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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의 행방불명

신성일의 행방불명 Shin Sung Il Is Missing

2004 한국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103분

개봉일 : 2006-02-16 누적관객 : 1,508명

감독 : 신재인

출연 : 조현식 예수정 more

  • 씨네217.00
  • 네티즌6.58

천사님, 저는 못 먹어서 부은 거에요...

식욕이 죄가 되는 이상한 세계

버려진 새, 버려진 개들, 그리고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고아원, 이곳은 원장이 밥값을 아끼기 위해 세운 ‘식욕은 곧 죄’라는 극단적인 교리가 통용되는 이상한 세계다. 원장이 즐겁게 식사하는 것을 목격한 아이들은 그들의 수치심이 원장의 계략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되고 고아원에는 폭동의 기운이 맴돈다.

먹지도 믿지도 못하게 된 소년 신성일, 그의 행방은?

고아원에서 가장 믿음 깊은 소년 신성일은 금식까지 하며 원장의 교리를 따르지만, 도무지 빠지지 않는 통통한 외모로 인해 ‘숨어서 먹는다’는 비난을 받는 외톨이다. 그들의 교리를 무시하는 매력적인 전입생 이영애와 폭동을 꾀하는 친구 김갑수의 도발에도 꿋꿋했던 성일은 결국 닥쳐온 원장타도의 순간 어느 쪽에도 가담하기를 거부하고 고아원에서 뛰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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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3명참여)

  • 8
    김은형역시 문제는 웰메이드가 아니라 상상력
  • 6
    박평식날카롭고 진지하나 단편의 호흡을 끌어온 게 흠
  • 7
    황진미‘비유로써 말씀하심’일 테지만, 어딘가에 정말 있을 것 같다
제작 노트
About Movie1: 신재인의 진실은 전진한다
신재인, 그녀의 소설, 그녀의 영화, 그리고 <신성일의 행방불명>



그녀의 소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신재인에게 집에서 내정해 준 미래 직업은 감독이 아닌 박사였다. 박사가 되는데 픽션은 도움이 안된다는 집안의 방침에 따라 픽션은 금지되었다. 몇 권 갖지 못했던 소설과 국어사전만을 외우듯이 하며 우등생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 갑자기 비디오에 중독되었다. 단순히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매력에 반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에 결석한 그녀는 인생의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에게서 이야기가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단편집 <포도주>를 탈고했으나 출판해주겠다는 곳이 없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영화로 만들리라 결심하고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영화, 그리고 <신성일의 행방불명>

영화 아카데미에서 만든 단편 <재능 있는 소년 이준섭>은 알려진 대로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달기 전에는 1년 동안이나 수많은 영화제에서 쓴 잔을 마신 작품이었다. 다른 사람들 같은 재능이 없어 아무 것이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재능을 삼은 소년 이준섭이 자신의 먹음으로 좋아하는 소녀의 사랑을 얻고, 노숙자들을 구하고, 결국엔 세상을 구하는 상상을 하는 내용의 영화의 대해 평론가들은 불편해했고 독립영화계에서는 상업적이라고 했다. 그래도 음울한 화면을 지켜보다 보면 낄낄 웃음이 나오는 그녀의 영화는 미쟝센 영화제 코미디 부분 대상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뇌리에 그 이름을 남겼다. 이어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에서 그녀는 성경구절을 능청맞게 변형하며 ‘입만 열면 진실을 토해내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환상극을 연출했다. 병적으로 발전되며 흩어지던 상징적 장면들은 극적인 반전으로 하나로 모아지며,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각종 트로피를 안겨줬다.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앞의 두 작품에 얼마간 빚을 지고 있는 변증법적인 작품이며, 지금까지 신재인의 영화를 인정해주었던 관객들을 생각한 나름대로의 기획영화다. 먹는 행위에 대한 관심과 성경구절을 패러디해서 쓰는 것과 서늘하고 진지한 유머감각, 엽기적인 설정과 인물들이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녀만이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심을 담았다. 그리고 이 장편영화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켰다. 상영사고가 있었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반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화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심지어 재미있게 영화를 봐주었고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에 초청되어 베를리너 짜이퉁상을 수상했다. 독일, 일본, 영국, 홍콩, 밴쿠버 등에 연이어 초청된 <신성일의 행방불명> 덕분에 신재인 감독은 난생처음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영화들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처음에는 <잊혀진 아이1: 천사를 본 소년>이라는 제목이었다. 1이란 숫자가 이야기하듯이, <잊혀진 아이2: 김갑수의 운명>, <잊혀진 아이 3: 심은하의 잠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으로, 다른 두 편도 언제든 준비만 된다면 영화로 만들어낼 예정- 언제 어디서 투자자가 나타날 지 모른다는 이유로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보도자료에도 2, 3편의 트리트먼트가 수록된다-이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소문나기 시작한 첫 상업영화에 그녀는 이미 심각하게 몰두하고 있는 상태고, 언제나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 안 수십 편이 넘는 시나리오에 필름의 옷을 입힐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신재인랜드’의 입장권, 혹은 가장 난이도 낮은 놀이기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 중 무엇이든 혹은 아무 것도 아니든, 영화를 만들며 배우는 즐거움에 이미 심각하게 중독되어버린 여자 신재인의 진실은 전진하고 있다.


About Movie2: 믿음과 배반에 대한 원형질의 우화
우리가 아는 세상을 우리가 모르는 시선으로


신재인은 어느 날 사람들이 가득한 식당으로 들어서며 역겨움을 느꼈다. 어째서 아웃풋은 그리 부끄러워하면서, 인풋은 다같이 하고들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잠깐 머리가 나빠져서라고 설명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거기서 <신성일의 행방불명>이 시작됐다. 하지만 우화 형식의 스토리는 식욕에 대한 논리게임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직관을 담아냈다.
음식소비를 줄이기 위해 식욕이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는 보육원 원장의 논리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상식과 선악의 가치판단도 그런 논리에 근거한 가변적인 것임을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보여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한 논리를 붙잡고 산다. 아니 붙잡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런 논리가 언제나 먹힐 리 없고, 그것이 나 스스로를 해치기도 한다. 원장의 위선적인 논리를 철썩 같이 믿는 바보 같은 신성일이, 먹지 않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신성일의 이야기가 그래서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비만한 그의 신체는 그의 믿음을 배신한다. 신성일의 금식을 유도했던 원장선생님은 바깥 세상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라’고 권유하며 성일을 배신한다. 먹지도 믿지도 못하게 된 소년. 그 후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나이 어린 배우들이 등장하는 ‘우화’를 통해 비참한 ‘어른들의 세계’를 –다행히도 괜찮은 유머감각을 가지고-이야기하고 있다. 상상력 넘치는 위조된 세계 에서 독특한 내러티브와 온갖 비유 및 상징을 음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겠으나 그 모든 것을 상관치 않더라도-신성일 씨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영화를 보더라도-성일과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마음이 가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About Movie3: 신성일, 이영애, 김갑수의 스타 캐스팅
근데 신성일씨는 어데서 나왔노~?


<신성일의 행방불명>이 처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는 상당한 수의 장년층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러 왔다. ‘신성일’씨를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만나보려는 의도였다. 물론 의도 그 자체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다행히 불쌍한 소년 성일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이름을 신성일, 이영애, 김갑수라고 함으로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이용해서 특별한 효과를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감독은 스스로 살면서 신성일, 이영애라는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나왔으므로 그 이름에 단 한 사람만을 떠올리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신성일이 주인공이 된 것은 ‘그’ 신성일 때문이 아니라, 이름만 같을 뿐 수 많은 다양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 다른 ‘신성일들’에 대한 관심 덕분이었다.


About Movie4: 목숨 걸고 찍어낸 스펙터클이다
현실이 잔인할 수록 유머는 빛난다. 신재인표 ‘독립영화제작체험’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지금까지 신재인 감독의 첫 장편. 난생 처음 장편 영화를 준비하면서 단편 때만을 생각했으니 적은 인원에 일은 끝이 없었다. 파주의 버려진 축사에 허락도 받고 고아원의 모양새를 지어 넣고 열심히 촬영을 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갑자기 찾아온 지역의 검은 그랜저가 자신을 밀어버리려고 한 적도 있다고 감독은 고발한다. 가뜩이나 추운 허허벌판의 모래바람에 스탶들은 하나 둘 감기로 쓰러져갔고(감독 제외) 힘들게 캐스팅한 아역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단체 씬이 필연적으로 많은 영화였으니 그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킹콩> 못지 않은 스펙터클이었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도 아쉽고, 촬영 도중 제작비가 끊겨 마음을 앓았던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장에서 무엇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독은 말한다. 현장의 쾌락과 괴로움들에 대해, 그녀는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홈페이지 (www.shinjaneland.co.kr) 한 켠을 통해 ‘독립영화제작체험’에 대한 신재인표 에세이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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