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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022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사회자 서현우, “진심으로 좋아하기”
조현나 2022-11-30

“독립영화 현장은 내게 고향과도 같다.” 인터뷰 초반부터 서현우는 자신의 진심을 또렷하게 언급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정직한 후보2>,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상업영화와 드라마의 조·주연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와중에도 그는 ‘올해 단편을 하나도 못 찍었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갈증을 드러낸다. 독립영화인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서독제 폐막식 사회자로 참여한 5년간 서현우는 관객과 공명하며 그들의 열망을 존중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독제 폐막식 사회자로 축제에 참석하고 있다. 사회자로서의 첫발은 어떻게 딛게 됐나.

=처음에 김동현 서독제 집행위원장님이 선뜻 제안을 주셨는데 사실 굉장히 기뻤다. 나 역시 독립영화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해나간 배우이기 때문에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되도록 오래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욕심일까. 그 정도로 애정이 많다. 해외 촬영이 있어도 와서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웃음)

-폐막식은 시상식이 있어 굉장히 밝은 분위기일 것 같은데 실상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대종상, 청룡상도 이 정도인가 싶다. 축제의 문을 여는 개막식이 즐거움 그 자체라면 폐막식은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긴장감을 누그러뜨려보고자 간간이 유머도 넣어보는데, 쉽지 않다. 다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독립영화 현장이 녹록지 않잖나. 우리끼린 독립 전사라고도 부르는데, 그렇게 어렵게 완성한 작품이니 객석의 눈들에 수상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가득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뜨끈뜨끈한 열기와 호명됐을 때 손을 덜덜 떨며 올라오는 창작자와 배우들을 보면 함께 두근거리게 되고 과거의 내 모습도 상기하게 된다.

-그 열기가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하나.

=좋은 의미로 채찍질을 당하는 느낌이다. 서독제가 연말에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다 보니, 연례행사처럼 나를 다잡곤 한다. 매너리즘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답인데 어떤 섹션의 어떤 장·단편이든 상관없으니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라는 것이다. 열정 가득한 결과물도 볼 수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남에게 말해주기 아까운 나만의 비법이다. (웃음)

-올해 폐막식 사회를 같이 보는 공민정 배우와 함께한 단편 <병구>로 2015년 서독제에 초청된 적이 있다. 당시를 기억하나.

=물론이다. 그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 영화제 폐막식이 끝나고 비록 상은 못 받았지만 우리 모두 잘했다고 감독과 끌어안고 서로 축하해줬다. 그 영화로 후쿠오카독립영화제에 가서 대상도 탔으니 내겐 여러모로 뜻깊은 작품이다.

-OTT 플랫폼과 숏폼 콘텐츠 등 신인배우의 데뷔 창구는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영화제가 갖는 의미는 여전하다. 배우 서현우가 <병구>로 관객과 마주했듯, 자신의 출연작으로 서독제를 찾은 신인배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진 아이디어를 놓지 말고 계속 시도했으면 좋겠다. 제약 없이 원하는 걸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창구가 바로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때 시도한 게 결과적으로 더 삭막한 곳에서, 혹은 더 넓은 무대에서 내 작업을 할 때 훨씬 힘이 되더라.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다채롭게 도전해보길 바란다.

-올해 좋은 소식이 많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수상했고 영화 <모럴센스> <헤어질 결심> <썬더버드> <정직한 후보2> <세이레>, 드라마 <아다마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공개된 작품도 많다. 스스로도 상당한 변화를 체감했겠다.

=한 단계 진일보한 느낌이 확실히 있다. <헤어질 결심>을 보신 분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인 줄 몰랐다’고 해주시는데 굉장한 칭찬이라고 느꼈다. 그만큼 조바심도 난다. 곧이어 개봉하는 출연작들도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

-최근 개봉한 <세이레>를 통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현관문에 금줄을 치는 등 금기를 철저히 지키는 집안에서, 장례식장에 가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는 인물 우진을 연기했다.

=<세이레>는 정말 난이도가 높았다. 우진이 꿈과 현실을 계속 오가기도 하고 처음엔 사과와 과도 등의 오브제가 불명확하게 다가왔다. 감독님은 자신이 설계한 장치들을 내가 직접 겪으며 체험하길 원하시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오랜만에 대본이 새까매질 정도로 메모를 많이 했다. 클로즈업 신이 많아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우진을 통해 영화의 세계와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연출자의 뜻을 받아들여 좋은 안내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겐 코믹한 요소를 시도하려는 본능 같은 게 있는데 이번엔 완전히 진지한 톤으로 임했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그 본능을 펼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여기서도 나름 자중했다. (웃음) 매니저로서의 삶, 생태계를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정말 색다른 현장이었다. 게스트로 온 배우들이 실제 자신을 연기하니까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많다. 김주령 선배는 나보고 ‘네가 진짜 내 매니저였으면 좋겠다’더라. (웃음)

-다른 인터뷰를 보니 직업이 도드라지는 배역일 경우 현업 종사자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본다던데, 매니저들의 일상은 이미 익숙했겠다.

=나도 내가 매니저란 직업을 정말 많이 봤고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라마 첫 촬영 때 내가 아는 매니저의 모습으로 무장하고 갔다. 촬영장으로 향하는 조여정 배우를 카메라 뒤에서 바라보는 신을 찍는데 무척 생경하더라. 카메라 뒤에 서서 누군가를 바라보는 상황을 처음 경험해본 거다. 그때 깨달았다. 중돈이를 연기하기 위해 내가 준비한 모든 것들은 전부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걸. 요즘 내 매니저가 부담스러울 거다. 자기 뒤통수를 바라보는 내 눈이 하도 촉촉해서. (웃음) 실제로 매니저와는 척하면 척인 순간이 많다. 그런 걸 연기에 많이 접목했다. 1화에서 조여정 배우와 눈빛, 제스처로 대화한 것도 실제 경험이 반영된 거다. 매니저를 연기하는 나를 내 매니저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묘하고 재밌다.

-맡은 인물의 배경을 철저하게 설계한다고 들었다. 전사를 어디까지 설정해봤나.

=한번은 증조할아버지까지 올라가본 적이 있다. (웃음) 캐릭터를 잘 모르겠을 때 전사를 더 많이 만드는 편이다. 촬영 전까진 할 수 있는 걸 다 해서 최대한 그 인물에 다가가려 한다. 다만 인물을 표현할 땐 감정적인 걸 최대한 배제한다. 내가 모든 걸 충만하게 느껴버리면 관객이 가져갈 몫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뭘 느끼는가보다 이 인물로서 뭘 해야 하는지 정리해나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도 더 많이 하게 됐고, 연기 자체의 난이도는 높아졌지만 그만큼 더 재밌어졌다.

-그렇게 꼼꼼하게 그려두면 작품이 몰릴 때, 캐릭터에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지 않나.

=잘 들어가면 잘 빠져나올 수 있다. 인물에 너무 감정적으로 몰입하면 빠져나오기 어렵지만 해당 신에서 이 인물의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면, 정리하고 빠져나오는 것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과거에, 특히 무대에서 연기를 펼칠 땐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피폐해질 때가 많았다. 그럼 관객도 부담스러워하고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금의 방식은 시행착오 끝내 찾아낸 방법이고 내게 잘 맞는다. 그래서 체력만 된다면 작품이 연이어 들어가거나 겹치는 게 그렇게 큰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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