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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리 마이 데드 바디’, 변화한 사회가 자아낸 참신한 상상, 다만 너무 익숙한 결말
이자연 2023-05-17

마음만 앞선 형사 생활을 이어가는 우밍한(허광한)은 마약범 구속 과정에서 폭행과 성차별이라는 죄목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동성애자를 향한 차별을 습관처럼 일삼는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사에만 집중한다. 여느 날처럼 범인을 잡다 길에 쏟아진 물건을 정리하던 우밍한은 붉은 봉투 하나를 줍게 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바로 영혼 결혼식 초대장. 이 초대장엔 영험한 저주 하나가 걸려 있으니, 봉투를 주운 사람은 무조건 영혼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밍한은 일면식 없는 남성과 결혼할 운명을 거부하려 발버둥치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냉장고가 떨어지거나 차 사고가 나는 등 재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결혼 상대자의 이름은 마오마오(임백굉). 의문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그를 애도하기 위해 가족이 영혼 결혼식을 계획한 것이었다. 혼인 이후 모습을 드러낸 마오마오는 우밍한에게 빙의를 협박하며 자신의 한을 풀어줄 것을 부탁하고, 어느덧 둘은 함께 공조 수사를 펼치는 데 이른다. 다소 엉뚱한 영화 설정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고, 호러와 범죄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는 데 성공한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아시아 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한 대만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동성 영혼 결혼이라는 자유로운 소재를 채택할 수 있는 근간부터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는 차별의 시선까지 함께 다룬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특히 무딘 우밍한을 중심으로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요하게 보여준다. 또한 마오마오가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내용으로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기부와 유기견 구조 등을 요구하는 장면에선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이 높은 Z세대의 의식 변화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과 생활하는 허광한의 연기는 1인2역에 가까울 만큼 역동적이고 능청스럽다.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얽음새를 촘촘하게 만들지만 모든 문제를 가족주의적 관점으로 해결해나가려는 방식이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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