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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4호 [인터뷰] 조광진 감독 “웹툰, 드라마, 영화… 난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
정예인 사진 최성열 2022-07-10

<카브리올레> 조광진 감독

오지아(금새록)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맡은 업무는 야근해서라도 끝마치고, 동료와 상사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해 신뢰가 두텁다. 그런 지아에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흉선암 선고를 받은 데다 친한 친구의 불행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 후 예전처럼 지낼 수 없었던 지아는 결국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오픈카 ‘카브리올레’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지아가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겪게 되는 사건·사고로부터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는 지금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각본가이자 원작 웹툰 작가로 잘 알려진 조광진 감독이 연출·제작한 첫 장편영화 <카브리올레>의 뒷이야기를 청해봤다.

-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는데, 소감을 전한다면.

= 함께 해준 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적은 예산에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촬영 내내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 그럼에도 다 같이 열심히 해주셔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는 개봉을 위해 힘내보려고 한다.

- 웹툰이나 드라마 각본이 아닌 영화 연출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하다.

= 나는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해당 장르의 호흡에 맞춰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촬영 현장을 방문하게 됐다. 2시간을 구경했는데 마치 10분을 머문 것처럼 즐거웠다. 그때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에 옮기게 됐다. 영화 연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곧바로 현장에 뛰어든 것이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내성적인 편이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다.

- 7억 원 가량의 영화 제작비를 직접 투자했다고 들었다.

= 스스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투자받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내가 투자해 찍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섣불렀고 건방진 생각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다 보니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고 도와줘 잘 해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직접 투자한 만큼 대중적인 스타일을 조금 내려놓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었다. <이태원 클라쓰>로 번 수익금의 대부분을 <카브리올레>에 투자했지만 후회는 없다. (웃음)

- 번아웃 증후군 상태인 지아 역은 금새록 배우가, 지아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 전 남자친구 정기석 역은 강영석 배우가, 영화의 키포인트를 담당하는 이병재 역은 류경수 배우가 맡았다.

= 금새록 배우는 일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금새록 배우에게서 밝은 성격에 열심히 일하는 오지아의 일면을 봤다. 그래서 가장 처음으로 대본을 전해드렸고 감사하게도 함께 해주었다. 이병재 역을 정할 때는 <이태원 클라쓰>에서 같이 작업한 경험이 있는 류경수 배우가 바로 떠올랐다. 연기력에 대해서 잘 알기도 해서 곧바로 대본을 보여드렸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셨다. 강영석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정기석 역할과 너무도 닮아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 <카브리올레>를 연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힘들었던 하루가 떠오른다. 밤에 촬영해야 하는 비닐하우스 신이 있다. 경험이 있는 감독이라면 미리 타이트하게 시간 계획을 세웠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촬영 도중에 점점 주변이 밝아지는 일이 생겼다. 장면의 특성상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해야 했는데, 무리하게 강행하다 중단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죄송한 마음밖에 들지 않더라.

- 자기 작품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편이다. <카브리올레>에 대해 평해본다면.

= <카브리올레>는 겁내지 않고 도전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오지아가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이병재 역이 초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다른 작품에서 하지 않는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변주하는 과정에서 대폭 수정했다. 대중성을 조금 내려놓고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그 지점이 누군가한테는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 아무래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 최근에 <이태원 클라쓰>를 리메이크한 <롯폰기 클라쓰>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때 인기를 실감했다. 일본의 도쿄 한 복판에 <롯폰기 클라쓰>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는가 하면, 우연히 본 TV 방송에선 <이태원 클라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이런 일에 감흥이 크지 않은 편인데도 정말 좋았다. 국위 선양한 기분도 들고. (웃음) 사실 리메이크한 작품이 별로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1화를 본 후 재밌어서 안심했다. 한국 드라마와 템포가 다른 점도 흥미로웠다. 16부작을 13부작 정도로 줄이는 과정에서 이야기 전개가 빨라져서 영화 같아 재밌더라.

-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 현재는 웹툰 <홀리데이> 연재를 시작했고, 드라마도 한 편 집필 중이다. 웹툰은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아이가 생기다 보니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 기후 위기에 관해 조사하면 할수록 공포가 몰려왔다. 사실 작가 의식이 있어 사회적인 문제를 깊이 다루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작가 의식을 갖고 그려보고 있다. 드라마는 방송국에 관한 이야기다. <이태원 클라쓰>의 극본을 쓰면서 드라마 작업에 대한 재미를 느껴서 이를 담아내고 싶었다. 방송·만화·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갖는 영향력에 관한 내용도 넣으려 한다. 일전에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원양 어선을 타러 갔다는 시청자의 메일을 받은 일이 있다. 그때 콘텐츠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실감했다. 앞으로는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중문화가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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