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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Metropolis Metropolis

1927 독일

SF 상영시간 : 130분

감독 : 프리츠 랑

출연 : 브리키트 하름(마리아/로봇) 알프레드 아벨(요한) more

  • 네티즌8.64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지상세계의 프레더는 어느날 마리아를 통해 지하 세계의 비참한 생활상을 알게된다. 프레더가 그의 아버지 프레드슨에게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고 오히려 마리아가 주도하는 지하 세계의 집회를 목격한 프레드슨은 로트왕에게 마리아와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 지하세계의 노동자들을 교란할 것을 명령한다. 마리아를 복제한 로봇은 노동자를 선동하고, 지하세계는 홍수가 나며 공장이 노동자들에 의해 파괴된다. 그러나 마침내 지상세계에 모여든 노동자들은 로봇의 정체를 알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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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 총 81개 신으로 구성된 <메트로폴리스>는 제목이 암시해주듯 기계문명에 대한 불안으로 얼룩진 디스토피아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시각적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도입부의 고층빌딩, 거리장면, 공중의 다리들이 극단적인 조명과 세팅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풍요로운 지상세계와비참한 지하세계가 극명하게 대조되고, 마리아를 복제한 로봇 설정은 인 류문명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음을 웅변한다. 한편 <메트로폴리스>는 당시 혼란한 독일을 재건하는 방법으로 나치즘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또 마지막 대목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메트로폴리스>의 표현양식은 할리우드영화의 SF장르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 영화가 역사 바깥에서 만들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만일 볼셰비키 혁명이 에이젠슈테인의 <전함 포템킨>을 만들었다면,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는 나치즘을 ‘예언’하는 것이었다.

브레히트의 친구였으며, 루카치가 증오하는 예술가였고, 벤야민이 찬미했으며, 아도르노가 비난했던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가 프리츠 랑(1890~1976)은 건축학과 미술을 공부한, 괴테와 말러의 찬미론자였다.

그는 원래 화가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1차 대전에 참전하여 부상을 입고 후송된 병원에서 시나리오를 쓰면서 독일 영화의 거물 프로듀서 에리히 포머를 알게 되었고, <마부세 박사>(1924)를 만들면서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와 함께 독일 무성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러나 무르나우가 회화적인 표현주의를 추구했다면, 랑은 건축적인 표현주의 양식을 완성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촬영감독 카를 프로인트와 귄터 리타우, 미술감독 오토 훈테와 에리히 케텔후트, 카를 볼프레히트 같은 표현주의 영화의 주력부대를 이끌고 독일 최대의 촬영소인 우파 스튜디오에서 310일에 이르는 대작 <메트로폴리스>의 촬영에 들어갔다.

미래 도시 메트로폴리스는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행복하고 안락한 부르주아들의 지상낙원이고, 또 하나는 온통 기계로 둘러싸인 노동자들의 지하감옥이다. 지상의 가진 자들은 지하의 빼앗긴 자들의 노동의 대가로 천국을 소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상세계를 움직이는 자본가의 아들 프레더가 우연히 비밀의 문을 통해 그 끔찍한 지하세계로 내려가 천사 같은 소녀 마리아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노동자들의 유일한, 성녀와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과학자가 음모를 꾸민다. 그는 마리아를 납치한 뒤 마리아와 똑같이 생긴 로봇을 지하세계로 내려보낸다. 가짜 마리아는 노동자들을 선동하고, 지하세계의 노동자들은 계급투쟁을 향해 전진한다.

랑이 만들어내는, 이 어둡고 음침하면서도 무섭도록 열광적이고 흥분을 자아내는 계급투쟁의 우화는 공상과학영화라는 형식 속에서 무성영화 특유의 압도적인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는 독일 영화의 새로운 전통을 위해 당대 러시아 영화의 몽타주나 프랑스 영화의 아방가르드 전통을 모두 무시했다. 그 대신 영화 전체를 거대한 건축적인 유기체처럼 설계하고, 그 속에서 집단적 움직임과 기하학적 구도, 빛과 그림자의 날카로운 대비와 그 사이로 늘어선 기형적인 세트, 기계적인 카메라의 이동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아마 표현주의 정신을 이렇듯 탁월하게 구현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메트로폴리스>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선동과 집단 봉기라는 계급투쟁의 결과를 공상과학영화라는 모호한 변명 속에서 이상적이고 낭만적으로 변질시켰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는 자본가와 자본가 아들 사이의 화해로 변질된다. 결국 혁명은 폭동이 되고, 영화는 노동자계급의 패배와 부르주아 휴머니즘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메트로폴리스>는 무시무시한 인플레가 독일 전역을 휩쓸던 1927년 1월 10일 베를린에서 개봉되었다. 두 사람이 이 영화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사람은 아돌프 히틀러였고, 또 한 사람은 할리우드의 제작자 월터 윈저였다.

13년 뒤, 프리츠 랑은 나치 선전영화를 만들어달라는 괴벨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할리우드로 가 필름 누아르 영화의 선구자가 되었다. 아도르노의 말처럼 그는 ‘실패한’ 독일 영화의 바그너였다.

-정성일 영화평론가,<세계 영화 100>(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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