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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폴: 600미터', 107분 동안 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김철홍(평론가) 2022-11-16

600m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 두 여성이 갇힌다. 베키(그레이스 풀턴)와 헌터(버지니아 가드너)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애초에 이러한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데에는 사연이 있다. 1년 전 함께 암벽 등반을 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남편 댄을 베키가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것.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던 헌터는 베키의 새로운 시작을 돕기 위해 또 다른 등반을 제안한다. 600m 상공에서 댄의 유골을 뿌리자고 말이다. 그렇게 둘은 꼭대기에서 의식을 치른 뒤 새 삶을 다짐하며 땅으로 내려가려는데 지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인 사다리가 떨어져나간다. 베키와 헌터는 펜스 하나 쳐지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탈출을 모색하고, 그 모습을 사람의 시체를 파먹는 독수리가 지켜보고 있다.

<폴: 600미터>는 미국과 영국에서 꾸준히 액션영화를 연출해온 스콧 만 감독의 신작이다. 극한상황에 고립된 인물의 처절한 액션을 통해 스릴을 느끼게 되는, <127시간>이나 <47미터> 시리즈가 연상되는 영화다. 그중에서도 <폴: 600미터>가 제시하는 상황은 그 어떤 ‘고립 영화’들 사이에서도 ‘역대급’ 난이도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에게 허락된 공간이 너무나 협소할 뿐만 아니라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주변의 소품 역시 극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인공이 발견하는 희미한 탈출의 단서가 더욱 기발하고 극적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서사는 영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가장 먼저 희생된다. 캘리포니아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TV 타워를 모델로 제작된 세트에서 상당 부분 대역이 아닌 직접 액션을 통해 촬영된 영화로, 놀이기구로서의 재미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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