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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성+인물’

요즘 SBS <TV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은 MC 신동엽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과 그것은 일부 ‘페미’들의 억지에 불과하니 지지 말라는 주장으로 불타오르는 중이다. 지난 4월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 때문이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의 첫 6회는 일본의 성문화에 관한 것이다. AV, 즉 성인 비디오에 출연하는 여성배우들을 초대해 “일본 AV 여배우는 하기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다”, “AV가 있기에 성범죄율이 낮아진다” 같은 토크를 내보낸 2회가 특히 비판받았다. 거대한 규모의 일본 AV 산업 안에서 속거나 착취당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출연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먼 과거가 아니라 불과 몇년 전 한국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서도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사나 보도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왜 이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냐고 묻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명색이 ‘사람’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산업 안의 약자가 겪는 문제를 철저히 간과하는 편리한 태도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하고 싶다. 성과 관련된 담론에서 가장 안전하고 우월적 위치를 누려온 40, 50대 이성애자 남성 둘이 성문화를 탐구한다며 ‘남자끼리’ 통하는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구성이 아직도 신선한가? 남성 AV 배우에게 ‘발기 체조’를 배우던 성시경이 AV 속 여성들의 대사로 유명한 “야메테!”를 외치는 광경이 즐거운가? “평생 성인 DVD 보면서 손으로 자위한다 VS 평생 DVD 못 보고 자위기구를 사용한다” 같은 ‘밸런스 게임’은 누구를 향하는가? AV 산업의 주인공이 여배우라는 말은 이 산업이 여성을 위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일 수 있는가? <성+인물>의 문제는 금기를 다루었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CHECK POINT

<성+인물>에서 거의 유일하게 흥미로운 회차는 혁신적 자위용품으로 유명한 기업 텐가를 다룬 4회다. 성욕을 저속한 것으로 여기는 데서 벗어나고자 했던 기업 철학, “지금까지의 성인용품이 여성의 대체품으로 성적 쾌감을 즐기라고 나온 것들이었다면 우리는 성을 긍정적 이미지로 만들고 싶다”라는 마쓰모토 고이치 대표의 인터뷰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신동엽씨가 한국에서 그런 걸 하고 있다”라는 성시경의 멘트가 이어질 때 <성+인물>의 얄팍함이 드러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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