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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에세이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김지우 작가와의 대화
이다혜 정리 배동미 2022-07-29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학교에 함께 있기를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매주 수요일 혹은 금요일 밤 11시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i/spaces/1BdGYwylowAxX?s=20)

이다혜 @d_alicante ‘다혜리의 작업실’ 11번째 게스트는 에세이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를 펴낸 작가 구르님입니다. 책에 실린 저자 소개를 인용하며 구르님을 소개하겠습니다. “김지우보다 ‘구르님’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해진 22살. 6년차 유튜버. 다중 페르소나의 혼란을 겪고 있다. ”

김지우 @rolling_guru 안녕하세요, 구르님입니다.

이다혜 @d_alicante 제목처럼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시원함이 있나요?

김지우 @rolling_guru 약간 아쉽긴 합니다. 책을 통해 저를 처음 접하실 수도 있어서 엄청 깊은 속얘기를 할 순 없었고요. 절 처음 만나는 분들도 이해할 수 있을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여러 이야기를 썼어요. (웃음)

이다혜 @d_alicante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구체적으로 염두에 둔 예상독자가 있나요?

김지우 @rolling_guru 평소 장애아동 양육자 분들이 고민을 담아 제게 자주 연락하거든요. 어떻게 좋은 답변을 할 수 있을지 몰라 다 답장을 드리진 못해요. 오히려 제 답변보다 나를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장애인을 자식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혼란을 겪는데요. 주변에 장애아동을 키우는 사람이 없고, 자신이 경험할 미래에 관해 들어본 적 없으면 더 두렵겠죠. 장애를 갖고 이렇게 자란 내가 있고, 아빠 태균과 엄마 현미, 그리고 여동생 지원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어요.

이다혜 @d_alicante ‘유튜브와 함께 성장한 크리에이터 50인’에 선정되셨더라고요. 그때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애를 무겁거나 어려운 것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라고 얘기했어요. 책을 쓰면서도 비슷하게 톤 조절을 하셨을 것 같거든요.

김지우 @rolling_guru 장애인 이야기가 등장하는 책과 영화, 드라마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소화 방식은 일관돼 있어요. 반성할 점을 얻어가고 싶어 하거나, 슬픈 지점을 발견하고 싶어 하거나, 불행 서사를 소비하고자 하죠. 전 이런 소화 방식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 슬펐지만 별로 안 슬프지롱!’ 이런 톤으로 글을 쓰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이다혜 @d_alicante 장애인이 한 공간에 있을 때 비장애인이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에 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이를 더이상 모르는 척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요. 항의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묻고 싶었어요.

김지우 @rolling_guru 사실 시선을 건네는 것과 질문을 하는 것엔 분명 위계 관계가 있어요. 사람들은 무섭거나 어려운 사람과 있을 때는 눈을 피하죠. 그런데 왜 장애 당사자에게는 계속해서 시선을 주고 실례되는 질문을 쉽게 하는지에 대해 책에 적었어요. 저도 그런 시선에 예민했던 시기가 있었고, 밖으로 나가는 게 불안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친구들이 저를 향한 시선에 “뭘 봐!”라고 소리치며 항의하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진 ‘저 사람이 왜 나를 쳐다보지? 내가 튀나?’ 생각하면서 이유를 자꾸 나에게서 찾았는데, 시선을 두는 사람에게 지적하는 순간, 그 책임이 나의 것이 아닌 게 되는 거예요. 원치 않는데도 쳐다보는 상대방의 잘못이기 때문에 무례함의 이유를 나한테서 찾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더이상 튀기 싫다거나 나를 내보이기 싫은 마음도 없어졌어요.

이다혜 @d_alicante 책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건 “내가 만났던 사람 중 정말 착하고 친절하면서 장애인과 생활해본 적 없는 사람보다 나와 1년 함께 생활한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친구가 나를 더 편하게 대해준다”라고 쓴 대목인데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지내는 경험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지우 @rolling_guru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교육부터 같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계속 갖고 있어요. 비장애인 친구들이 처음엔 저를 어려워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그런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요. 비장애인들이 서로 성격을 파악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면서 친해지듯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행동양식을 파악하고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친해지는 거죠. 저는 몸과 몸이 익숙해진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같이 생활하다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익숙해지는 순간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청소년기에 그런 기회 없이 사회에 나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훨씬 더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지금 환경에선 비장애 학생 중심인 학교에서 장애인이 맞추는 느낌이고 이 부분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학교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동미의 책갈피

- 이번 책을 쓸 때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서 글을 쓰셨나요?

= 전 누구한테 생색내는 걸 좋아해서 ‘나 지금 작업한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거실에서 작업을 많이 했어요. (웃음) 마감 직전이 될수록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녹음기 앱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말로 풀어낸 뒤 그걸 옮겨서 원고를 만들기도 했어요.

- 이번 책이 첫 단행본인데요. 책의 실물을 처음 본 순간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낯설기도 하고 좀 민망하기도 했어요.

- 유튜브 영상을 본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물음표가 남았으면 좋겠다고 쓴 대목이 책에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를 읽은 독자들에게 어떤 것이 남았으면 하고 바라나요?

= 똑같이 물음표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이 고민해주고 더 좋은 얘기를 발견하고 나누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