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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거리로 나온 여성들
정소연(SF 작가) 2022-11-24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이란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마흐사 아미니는 22살 여성으로, 지난 9월13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되어 구금 중 의문사했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의문사가 지병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희생자가 지하철역 근처에서 구타당하는 모습을 여러 사람들이 목격했고, 시신의 CT검사 결과 머리 골절과 출혈이 확인되었다.

머리카락을 보일 자유는 머리카락을 왜 가려야 하는지, 히잡이 종교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무관하다. 어떤 이유도 ‘내가 내 몸에서 보일 부분과 보이지 않을 부분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는 수많은 이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여성들은 앞장서 자신의 히잡을 불태우거나 벗어 들었다. 그러나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는 강경 진압되고 있다.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이 체포·구금 중이고, 기소된 시민은 2천명을 넘어섰다. 집회, 시위 참가 과정에서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보수적인 통계에서도 사망자가 최소 1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위 참가자에 대한 첫 번째 사형선고가 있었다. 이란 정부는 모든 시위 참가자들에게 사형을 언도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죄목은 반정부, 반체제 선동과 공공기물 파손이다.

머리카락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머리카락을 가리거나 가리지 않을 권리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사람이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설 수 있다. 히잡을 벗을 자유에 대한 갈망은 치마 교복을 입지 않을 자유를 원했던 10대, 안전한 1인 여행과 밤 산책을 꿈꿨으나 실제로는 매일 밤 12시 전에 귀가했던 20대, 임신과 출산을 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를 지키기 위해 버둥거린 30대의 나에게 닿는다. 나는 한번도 나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선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주어진 권리가 다른 여성들이 목숨을 건 결과라는 사실을 안다. 동시대 이란 여성들의 처절함을 당사자처럼 느낄 수는 없지만, ‘그냥 히잡 한번 다듬어 쓰면 해결될 텐데’, 그러지 못하고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을 여성 동지로서 감히 이해한다.

한국의 시민1이 이 히잡 혁명에 연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재한 이란인들의 한국 내 집회에 관심을 가지고 소식을 공유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당신들의 절박함이 들린다고, 연대한다고. 우리 부디 함께, 살아서 자유롭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