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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 문제적 인간에 끌린다
김성훈 사진 씨네21 사진팀 2020-04-02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지옥은 인간의 욕망이 격렬하게 끓는 용광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 <갈증>(2014) 등 그의 전작은 냉탕과 열탕을 오가며 인간 욕망의 이면을 탐구하고, 또 들추어낸다.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원작 소설 <보기왕이 온다>가 그렇듯이, 그의 신작 <온다>는 히데키(쓰마부시 사토시)와 카나(구로키 하루) 그리고 노자키(오카다 준이치) 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점이 바뀔 때마다 그들의 본심이 드러나고, 그 민낯은 꽤 섬뜩하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과 서면으로 <온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메일이 아닌 손수 쓴 편지도 함께 싣는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은 이메일 질의서에 손글씨로 답변을 보내왔다.

-사와무라 이치 작가가 쓴 원작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등장인물들이 매우 다양했다. 현대적인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도 있는 반면, 영매사 코토코(마쓰 다카코) 같은 만화에 나올 법한 인물도 있었다. 인물 유형의 폭이 넓은 점에 강하게 매료됐다. 이 이야기의 장르는 호러인가, 인간의 비극인가 아니면 코미디인가. 영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밝혀내고 싶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히데키와 카나 그리고 노자키 세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형식인데, 원작의 구성을 따른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전개 방식을 고민하진 않았나.

=원작을 읽었을 때 이 구성이 아니면 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다고 생각해 다른 형식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 인물의 시점으로 같은 사건과 풍경을 바라보니 미처 볼 수 없던 인간의 이면까지 드러나는데 그게 꽤 섬뜩했다.

=원작은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소설인 동시에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하는 음침한 귀신같은 면모를 그러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무섭고 음침한 면모를 부각하고 싶었다. 그게 오히려 진짜 귀신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겉과 속이 다른 히데키와 그에게 속아 고생하는 카나의 결혼 생활이 안타깝더라. 히데키는 말로만 좋은 아버지, 남편인 척하는데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때마다 한심했다.

=원래 내 영화에는 문제 있는 인간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훌륭한 사람에게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나 또한 문제가 있는 인간이라 문제적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들을 그려내는 데 특별히 고민한 건 없었다.

-쓰마부키 사토시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 궁금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히데키는 문제가 있는 인간인데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스스로 전혀 깨닫지 못한다. 그런 면모를 단순히 진지하게만 표현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코믹하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렇다고 해서 세세하게 주문하지 않아도 쓰마부키 사토시는 훌륭한 배우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했다.

-카나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어머니와의 연은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히데키와의 결혼 생활 또한 순탄치못해 박복하다. 그런 모습이 전작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를 떠올리게 하더라.

=그럼에도 마츠코와 카나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극중에서 카나를 괴롭히고 그의 정신을 잠식해가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츠코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서 두 여성 캐릭터가 겹치는 일은 없었다.

-구로키 하루의 어떤 점이 카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구로키 하루가 카나 같은 여성을 연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캐스팅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워낙 실력 있는 배우라 카나의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적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마코토(고마쓰 나나)와 코토코 자매가 굿을 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호러 및 오컬트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 시퀀스는 장르적으로 접근했을 것 같은데 연출을 하는 과정에서 신경 쓴 건 무엇인가.

=신경 쓰기보다는 완전히 즐겼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아, 영화를 찍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촬영 현장에서 내내 싱글벙글했다.

-한국에서 지난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 <갈증> 등 감독의 전작들을 모아 상영한 특별전이 열렸다. 개인적으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무척 좋아하는데, 전작 중에서 유독 애착이 가는 작품이 뭔지 궁금하다.

=예전 영화보다는 최근작을 더 좋아한다. 관객의 반응이나 취향과 별개로, 나의 작업이 최근 들어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영화의 규정이나 문법에 집착하고 얽매였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즐겁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이 등장하면서 젊은 관객은 과거에 비해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는다. 급변하는 산업을 지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점점 변화하는 만큼 영화는 재미있는 매체다. 최근의 변화를 즐기려고 한다. 그럼에도 <온다>는 음향을 신경 써서 만들었기 때문에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리의 박력을 체감하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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