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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기자랑',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김철홍(평론가) 2023-04-05

극단 노란리본이 연극 ‘장기자랑’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극은 조금 독특해 보인다. 어머니의 얼굴을 한 배우들이 교복을 입은 채 고등학생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연을 알아차리는 것은 2014년의 4월을 겪은 한국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인 엄마, 동수 엄마, 애진 엄마, 예진 엄마, 영만 엄마, 순범 엄마, 윤민 엄마는 그날 이후를 잘 살아가기 위해 연극을 시작한 엄마들이다. 그들은 ‘희생자 가족이 과연 이렇게 잘 살아도 되는가’ 하는 고민과, 아이들의 존재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복잡한 심경을 품은 채 무대에 오른다. 그렇게 김태현 연극 연출가의 지도로 꾸며진 연극 ‘장기자랑’에서, 엄마들은 각각 제주도 수학여행에서의 장기 자랑을 준비하는 생기발랄한 고등학생 아이들을 연기하게 된다.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한 아이들의 디테일이 담겨 있는 이 연극을, 단원고에서 올리냐 마느냐가 극단 노란리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4·16재단에서 진행한 문화 콘텐츠 공모전 수상작인 <장기자랑>은, 전작 <할머니의 먼 집>을 통해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소현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영화다. <장기자랑>은 자랑할 만한 기승전결을 갖췄다. 유가족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내 ‘그런 다큐’가 아니라는 듯 평범한 극단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엄마들은 캐스팅에 불만을 가지며 감정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순간 그들은 피해자가 아닌 영락없는 배우다. 그렇게 ‘피해자다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던 영화는 마지막으로 고생한 모두를 위로하기에 이른다. 커튼콜에서 박수가 터져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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