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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배동미·남선우의 TGV: ‘흐르다’ 김현정 감독, 이설 배우와의 대화
배동미 2023-03-30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배동미·남선우의 TGV’는 개봉을 앞둔 신작 영화의 창작자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638538549325885442)

“서먹하고 서툰 부녀에 대한 영화”

밤 늦게 퇴근해 지친 몸을 거실 바닥에 뉘였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이부자리만 남기고 일터로 향하는 사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경상도 아버지’인 형석(박지일)은 요령 없이 성실하기만 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딸 진영(이설)은 가족으로부터 도피를 꿈꾸듯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길 원하고, 아예 해외로 나갈 생각을 갖고 있다. 큰돈을 들여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준비를 마친 그의 앞에 어머니 해수(안민영)의 죽음이 밀려온다. 영화 <흐르다>는 캐나다로 ‘흐르지’ 못하고, 고향 대구에 ‘고이게’ 되는 젊은 여성의 감정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지난 2월22일 낮에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늦은 밤 <씨네21> 스페이스를 찾은 김현정 감독과 이설 배우가 진영에게 떠밀려오는 가족간의 사건과 사정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생활의 발견

김현정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생각을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영화에 대한 구상이 아직 영글어지지 않을 때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계속 고민해요. 그러다가 불쑥불쑥 어떤 장면들이 꿈에 나오기도 하고, 생활 속에서도 떠올라요.” 김현정 감독은 샤워를 마친 뒤 습한 화장실에서 불편하게 옷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경험에서 <흐르다>의 단초를 찾았다. “불편하게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 부녀 관계를 축약해놓은 이미지라고 느꼈어요. 그 이미지를 첫 장면으로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얻었고 시나리오를 쭉쭉 작성했습니다.” 걸스카우트 가입을 두고 가족이 실랑이한 경험(<나만 없는 집>), 영화 워크숍에서 느낀 감정(<입문반>) 등 김현정 감독은 실제 경험에서 영화를 길어 올리기는 창작자다. “살면서 답답하거나 해소되지 않은 어떤 감정이 먼저 있었고, 이걸 풀어내는 방법이 나에겐 영화였던 것 같아요.”

늘 조금은 열린 마음의 문

극 중 진영의 방문은 고장난 것인지, 닫히지 않고 늘 조금씩 열려 있다. 문은 가족과 멀어져 완전히 다른 삶을 살려고 하지만 결국 가족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주는 진영의 성격을 은유하는 장치다. 이런 해석에 김현정 감독은 긍정하며 “문처럼 영화 속에 드러난 일종의 경계가 재밌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문 외에도 감독은 형석이 술 마시는 신에서도 구획되어진 공간 안에 박지일 배우를 자리 잡도록 해서 이중 프레임을 짠다. 경계와 문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강하게 남았던지 김현정 감독은 <흐르다> 촬영 이후 자신의 영화 제작사 이름을 ‘영화문’이라고 지었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영화문’이라고 붙여 쓰니까 새로운 단어처럼 느껴졌고, 흥미로워서 그렇게 작명했어요.” 활짝 열리지 않고 늘 슬며시 열려 있음으로 인해 답답한 듯 보이지만, 감정을 슬며시 보여주는 김현정 감독의 작법과도 어울리는 이름이다.

가족이 건강할 수 있는 거리

<흐르다>는 부녀 관계를 비추면서, 결국 가족간의 건강한 거리를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김현정 감독은 그를 통해 각자의 행복을 찾길 바랐다고 말한다. “진영은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가족이 항상 마음에 걸리는 인물이어서 자신의 선택이나 욕망을 쉽게 표현하지 못해요. 가족과 건강한 거리를 두고서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어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늘 의심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김현정 감독은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괜찮다’라는 위로와 응원을 받아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스물아홉, 서른하나

2020년 <흐르다> 촬영 당시 이설 배우는 29살이었다. 영화를 개봉하는 현재 그는 31살을 맞았다. “서른을 겪으면서 혼란스러웠어요. 앞자리가 바뀌니까 ‘나 이제 너무 나이가 든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었고요.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31살이 되니, 서른은 절대 늦지 않았고 아직 너무너무 젊고 다양한 것에 도전해도 늦지 않은 나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설 배우는 진영과 같은 많은 서른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걸 찾게 된다면 엄청 큰 행운이고 축복이기 때문에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고’했으면 좋겠어요. 진영처럼요. 영화의 제목처럼 그 흐름을 멈추지 말고 무슨 일이든지 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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