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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른 김장하’, ‘어른’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단어를 절감하며

경남 진주에서 60여년간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며 이웃 사회를 위한 기부 등 평생을 공헌해온 독지가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따듯한 온기가 올가을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어른 김장하>는 애초 MBC경남의 2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며, 지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지역 방송사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교양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언론 인터뷰 등 외부 노출을 꺼리는 김장하 선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한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와 김현지 감독 등 제작진의 조금은 특별한 노력과 세심한 배려를 기반으로 주변인들의 회고를 그러모아 선생의 삶을 그려낸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 단답 혹은 침묵으로 답하는 선생의 모습은 선생과 관련된 여러 미담을 적극적으로 전하려는 이웃들의 모습과 대비되며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의 장학생들, 일명 ‘김장하 키즈’들을 낳은 교육을 비롯해 여성 인권, 환경,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헌해온 선생의 삶의 발자취를 지켜보면 그의 행보가 지역사회의 경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하게 되고, 그의 혜안에도 감탄하게 된다. 선생의 한약방은 2022년 문을 닫았지만 그가 남긴 가르침과 나눔의 여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약사, 자선가, 후원회장, 문화재단 이사장 등 여러 호칭이 김장하 선생의 이름 옆에 붙을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되는 건 역시나 ‘어른’이라는 단어다. 갈등과 반목, 혐오와 이기로 시끄러운 세상 속 희망의 가능성을 감지하게 만드는 선생의 존재감은 그의 과묵한 성정처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듯하다.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 “돈은 똥과 같아 모아놓으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뿌려놓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돼 죄송하다는 이에게)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는 등 선생의 말씀들 또한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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