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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시장의 말 한 마디로 영화제의 미래 결정할 수 있나" 강릉, 평창에 이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존폐 논란
김소미 최성열 2022-09-30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지방선거 이후 벌어진 국내 영화제의 잇단 예산 지원 중단과 폐지 상황에 반대하며 영화인들이 연대 행동에 나섰다. 지난 9월24일, 고양시에서 열린 ‘영화제 지원 축소 및 폐지에 따른 영화인 간담회’에는 총 5개 영화제 집행부 책임자들이 모여 경과 보고 및 향후 지역 영화제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 7월부터 강원도 강릉시가 강릉국제영화제(이하 강릉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이하 평창영화제)에 대한 지원 중단을 차례로 발표해 강릉영화제는 2022년 개최를 무산하고, 평창영화제 또한 지속이 불가능해졌다(<씨네21> 1367호 뉴스 ‘강릉국제영화제, 개최 중단’, 1371호 뉴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이대로 사라지나’ 참고). 이어 8월에는 충청북도가 충북 무예액션영화제에 예산 재점검을 이유로 지원 중단을 통보했고, 울산시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울산국제영화제를 폐지하고 예산의 일부를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9월16일 열린 제262회 부천시의회 제1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양정숙 시의원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폐지 의향과 영화제 운영 전반에 관한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양 의원은 “시가 영화제에 매년 약 70억원의 예산을 들이는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시민 의견이 다수”라고 발언했다. 앞서 강릉·평창영화제 중단을 결정한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와 김홍규 강릉시장은 영화제 예산을 줄여 지자체의 부채를 갚고 출산장려정책, 청년예술인 지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거론한 바 있다.

경제 논리인가, 정치적 발상인가

예산 대비 경제적 효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4개 지역 영화제가 단 몇 개월 사이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여기에 부천영화제 또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방은진 평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담고 있는 지역의 상징성과 가치, 문화의 격을 수치로만 환산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지자체의 경제 논리에 맞추어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적은 예산으로 젊은 인력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리조트밖에 없던 대관령면에 약 50개의 로컬 파트너를 만들어냈다”라고 반박했다. 김형석 평창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지방선거 이후 변화한 정치적 지형도 속에서 전임자 흔적 지우기식의 시정 운영이 끼친 피해도 언급했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강릉·평창영화제의 지원 중단 과정에서 ▲지자체의 일방적인 영화제 존폐 언급 ▲공식적인 미팅 및 답변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 중단 ▲영화제 예산을 출산장려정책, 청년예술인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포퓰리즘적 정책 홍보의 세 가지 단계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성명서를 준비해 “지방선거의 문화예술 정책이 4년마다 선출직의 뜻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영화제 출품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창작자들, 그리고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영화제의 노력은 한순간에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규탄했고,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존립 목적에 관한 근본적 성찰과 긴 안목을 요구했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영화제)가 개최 중인 가운데 참석한 정상진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도지사, 시장의 말 한마디로 영화제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자본에 잠식된 한국 영화산업 속에서 영화 다양성, 신진 창작자 발굴, 시민 문화권 증진 등을 위한 영화제의 존재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직접경제효과도 계산해야

신진 영화제인 강릉, 평창과 올해 26회를 맞이한 부천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영화제를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꼬집었다. “부천문화재단과 함께 계산해본 결과, 개최 이래 부천시의 지원금은 약 340억원이지만 그동안 영화제가 창출한 직접경제효과를 계산하면 1500억~2천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영화제 기간 동안 부천시를 방문한 시민 1인당 평균적으로 사용한 액수를 계산한 결과로 여기에 지역을 방문하는 영화인들이 만드는 홍보 효과가 더해진다”라는 주장이다. 이후 신철 집행위원장은 <씨네21>과의 통화에서 양정숙 의원의 시정질문 이후 아직까지 조용익 부천시장과 공식적으로 소통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영화제를 통해 유입된 관객의 실질 소비지출과 홍보 효과가 영화제 예산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해 신뢰성 있는 기관에 의뢰해 영화제의 경제효과를 증명하는 방안도 찾겠다”는 신 집행위원장은 “우리 영화제측에서도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고, 시 관계자들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인 10월8일 오후 2시,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또 한번 토론회를 연다. 김형석 평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제 막 4회를 치른 영화제가 지자체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남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 더 싸우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지난 4년간의 운영도 투쟁의 연속이었다. 부산에서 열릴 토론회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해 타 지역에서만큼은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