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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카운트’, 스포츠 윤리의 문제를 짚는다
임수연 2023-02-22

1998년 진해, IMF 금융 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웬만해선 잘 풀리지 않는 파마가 유행하던 시기, 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시헌(진선규)은 고등학교에서 ‘미친 개’라 조롱당하는 선생님이 됐다. 사실 그에겐 결승전에서 편파 판정으로 상대 선수를 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자국민에게도 비판받았던 불명예스러운 과거가 있다. 은퇴 후 별다른 의욕 없이 교사 일을 하며 살던 시헌은 우연히 얼굴마담으로 참석한 복싱대회에서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만난다. 윤우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운동을 포기하려던 상황. 시헌은 자신의 학교로 전학 온 윤우를 중심으로 복싱 아니면 퇴학을 당하겠다고 우기는 환주(장동주), 학폭 피해자라서 자신의 몸을 보호할 무기가 필요한 복안(김민호) 등을 설득해 교내 복싱부를 만들고 ‘진짜 금메달’을 받겠다는 일념하에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심지어 아내 일선(오나라)에게도 숨겼던 연금 통장까지 탈탈 털어 대회 출전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모습에 시헌의 진심을 의심했던 학생들도 하나씩 마음을 연다. 선수들의 실력보다 파벌이 중요한 스포츠계의 악습은 어린 유망주를 발굴하는 전국체전에서도 기승을 부리지만, 시헌과 윤우는 불공평한 판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KO승’을 목표로 경기를 준비한다.

<카운트>는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희생되는 스포츠 윤리의 문제를 짚고, 경기의 패자는 물론 승자까지도 편파 판정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명료한 메시지를 쉽게 전하는 대중영화다. 여기에 80~90년대를 설득력 있게 구현한 촬영과 미술이 다소 예상 가능한 클리셰에 생동감을 더한다. 극중 캐릭터들이 직접 등장하는 88 서울올림픽 경기 중계 영상이나 뉴스 장면은 4:3 비율로 촬영해 마치 실제 기록을 가져온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목조주택이나 구멍가게를 중심 공간으로 설정해 1998년 진해라는 시대적 배경을 구체화했다. 다만 스포츠의 역동성과 휴머니즘을 적절히 배합해 완성되어야 할 클라이맥스가 약한 점은 아쉽다. 최근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을 위시한 콘텐츠들이 재차 증명했던 것처럼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땀 흘리는 이미지 자체가 주는 감동은 있지만, 시헌과 복싱부 일원들의 관계가 매력적으로 구현되지 못해 그 이상의 감동까지 가닿지는 못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라이트미들급 금메달을 땄으나 당시 편파 판정 의혹으로 한국인에게까지 비난을 받다 은퇴했던 박시헌 전 복싱선수(이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 편파라는 게요. 이긴 놈도 진 놈도 둘 다 X되는 게 편파입니다, 예?”

편파 판정 이후 운동도 인생도 망가진 시헌이 돈으로 전국체전 우승을 사려는 작자들에게 하는 말.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절실하게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CHECK POINT

<해결사>(감독 권혁재, 2010)

<카운트>는 <해결사>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맡았던 김정민 필름케이 대표가 다시 한번 권혁재 감독과 함께한 영화이기도 하다. <해결사>와 <카운트>의 주인공은 모두 과거의 어떤 사건을 겪은 후 다른 사람이 된다. 편파 판정 이후 인생이 바뀐 박시헌처럼, <해결사>의 강태식(설경구) 역시 한때 잘나가던 형사였지만 어떤 사건 이후 지금은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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