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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신: 바람의 아이' 신창섭 감독, 신주영 그리메 대표, 가족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것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3-05-17

<거신: 바람의 아이> 제작한 신창섭 감독, 신주영 그리메 대표

<거신: 바람의 아이>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리메’는 본사가 제주도에 있다. 제주의 문화를 가까이서 접한 신창섭 감독과 신주영 대표는 영등할망신화와 돌하르방의 기원을 기반으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거신: 바람의 아이>에서 영등과 유랑은 해적들로부터 제주 전설로 내려오는 ‘바람의 신주’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해적들이 로봇 ‘적귀’와 함께 나타나자 이와 대적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바로 돌하르방 로봇이다. 신창섭 갑독과 신주영 대표는 작품의 아이디어부터 캐릭터 디자인, 연출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거신: 바람의 아이>를 완성했다.

- <거신: 바람의 아이>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신창섭 감독 회사가 제주도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하르방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르방을 모티브로 로봇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여기서 출발해 하르방이 예전엔 골렘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석상이었으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신이라고 여겼다는 판타지적 아이디어를 가미했다. 영등할망신화에서의 할망도 단순히 할머니를 지칭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렇게 둘을 연결지어보았다.

신주영 대표 감독님이 주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스토리의 얼개를 짰다. 감독님과 형제고, 어릴 때부터 시나리오와 그림을 자주 주고받아온 터라 이런 과정이 익숙하다.

- 제주도 신화와 하르방에 대한 자료조사가 필수였겠다.

신주영 대표 그렇다. 제주도 신화와 하르방에 관한 책자가 잘 나와 있는 편이라 그걸 참고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생활하는데 알고 보니 하르방의 종류만 40여종에 이르더라. 이를 바탕으로 감독님이 로봇을 디자인했다. <거신: 바람의 아이> 후속편에선 더 다양한 하르방 로봇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 돌하르방 로봇인 ‘거신’과 해적들의 로봇인 ‘적귀’의 디자인 과정이 궁금하다.

신창섭 감독 거신의 경우 돌하르방처럼 보이면서도 로봇의 움직임을 잘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내가 기계공학도가 아니다보니 로봇의 구조, 관절의 움직임 등에 관한 공부가 필요했다. 거신과 적귀는 기본적인 구조는 같지만 돌과 철 등 재질 면에서 차이가 있다.

신주영 대표 컬러도 하르방이 검은색이라면 적귀는 이와 대비되는 붉은색을 사용했다. 거신은 신주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반면 적귀는 화력으로 움직이는데 연료가 다하면 더이상 힘을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 두 로봇만큼 주목해야 할 캐릭터가 바로 영등과 유랑이다.

신창섭 감독 영등은 영등할망신화에서 그대로 차용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유랑도 가볍게 묘사하고 싶지 않아서 작명부터 공을 들였다.

신주영 대표 복장도 고려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 구상했다. 나중에 여신이 등장했을 때에도 의상이 어색해 보이지 않게 심혈을 기울였다.

- 과학자들이 타임 슬립을 했다는 설정이다 보니 고려 시대에 로봇뿐만 아니라 킥보드 같은 현대 문물이 등장한다. 신구 문화를 어느 정도로 융합할지 고민이 됐겠다.

신창섭 감독 그걸 조율하는 게 쉽지 않더라. 잘못하면 과하다는 피드백이 올 것 같아 적절히 몇몇 아이템만 가져왔다. 킥보드는 워낙 유행이고 요즘 많이들 이용해서 넣어보았다. (웃음)

- 제주도의 실제 명소가 극의 배경이다.

신주영 대표 가장 우려한 것이 제주도 풍경을 그저 흉내만 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작팀과 초가집, 돌담의 구멍과 높이 등의 디테일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동선까지 파악해 시나리오를 짰다.

신창섭 감독 대표님이 제주도는 초가 지붕을 엮는 방식도 다르다고 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알겠더라. 하지만 한 화면에 제주의 명소들을 다 보여주려니 한계가 있어서 성산일출봉과 용두암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식으로 압축해서 묘사했다. 감안해서 봐주길 바란다.

- 거신과 적귀가 맞붙는 액션 신들에 공을 들인 게 느껴졌다.

신창섭 감독 로봇의 움직임도 고민이 많았는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움직임을 너무 크게 가져가면 안되겠더라. 그럼에도 마지막 액션 신에선 스피드가 느껴졌으면 해서 속도감을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거신이 물속에서 튀어나오는 신을 좋아하는데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여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신비한 느낌을 주려고 지직거리는 듯한 질감을 줬다.

신주영 대표 타격감을 주기 위해 거신의 움직임을 느리게 준 감이 있는데 그러려면 초당 프레임 수, 장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제작비도 오르는 거라 일정 부분 타협을 봐야 했다. 그래도 콘티보다 추가한 신들도 있고 최종 장 수도 1만 5천매로 평균 애니메이션보다 많다.

-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지역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으로 선정됐으나 미완성으로 인해 지원금 환수 조치가 됐고,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주영 대표 제주도 신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다들 지역 만화라는 인식이 있어 투자받기가 어려웠다. 제작비가 부족하다보니 생각보다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작품을 알리기 위해 <거신대전>이란 제목으로 웹툰을 연재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을 때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신창섭 감독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결국 <거신: 바람의 아이>를 완성한 것에 관해 팀원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마 같은 상황에서 포기를 택할 이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로서 죽기 전에 내 것 하나라도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다들 열심히 했다. 관객이 우리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고, 계속 차기작을 선보일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된 일도 없을 것 같다.

신주영 대표 우리 형제뿐 아니라 아내들도 다 애니메이터인데 이번 작품에 함께 참여했다. 가족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게 어찌 보면 그리메의 자부심이다.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서로 힘내자며 최선을 다해 작업했다. 최근의 애니메이션들은 주로 일본에서 기획하고 국내로 외주 요청이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기획한 작품일지라도 일본에 외주를 주고 그게 다시 한국으로 역외주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거신: 바람의 아이>가 국내에서 기획부터 전부 진행한 작품으로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길, 이런 시도를 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거신: 바람의 아이>를 통해 제주의 신화가 더 많이 알려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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