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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사이렌: 불의 섬’

“남경에게는 ‘형사님, 형사님’ 하는데, 여경한테는 ‘아가씨’라고(해요). 아가씨가 아니고 형사입니다.” 해양경찰로 근무 중인 이슬의 말은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의 출발점과 근간을 요약한다. 소방관, 군인, 경찰관, 스턴트 배우, 경호원, 운동선수 등 여섯개 직업군에서 선발한 여성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남성만의 것으로 인식되었던 영역에서 자신의 한계와 맞서고 외부의 편견과 싸워온 사람들이다. ‘쉽지 않은 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직업적 자부심은 일주일 동안 섬에서 생존을 다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그대로 반영된다. 소방관과 경찰관의 미묘한 라이벌 의식, “군인은 지키는 게 업이고 우리는 싸우는 게 업”이라는 스턴트 배우의 말은 공격성이 흠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계에 몸담아온 이들 특유의 태도다.

여성이 남성 집단의 예외적 존재로 백안시되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과 개성을 그대로 보일 기회를 얻었을 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폭은 좀더 넓어진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열광했던 시청자라면 또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관계성과 캐릭터는 <사이렌: 불의 섬>의 핵심 재미다. 나무에 오르다 다친 리더 김현아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장작 패기 미션에서 선발을 자처하는 소방팀 정민선, 상의를 벗어던지고 통나무 장작 30개쯤은 거뜬히 패는 군인팀 강은미의 솔선수범은 승부를 떠나서도 매력적이다. 전략과 팀워크가 중요한 기지전을 앞두고 서로의 기지를 정찰하고 지형지물을 확인하며 암구호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팀별 특성 또한 흥미롭다. 맞붙을지 손잡을지를 3초 만에 판단해 동맹을 맺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동맹을 지키려다 같이 죽느니 일단 살아남기 위해 손을 놓는 이들도 있다. 참가자들이 도끼로 문을 부수고 맨손으로 벽을 타며 상대의 깃발을 빼앗으려 전력을 다할 때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은 덤이다.

CHECK POINT

<사이렌: 불의 섬>에서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른 직업별 반응도 엿볼 수 있다. 창문을 부수고 들어온 군인팀에 홀로 맞서다 깃발을 빼앗긴 경찰팀은 “사건 (출동)할 때 영장 있어도 안에서 막는 걸 보면 왜 그럴까 싶었는데 이제 알겠다”라고 말한다. 패놓은 장작을 이용해 불을 켜야 하는 미션 앞에 “꺼보기만 해서 피우는 건 어렵다”라고 털어놓던 소방관팀은 이런 농담을 던진다. “불 피우는 게 이렇게 힘든데 무슨 화재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