에서, 굳건하지만 부드럽고 과묵하면서도 소박한 근성이랄까 기품 같은 것을 보게 된다. 비록 첫 작품이기는 하지만 서사를 전달하기 위해 조급하지 않고, 영화 속 체험에 깊이 잠입해 그 정서적 경험에 우리를 조응시켜가는 뚝심에서 그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송효정 평론가)는 평처럼, 앞으로의 영화적 세계가 더욱 기대되는 조민재 감독의 데뷔작 <작은 빛>은 결연한 마음과 단단한 기운으로 2020년 독립영화 팬층의 마음을 두드릴 단 하나의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HOT ISSUE 2

자전적인 기억으로부터 완성된
가장 뿌리 깊은 가족 이야기
세상 도처에 널린 가족 이야기를 새로 쓰는 영화

조민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작은 빛>은 세상 도처에 널린 익숙한 가족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영화다.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이 빚어내는 드물게 섬세한 감정의 리듬이 어떤 진부한 설정도 새롭게 감각하게 만든다. “내게 자전적인 영화란 결국 존재에 대한 고민을 의미했다. 내 과거가 없어지면, 내가 만약 과거가 없는 사람이라면 과연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이 떠올랐고 내가 기억을 잃었을 때 그 상실을 채워주고 회복하게끔 도와주는 사람들은 가족들, 곁에 있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제작 의도를 전한 조민재 감독은 그간 수많은 미디어에서 보아왔던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이 아니라 ‘어색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리 가족은 떨어져 산 지 오래되었고 만나면 어색하다. 어릴 때처럼 장난을 치지도 않고 이미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 현재에 대해 말하기도 거북하다. 예전처럼 '우리는 당연히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묶인다기보다는 이제 저 사람은 그의 삶이 있고 나는 내 삶이 따로 있다는 느낌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그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 매일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런 당신의 삶을 내가 지지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작은 빛>은 지난한 가족사를 담고 있음에도 담담하게 일상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큰 울림을 선사한다. 실제 가족들의 집에서 촬영하여 현실감을 극대화한 조민재 감독은 독하다 싶을 정도로 강인하게 자신의 기억과 마주함으로써 잊을 수 없는 엔딩을 만들어냈다. “아버지 산소를 직접 보는 순간 고여진 기억들끼리 충돌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흙덩이를 보고 왜 이렇게 그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작은 빛>을 찍고 나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소회를 전한 그는 자신과 끝까지 싸워낸 끝에 오랜 시간 드리워져 있던 큰 그림자를 통과하도록 이끄는 <작은 빛>을 완성해냈다. 영화 속 곳곳에 담긴 ‘작은 빛’은 정성껏 하루하루를 가꾸는 모든 가족들에게 가닿아, 따스한 기운을 건넬 것이다.


HOT ISSUE 3

전에 본 적 없는 완벽한 리얼리즘
곽진무 X 변중희 X 신문성 X 김현
극사실주의 연기로 모두를 사로잡다!

다리가 하나 빠진 서랍장, 퀴퀴한 곰팡이로 가득한 얼룩진 벽, 청테이프로 덕지덕지 연결한 전선 위로 작게 빛나는 형광등 등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듯한 사실적인 배경이 극의 현실감을 더하는 <작은 빛>은 독립영화계를 종횡무진 활약하는 독립스타들의 극사실주의적인 연기가 더해져 몰입감을 높인다. <범죄의 여왕>,<서부전선>,<분노의 윤리학> 등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었으며, 단편영화 <동心>에서 류준열, 최희서, 주예린과 함께 극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며 주목받은 배우 곽진무가 뇌수술을 앞두고 가족들의 이야기와 얼굴을 캠코더에 담아내는 ‘진무’ 역을 맡았다. 영화모임을 통해 조민재 감독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던 곽진무 배우는 “개인적으로 곽진무 배우와 삶이 맞닿는 지점이 많다. 워낙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주고받았으며,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진무’ 역으로 염두에 두었을 만큼 캐스팅 1순위로 <작은 빛>에 합류했다. 제19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 "캐릭터의 입체성을 살린 자연스러운 몸짓과 호흡, 시선을 통해 주변 인물들의 고뇌와 공기의 흐름까지 잘 포착한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죽은 남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엄마 ‘숙녀’ 역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교직에 있다가 교육극단 ‘푸른 숲’에서 연극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 변중희 배우가 맡았다. 조민재 감독의 어머니와 함께 만나 그간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변중희 배우는 “저의 엄마와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장면마다 연기 톤이 달라져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력해주셨다. 나중에는 어떤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조민재 감독이 극찬할 만큼, 진실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현 배우를 만나자마자 '곽현’을 마주한 것 같았다. 김현 배우가 이미 제 영화에 들어와있었다."라며 조민재 감독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은 김현 배우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에 입단하여 연극 [사랑별곡], [육쌍둥이], [심청전을 짓다] 등으로 이름을 알린 베테랑 배우. 이후에도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에서 엄마 ‘양방실’ 역, [위대한 쇼퍼]에서 ‘수현’의 모친 ‘양미숙’ 역으로 극의 활력을 더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으며, 영화 <카트>,<생일>,<유열의 음악앨범> 등으로 스크린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작은 빛>에서는 누나 ‘곽현’ 역으로 출연,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연기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최근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까불이 아빠’로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신문성 배우는 <작은 빛>에서 세차장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이복 형 '정도’로 변신했다. 그간 영화 <생일>,<변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아스달 연대기]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일상의 모습을 담담히 담아낸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조민재 감독 또한 “딱 제 형 같았다. 나의 마음을 그대고 반영한 것처럼 만들어내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전해 기대감을 더한다. 현실인지 영화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리얼리즘의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배우들의 열연이 기대를 높이는 영화 <작은 빛>은 오는 1월 23일 개봉한다.



DIRECTOR’s NOTE

“흉물스럽게 방치된 근원을 부정할 것인가 인정하고 정리해 나갈 것인가”
질문은 단출했지만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반월공단에 해가 뜨고 있었다. 퇴근과 동시에 출근 카드를 찍고 부장과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밤새워 마신 커피 때문에 입속이 아려서 종이컵만 돌리고 있는데 부장이 끈적한 입을 뗐다. 사십 대의 그는 앞으로 20년은 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이십 대의 나는 앞으로 40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 쉬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거 소설을 쓰고 싶어서 회사를 관둔 적 있었다. 한 달 만에 좁은 고시원 방의 텁텁한 고립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망쳤다. 과거의 실수를 답습할 수 없어서 1년 동안 준비를 하고 7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창신동에 터를 잡았다. “창신동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개새끼외다”라는 낙서가 벽에 있을법한 꼭대기 그 집에서 해가 지면 일어나 긴 시간 몸에 가시처럼 박힌 노동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기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파편들은 내 몸속 깊이 들어와 나를 병들게 했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나는 고향으로 떠났다. 사촌 집에서 머무는 동안 늦은 밤 일어나 바다를 보고 낮에는 잠만 잤다. 일 없이 보낸 긴 시간은 하루를 보낸 듯 지나가고 떠나기 전 사촌 형의 권유로 묘지를 갔다. 8년 만에 아버지 조 완택의 산소를 보았다. 깊숙이 고여있던 기억에 파동이 일어났다. 나에게 전진해온 그 파동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몸속에 박힌 흐릿한 기억들이 빠지지 않았다. 어머니 김 명선을 찾아갔다. 명선은 비교적 선명하고 촘촘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명선과 함께 연민과 증오가 섞인 기억을 꿰매가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매만졌다. 형 조 승제와 누나 조 은혜를 만나야 했다. 오랜 시간 오감이 없어 부담스러웠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영역에서 거리를 두고 말을 했다. 승제는 자신이 마주해야 하는 문제를 직면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간직한 아버지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은혜는 나에게 아무런 기억도 보여주지 않았다. 은혜의 집을 들르고 승제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거리가 가까워진 우리는 인심 쓰듯 서로의 삶을 훈계했지만 각자 자신의 공간을 일구고 버티며 살아가는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 각자의 삶을 존중했다.

소설 형식의 트리트먼트 작업이 끝나고 시나리오 초고를 들고 곽 진무를 찾아갔다. 진무는 자신의 답할 수 없는 삶의 순간을 반추해서 영화 <환상의 빛>을 발제했었는데 그것이 기억에 남았었다. 진무는 자신이 오랫동안 해왔을 질문과 답을 내게 들려주었고 가장 두려워했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소해주었다. 누나 김 현을 찾아갔다. 연극 무대에서 유연하고 강인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에서 반드시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현의 소개로 형 신 문성을 만났다. 짧은 대화에서 거리감과 특유의 가벼움이 느껴졌다.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여 고립시키고 싶었다. 어머니 변 중희는 이 나연 피디를 통해 소개받았다. 커다란 나무가 박혀 있는 듯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지만 여러 번 고민 끝에 어머니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 두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전 영화를 만드는 것은 기억을 서사로 변환하는 것에 중심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고 행위 자체를 형식으로 변환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행위란 부동적인 단면들에 운동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양한 형식과 진무의 상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처음 사용된 형식은 진무가 사진사라는 설정이었고, 진무가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을 합성하고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장면과 카메라 플래시를 이용해 가족들을 감싸 안는 장면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단면들을 충돌시키고 공간을 중첩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 이외 더 확장하기 어려웠다. 다시 형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진사라는 직업을 삭제하고 내가 가장 오랜 직업으로 삼았던 선반공을 진무의 직업으로 택했다. 이것은 몸으로 체득된 언어로만 글을 쓰겠다는 다짐과 연관이 있다.

캠코더는 즉물적 운동성 때문에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간단한 발상이었지만 확장성이 좋았다. 캠코더는 영화의 중요한 설정인 제 체감한다는 것과 공간을 나눌 수도 있었고 이을 수도 있었다. 기억의 단면을 다른 공간에서 제 체감하는 행위를 인위적인 캠코더와 카메라 질감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기틀을 세우고 서사적으로 역사가 담긴 공간(어머니 집)에서 진무가 오래전 몸에 담긴 행동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활기를 잃은 가을 공간에서 강인한 생명력이 뻗치는 여름 공간으로 넘어가는, 공간을 타고 가는 장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인터뷰 장면은 아버지와 진무가 뒤섞인 장면이 필요했고 질감 차이로 분리했던 학습을 그대로 증폭 시켜 공간을 나눴다. 공간을 만들어 나갈 때 자연스럽게 반사된 이중 공간을 생각했지만 배제하고 오히려 반대로 상이 맺힌 듯한 유리 너머 단일 공간을 이용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질문이 없었다. 질문을 만들기 위해 기억상실을 넣었다. 과한 설정이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보다 더 정확하게 질문을 관통하는 딜레마를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필름으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데이터 픽셀 알갱이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캠코더 영상과 현상된 필름에 빛 자체가 투과되어 만들어지는 환영이 충돌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쉽게 포기했다.

촬영은 금방 흘러갔다. 끝 무렵 제작비가 남아있지 않아서 시나리오를 수정하던 순간을 제외하곤 아무 기억이 없다. 모든 것이 끝나고 창신동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에 있던 커다란 조각이 빠져나가 공허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틈도 없이 잔금을 해결하기 위해 일용직을 나갔다. 편집이 끝나고 기획했던 대로 제작되었지만, 혹평이 쏟아졌다. 그 말들은 영화에 대한 부정이었지만 나 자신을 부정하는 거 같아 더욱 숨겨두었다. 1년이 지나갔고 상영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이 모여 보았고 그들의 반응에 촉각을 세웠다. 커지는 반응에 혼자만의 것이라고 숨겨두었던 것이 창피했다. 미싱사인 어머니는 우연한 기회로 시네마달에서 제작하는 하는 작품에 참여하셨다. 뒤풀이 자리에서 앞사람에게 집요하게 <작은 빛>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 앞사람이 시네마달 김 일권 대표님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고 오면 배급을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방치해 두었던 영화를 거침없이 다시 정리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영 기회를 얻었고 이 영화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소통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 버렸다고 자책하던 시기, 그 순간들은 비루한 활자에 휘둘렸을 때, 사십만 원이 아까워서 날아간 영화 파일 복구를 고민할 때, 상영 기회를 얻지 못했을 때, 매번 좌절했고 더욱 숨었다. 그 순간들을 온전히 같이 견뎌준 이 나연, 언제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감했던 곽 진무 그리고 이유 없이 믿어 주었던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질문은 단출했지만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근원을 부정할 것인가 인정하고 정리해 나갈 것인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 동안 따라다니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 도망 다니던 순간이 있었지만, 영화를 만들며 모인 여러 사람의 의지가 끝까지 답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진무는 깊숙이 뿌리박혀 버티고 있는 것을 마주하고 손수 짊어지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은 진무의 몫이다. 같은 역사를 지나온 가족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각자의 몫만큼 감당하며 비교적 평안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DIRECTOR’s INTERVIEW

Q. <작은 빛>을 제작하게 된 계기
원래 평범하게 직장 다니는 사람이었다. 영화에 나온 공장이 실제로 내가 일하던 곳이다. 아무래도 기술자의 일이라는 것이 끊임없는 반복 작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운동도 해보고 춤도 배웠다. 글을 쓰기도 했는데 괜히 우울해지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영상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캠코더를 사서 이것저것 촬영도 해보고 혼자 연기도 해봤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다음에는 직장을 관뒀다. 그때 퇴직금으로 찍은 영화가 <작은 빛>이다. 퇴사하고 나서 2016년 2월에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갔다. 당장 영화를 찍겠다는 마음은 아니었고, 쉬면서 무얼 할까 하다가 아버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 사촌 형이 아버지 산소라도 보고 가라고 해서 가게 되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셨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그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Q. 배우 캐스팅 과정과 연기 디렉팅에서 중점을 둔 부분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영화 만들기 동호회나 연기 모임에 참여했다. 한 번은 스무 살 무렵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발제하는 자리였는데, 그때 곽진무 배우를 처음 만났다. 다양한 직군의 참여자들 중에 유일한 배우였다. 워낙 긴 시간 동안 알아 오기도 했고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다른 배우들의 경우에는 모두 연극을 하는 분들이다. 특별히 디렉팅을 했다기보다는 최대한 편안하게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애매하고 어려운 요청인 줄은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리딩을 4∼5개월 정도 하면서 연극 톤을 빼는 데에 집중했다. 변중희 배우가 연기한 어머니 역할은 본래 다른 배우가 맡기로 했는데 촬영 두 달 전에 그만두셨다. 그만큼 굳어진 연기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 변중희 배우 역시 처음에는 연극 톤이 매우 강했다. 본업은 선생님이고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과 연극을 해오셨는데, 다행히 내 이야기에 많이 귀 기울여 주셨다. 녹화한 촬영분을 같이 보고, 내가 원하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재촬영하는 과정을 거듭 반복했다. 장면마다 연기 톤이 달라져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력해주셨다. 나중에는 어떤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병원 장면에서 변중희 배우의 연기는 시나리오와는 다르지만 너무 좋다. 내게는 나름대로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연기 디렉팅에 있어서는 촬영 4개월 전부터 긴 시간을 들여 밥을 먹거나 치킨을 먹으면서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제가 그런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서 집에서 젓가락질 등 행동을 분석해서 시나리오에 담았다.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쌓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편했다. 인물들이 이미 다 채색된 느낌이었다. 그분들이 저를 이해하고 있고, 저도 그분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방목하듯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감정의 호흡이 끊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움직임을 사전에 합의하지 않고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 앵글을 잡는 등 모든 중심이 배우들에게 맞춰지도록 노력했다.

Q. 곰팡이가 핀 벽이나 집 구석구석을 채운 손때 묻은 물건들이 담긴 집의 이미지가 가족의 가난과 고독을 증명하는 동시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담아낸다.
‘숙녀’의 집은 실제로 외할머니가 사시던 집이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집이기도 하고. 몇 해 전, 그 집에 갔을 때 빈 둥지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족이 오래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텅 비어 있다는 느낌과 동시에 고립감이나 허무감 같은 감정이 전해졌다. 위치는 강원도 정선인데, 주변은 숙박업소로 둘러싸여 있고 할머니 집만 낮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집들도 실제 우리 가족의 집이다. 제 집만 제 공간이 아니었다. 실은 애정이 가지 않았다. 엄마, 형, 그리고 누나 집에 방문했을 때는 가구 하나 배치만으로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습관을 미묘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제 집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어서 ‘진무’의 집이 거의 안 나온다. 형이 이런 길을 걷는구나, 누나가 이런 문으로 들어가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촬영했다. 찍으면서 울컥하는 순간들도 있었고 가능하면 따뜻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뭐랄까,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그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 매일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런 당신의 삶을 내가 지지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연민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리라는 안심 같은 것이 그 장면에 담기기를 바랐다.

Q. 영화 속의 영화, 카메라 속의 카메라라는 설정이 자칫하면 상투적이고 기술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두 카메라의 호흡이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인물들을 설명하는 데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와 카메라가 담아내는 표정이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설정을 가져온 이유가 있다면
아무리 자전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우리 가족은 이렇게 살았다’는 식의 상황만 따와서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캠코더가 떠올랐다. 가족들에 대한 영화를 찍는 카메라와 가족들을 촬영하는 진무의 캠코더를 평행으로 놓고, 카메라 안에 카메라가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싶었다. 자전적인 영화가 만들어지고 인물들이 그 안에 담기는 과정 또한 캠코더를 통해 보이기를 기대했다.
한편으로 영화와 캠코더 촬영 장면의 이미지 충돌은 실재하는 현실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사이의 차이이기도 한데,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충돌이라고 인식했다. 기획 당시에는 진무가 가족을 찍을 때의 마음과 내가 가족에 대한 영화를 만들 때의 마음이 각각 드러나고 또 연결되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캠코더 장면이 팽팽하고 운동성 있는 이미지라면,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진을 보듯 플랫하고 수평적인 장면으로 구성했다. 사진이라는 아이디어 역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다. 나는 어릴 적 가족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오래전 형이 육지로 올라갈 때 사진들을 전부 가져갔기 때문인데, 최근에야 그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실감도 안 나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넘겨보게 되더라.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마다 감정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같이 플랫한 이미지들이 영화 내에 차곡차곡 쌓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승하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랐다

Q. 진무가 기억을 잃어가는 캐릭터라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저는 기억, 환영 혹은 시간에 대한 철학을 하고 싶었다. 기억이 지워진다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근데 기억이 지워진다는 설정 자체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굉장히 상투적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그런 설정이 들어가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게 두려워서 캐릭터가 아무런 설정을 갖지 않게 되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제 친구들은 제 영화를 보면 대부분 재미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무런 설정 없이 가장 어려운 서사로 영화를 찍기보다 다른 사람이 가장 힘들이지 않고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덕분에 저는 가벼운 서사 안에 제가 하고 싶은 시각적인 표현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이 영화는 물론 엔딩이 없어도 좋은 영화이지만, 엔딩 덕분에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과 싸우는 영화를 만들었고, 끝까지 싸우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실 요즘 독립영화가 잘 보여주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많은 독립영화가 모호하고 열린 결말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척을 하지만 비겁할 때가 많아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 영화는 정말 강하다고 생각한다.
엔딩은 정말 못 찍을 줄 알았다. 이 영화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엔딩을 만들고 싶었는데, 제 스스로 정의된 게 없다 보니 다른 것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배급사인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가 ‘엔딩을 못 찍은 것 같다. 당신이 못 찍은 것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엔딩을 다시 찍어오면 배급하겠다’는 답변을 주셨다. 그 지적이 정확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었을 때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때문에 돈과 시간을 더 쏟을 자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김 대표의 말을 듣고 2년 만에 엔딩을 다시 찍고 지금의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침 적금도 만기였고(웃음).

Q. 캄캄한 밤에 숙녀의 집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장면이나 진무가 형광등을 달고 나서 스위치를 껐다 켰다 반복하는 장면은 빛을 이용한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동시에, 제목에 대해서도 곱씹게 되는 장면들이다.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는 장면이다. 저렇게 튼튼하게 잘 살아있기만 하면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편집을 했는지.
형광등 이미지를 몽타주로 만든 이유는 정선에 가서 로케이션을 돌다가 밤에 할머니 집 근처 방둑에 올라가서 풍경을 둘러봤다. 밤이었는데 집들마다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집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각자의 빛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광등 장면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빛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원래는 사람이 없는 공간만 있는 장면이었다. 빈 공간으로만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시나리오대로 찍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없는 공간을 버리고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이 단단해졌다. 이런 일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다들 이어져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제가 가족을 자주 만나러 다니지 않지만, 이렇게 가족 간의 단단한 느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진무가 숙녀의 집에 매단 새로운 빛과 가족들이 지닌 각자의 작은 빛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깜박깜박하는 형광등의 조명과 가족들의 모습을 교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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