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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거신: 바람의 아이’, 제주 신화와 상징의 흥미로운 인용, 다소 평범한 전개
조현나 2023-05-17

오랫동안 전설 속 ‘바람의 신주’를 찾아 헤매던 과학자들이 동굴 속에 잠들어 있던 신주를 발견한다. 마침내 신주와 마주했다는 감격에 잠긴 것도 잠시, 갑작스레 신주가 작동하며 과학자들은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한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1230년대 탐라. 과학자들은 시대상에 맞게 저마다 외형과 직업을 바꿔가며 현실에 적응한다. 가령 과학자 도무(권성혁)는 대장장이로 분해 간간이 현대의 문물을 만들어 선보이는데, 마을의 소년 유랑(심규혁)이 이에 관심을 보이며 도무와 가까워진다. 어느 날, 유랑은 해적에게서 도망치다 마을에 들어선 한 소녀를 구출한다. 알고 보니 그는 신주를 지켜야 하는 운명의 소녀 영등(민아)이었다.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신주를 얻기 위해 해적들은 포기하지 않고 탐라로 다시 쳐들어온다. ‘적귀’에 맞서기 위해 유랑과 도무는 숨겨뒀던 거대한 돌하르방 로봇 ‘거신’을 선보인다.

<거신: 바람의 아이>는 바람과 바다의 여신 영등할망신화를 바탕으로 돌하르방의 기원에 관해 판타지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제주에 기반을 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리메’에서 아이디어 기획, 캐릭터 디자인부터 시작해 완성한 창작 극장 애니메이션이다. 그리메는 극장판 공개 전부터 영화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툰 <거신대전>을 연재하고 캐릭터 페어에서 돌하르방 로봇을 선보이는 등 일찍부터 관객에게 <거신: 바람의 아이>에 관해 알려왔다. 제주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만큼 섬에 전해져 내려오는 각종 신화, 제주의 사투리, 40여종에 이르는 돌하르방의 외형뿐만 아니라 곶자왈, 비양도, 성산일출봉, 용두암, 용연계곡 등 자연경관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러면서도 1230년대에 로봇이 등장하는 상황이 어색하지 않도록 과학자들이 타임 슬립을 했다는 나름의 장치를 배치했다. 적귀와 거신이 맞붙는 해상 전투 신이 극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데, 강점이 다른 두 로봇의 집요한 대치가 관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후속작의 존재가 예측될 정도로 서사 확장의 여지 또한 분명하다. 지역 신화를 끌어들였다는 것이 <거신: 바람의 아이>의 장점이며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개성이지만 완성도 면에서의 경쟁력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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