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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장수 프로그램의 세대교체는 어려운 숙제다. 30년 넘게 이어진 KBS 정통 음악 토크쇼 계보에서 13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지닌 존재감은 안정적이고 견고했다. 누구든 여간해선 유희열을 비롯한 전임자들의 그늘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무대, 그러나 <더 시즌즈>의 첫 3개월을 담당할 호스트로 박재범을 선택한 KBS의 모험은 그 점에서 성공한 것 같다. KBS2의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는 계보를 잇는 동시에 기존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재범은 전통적인 의미의 노련한 진행자는 아니다. 큐 카드에 익숙하지 않고 사자성어를 비롯한 어휘에 담긴 뜻을 종종 헷갈려 하며 프롬프터를 보고 읽을 때조차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대본에서 벗어나 즉흥적인 질문을 던지고 다음 순간 대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심하는 흐름에서 프로그램에 긴장감과 의외성이 생긴다. “호감 가게 할 말 다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진짜 MC의 자질 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이찬혁의 표현대로,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농담을 던지다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라고 슬쩍 다가서는 태도 앞에서 출연자들도 웃으며 입을 연다. 박재범이 소통하는 방식은 토크만이 아니다. 댄서이자 래퍼,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열광시 키는 퍼포먼스를 펼쳐 분위기를 띄운 다음 출연자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새로운 무대를 만들 어나간다. 엔터테이너이자 스타라는 정체성에 익숙한 사람만이 이끌 수 있는 활기다. 그래서 방탄 소년단 제이홉의 <On the Street>에 직접 써온 가사를 얹어 들려준 랩은 박재범 자신은 물론 <박재 범의 드라이브>라는 프로그램의 현재와도 겹쳐 읽힌다. “Fresh scent but never washed up I’m present in the field.”(항상 신선하지만 물갈이됐다는 뜻은 아니야 난 여전히 이 바닥에 존재해)

CHECK POINT

신인 아티스트 발굴과 소개는 공영방송 음악 프로그램의 책무 중 하나다. 이른바 ‘힙한’ 뮤지션이지만 TV에서는 볼 수없었던 바밍타이거 멤버들이 이 방송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으로 줄줄이 할머니를 꼽는 순간은 무척 사랑스럽다. 집에서 <미스터트롯>만 보며, 단정한 트롯맨들과 달리 너는 왜 머리카락이 초록색이냐며 잔소리하던 할머니를 향해 손자는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할머니, 머리 이상 하게 해도 KBS 나올 수 있어!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