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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 여름’, 서로를 기대어 자라나는 여름날 담쟁이 넝쿨같이
이자연 2023-06-07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만큼 수아와 이경의 만남은 갑작스럽다. 선명한 갈색 눈동자가 눈에 띄는 이경은 어느 날 운동장 한복판에서 고교 축구선수 수이를 만나게 된다. “왜가리.” 이경은 강가에서 발견한 새 이름을 외는 수이의 발음을 한 음절씩 따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를 되새긴다. <그 여름>은 사랑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일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둘의 감정을 빌려 조심스레 고백한다. 청량한 하늘을 가르는 푸른 나뭇가지들, 그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햇살, 꼬리가 긴 저녁 그림자. 형형한 여름 풍경만큼 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나갔고 함께 성장했다. 이경의 말마따나 이들은 서로가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다. 하지만 여름에도 끝은 있다. 대학에 진학한 이경과 자동차 정비를 배우기로 한 수이, 갓 스물이 된 둘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서울 길에 오른다. 둘은 각자만의 생각과 세계를 키워가면서 어느덧 낯선 변화와 사소한 오해를 거듭해간다. 최은영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 여름>은 눈부신 계절 묘사와 인물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야기의 변곡점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선우정아, 김뜻돌, 정우 등이 참여한 O.S.T 또한 극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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