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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힘쎈여자 강남순’

“세상에서 가장 청순한 남자 찾을 거야.” 몽골여행 중 미아가 되어 유목민 부부의 딸로 살아왔던 22살 강남순(이유미)은 자신의 뿌리와 인생의 반쪽을 찾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은 2017년작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괴력이 모계혈통으로 이어진다는 전작의 세계관을 공유하나 6촌뻘 친척인 봉순(박보영)과 남순이 괴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로맨스가 메인서사였던 전작에서 봉순은 좋아하는 이의 이상형이 되길 열망하는 한편, 나인 채로 사랑받기를 원하는 인물이었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이상형이 “하늘하늘 코스모스 같은 여자”란 말을 듣고 힘을 숨겼던 봉순이 골칫거리였던 괴력을 긍정하고 컨트롤하는 슈퍼히어로의 각성으로 나아갔다면, 다음 이야기의 출발점에서 남순이 ‘귀엽고 지켜주고 싶게 생긴 남자’가 이상형이라 밝히는 것은 몽골 대초원에서 거리낌 없이 자신의 괴력을 펼치던 주인공이 이전에 유효했던 족쇄를 끊어낸다는 선언이었다.

남자였다면 축복이었을 괴력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사랑스러운 여성상의 불일치로 고민하던 여성의 자아 찾기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 재밌”다고, 완전 체질에 맞아서 눈을 반짝이는 여성의 자아실현이 이어받았다. 조직 폭력배가 위협하던 마장동의 질서를 맨손으로 바로잡은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 강남 최고의 현금부자로 재력을 이용해 ‘마약과의 전쟁’에 뛰어든 엄마 황금주(김정은), 활주로를 이탈하는 비행기를 맨손으로 멈추는 남순까지 모녀 삼대의 활약상은 사실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황당무계하기도 하다. 하지만 돈과 힘을 옳은 곳에 사용한다는 아주 단순한 규칙 하나만 두고 족쇄를 모조리 끊어버리는 이야기. 돈 쓰고 힘 쓰는 데 거침이 없는 여성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은 어떨지 그 상상을 전개하는 데 역량을 다 쏟아붓는 드라마는 생전 처음이라 얼떨떨한 채로 따라간다.

CHECK POINT

“직장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는 건 어때. 살림만 해, 내가 먹여 살릴게.” 딸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황금주의 프러포즈에 남편 강봉고(이승준)는 뛸 듯이 기뻐했었다. 아마 미러링의 원본이라면 여성 캐릭터가 일에 지쳐 도피하고 배우자의 재력에 기대고 싶은 심정이 진심이라도 입 밖에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제안의 근본이 여성의 사회생활과 경제적 독립의 제약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가모장 코미디는 종종 누가 앙금없이 깔깔 웃고 누가 씁쓸하게 웃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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