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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로런 해더웨이 감독의 '더 노비스'
김혜리 배동미 정리 남선우 2022-05-27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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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비스>

김혜리 @imagolog 오늘 다룰 작품은 로런 해더웨이 감독이 처음 연출한 작품 <더 노비스>입니다. 제목도 ‘신참’이란 뜻이죠. 감독은 음향 편집자 출신인데, 작업했던 영화 중 <위플래쉬>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위플래쉬>에 묘사되는 자학적인 성취 욕구가 <더 노비스>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요. 그러나 전체적인 주제의식이나 스타일, 장르는 완전히 다릅니다.

김혜리 @imagolog <더 노비스>는 스릴러보다 호러에 가깝습니다. 공포영화에는 괴물이 있잖아요. <더 노비스>의 몬스터는 주인공 자신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못하는 일은 하기 싫어하는데 가끔 가다 굳이 못하는 것을 정복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도 있죠. 그런 사람이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 현대사회가 반가워하는 일꾼이 되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알렉스는 병적인 단계로 넘어가 있습니다.

김혜리 @imagolog 대학 신입생인 알렉스는 한마디로 물리학에 제일 약해서 그걸 전공으로 고른 사람이에요. 그런 알렉스가 택한 과외활동은 조정입니다. 노를 젓는 게 보통 근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 데다 단체경기잖아요. 특별히 신체조건이 좋아 보이지 않는 데다 협동에도 서툰 알렉스는 그것마저 이겨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조정은 스포츠이기에 타고난 재능도 큰 변수가 되죠. 게다가 단체경기인 만큼 알렉스에 대한 다른 부원들의 태도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알렉스는 동료들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포지션 다툼에서 패했다고 분해합니다. 잠을 줄이고 부상을 얻어가며 훈련을 밀어붙여왔는데, 남의 행동은 개인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폭발해버린 알렉스의 강박은 자해로 이어집니다.

김혜리 @imagolog <위플래쉬>가 예술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논쟁하게 한다면 <더 노비스>는 심리에 관한 영화입니다. 쾌락은커녕 자기를 해하는 고통쪽으로 이끄는 욕망도 엄연히 존재함을 보여주죠. 모든 이미지와 사운드가 총력을 기울여서 알렉스의 내면을 표현합니다. 예외적인 몇 순간을 제외하면 스타일 면에서 로코코적으로, 가능한 모든 형식적 장치들을 동원해서 내면의 강박적인 명령과 극단적인 피로를 묘사합니다. 그래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처럼, 마약으로 인해 빚어지는 인간의 환각 상태를 그린 영화를 연상하게 되죠.

김혜리 @imagolog 특히 복잡한 사운드를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로런 해더웨이 감독이 이전에 사운드 에디팅을 맡았던 영화들이 예사롭지 않아요. <저스티스 리그> <헤이트풀 8> <위플래쉬> 모두 아드레날린이 용천수처럼 솟아나는 영화들이잖아요. <더 노비스>의 사운드 감독은 따로 있습니다만 이런 작품들이 눈에 띄는 걸 봤을 때 표현주의적 사운드가 해더웨이 감독의 스타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평이하고 밝은 음악이 괴기한 느낌의 음향으로 분열된다거나 태평한 멜로디의 미국 팝송을 역설적인 상황에서 사용해 싸한 느낌이 들게 하죠.

김혜리 @imagolog 또한 영화는 알렉스가 다음에 해야 할 일, 이뤄야 할 것을 계속 머릿속 목소리로 듣고 있다는 걸 알려줘요. 청각이 내면을 향해 있는 거죠. 결국 이 영화는 비극인 동시에 굉장히 보편적인 얘기 같습니다. 알렉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취는 눈에 보이는, 서열을 매길 수 있는,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에 한정되어 있죠. 자기가 하는 일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어떻게 보면 근면한 인생철학일 수도 있지만, 일이 없을 때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물었을 때 굉장히 위험스러운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더 노비스>와 함께 보면 좋을 작품

<피아니스트>

배동미 @somethin_fishy_ <피아니스트>는 2001년 칸에서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더 노비스>처럼 여성의 불안정함, 예민함, 강박을 그리면서도 <더 노비스>와 다르게 주인공의 도착적인 모습을 과장된 템포로 묘사하지 않고, 단정한 프레임 안에서 시간을 들여 보여줍니다. 음악도 피아노 연주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영화 문법의 차이에 주목해보셨으면 합니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이 영화가 문의 영화라는 점인데요, 문은 공간 안팎을 오가는 물리적 장치잖아요. 인물들이 문을 여닫거나, 그 위를 넘어 다니는 장면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문을 하나의 메타포로 여기고 해석해본다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세인트 모드>

남선우 @pasunedame <세인트 모드> 또한 저비용 고효율의 편집 스타일을 자랑합니다. 인서트컷이 굉장히 많고, 점프컷도 강렬합니다. <더 노비스>처럼 강한 사운드로 인물의 심경을 대변하고요. 무엇보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가톨릭 신앙에 집착하는 모드가 <더 노비스>의 알렉스와 닮았다고 느꼈어요. 둘 다 파리한 인상의 젊은 여성이고, 남의 말을 절대 듣지 않죠. 우리는 강박적인 인물을 볼 때 자꾸 ‘왜?’라고 묻는데, 저는 강박에 명쾌한 이유를 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그래서 두 작품이 인물들이 가진 이상한 믿음의 출처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아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이에 동의하는 분들이 이 두편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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