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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 아내 이야기’, 사랑과 불안속에 요동치는 복잡한 감정들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유럽으로, 1년의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보내는 중년의 선장 야코프(헤이스 나버르)가 주인공이다. 직업 특성상 자유롭고도 고독하게 살아가던 야코프는 이유 모를 만성 복통에 시달리다 치료를 위해 결혼을 해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얼마 뒤 육지의 카페에서 친구와 시간을 보내던 야코프는 그곳에 들어오는 첫 번째 여성과 결혼을 하겠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야코프는 카페에 처음으로 들어온 젊고 아름다운 여성, 리지(레아 세두)에게 다가가 즉흥적으로 청혼을 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야코프의 청혼을 승낙한다. 부부가 된 둘은 얼마간 즐겁고 달콤한 시간을 보내지만, 일을 위해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야코프가 리지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하며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아내의 친구인 데딘(루이 가렐)의 존재가 야코프를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게 만든다. 야코프의 불신과 집착으로 갈등을 겪던 리지는 어느 날 그에게 뜻밖의 제안을 건넨다.

헝가리 작가 밀란 퓌슈트의 1942년작 동명 소설을 각색한 시대극으로, 바다를 떠돌며 외롭게 살아가던 네덜란드 남자 야코프가 매혹적인 프랑스 여자 리지를 만나 갑작스럽게 결혼하면서 생기는 복잡한 감정의 굴곡을 그려내는 멜로드라마다. 많은 멜로드라마에서 결혼이 마침내 갈등을 극복한 연인의 완성된 사랑을 상징한다면, 이 영화에서 결혼은 가깝고도 먼 관계의 미스터리한 본질을 담아내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한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야코프의 시점을 따라가는 만큼 그의 아내 리지는 모호하고도 불투명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배우 레아 세두 특유의 개성과 매력이 이같은 캐릭터의 속성과 잘 어우러진다. 다소 장황한 듯한 짜임새와 후반부의 범상한 전개가 아쉬움을 남기지만, 인물들간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포착하는 일부 장면들이 인상을 남긴다.

데뷔작 <나의 20세기>로 1989년 제24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로 2017년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헝가리의 여성감독 일디코 에네디의 신작으로,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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