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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덤 머니’, 혁명의 깃발은 레딧 밈으로, 북소리는 킥과 스네어로
박수용 2024-01-17

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말. ‘포효하는냥’이라는 닉네임의 주식 유튜버 키스 길(폴 다노)은 오프라인 게임 판매사 ‘게임스톱’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가격이 하락할 때 돈을 버는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 게임스톱의 주가는 10달러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문제는 주식 총량에 비해 과한 공매도가 이루어졌다는 것. 이때 주가가 상승하면 세력은 주식을 비싸게 매수해야 하는 ‘숏 스퀴즈’에 몰린다. 이에 따른 주가 급등을 예측한 키스는 게임스톱에 전 재산을 투자한다. 그리고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게시판에 지속해서 매수를 권한다. 유망 종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시장을 전유하는 월 스트리트의 거대 세력에 대한 분노로 번진다. 역사상 유례없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결의 장이 된 게임스톱. 2021년 1월 게임스톱의 주가는 300달러대로 폭등한다. 반면 게임스톱을 집중 공매도한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의 대표 게이브 플롯킨(세스 로건)은 초조해져만 간다. 경쟁 헤지펀드에 자본금을 수혈받는 한편 인맥을 총동원해 투자자들의 일격에 맞선다. 먼저 월스트리트베츠가 급작스럽게 폐쇄되고 곧이어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가 게임스톱의 매수를 정지한다. 구심점을 잃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진 사이 차트는 다시 한번 요동친다.

<덤 머니>는 2021년 초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코미디다. 월 스트리트의 세력 집단에 맞선 개인 투자자들의 선전은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는 복잡한 개념의 난립을 최대한 지양하고 사건의 사회·문화적 지형에 집중한다. 극의 역동적인 리듬을 이끄는 것은 당시 공론장의 역할을 도맡았던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고유의 문화다.

당시 유행한 인터넷 밈과 뉴스 클립을 어지러이 배열하는 분할 화면으로 실화의 희극적 요소를 현상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같은 시기의 힙합 음악과 퇴폐적인 대학가 문화를 전면에 배치한 선택도 일맥상통한다. 영화는 이들의 자유분방한 활보 속에서 그 어느 시대보다 발랄한 혁명의 태동을 포착한다. 다른 한편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겪는 사회상이 선명하다. 필수 산업 인력인 간호사 제니(아메리카 페레라), 누이를 잃은 키스와 그의 동생 케빈(피트 데이비슨) 등은 저마다 전염병의 상흔을 안고 비대면 연대에 참여한다. 익살스러운 뉴 노멀의 풍경 속에서도 그간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는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실존 인물 키스 길을 완벽히 재현한 폴 다노의 연기는 더없이 적절하다. 어딘가 어수룩하지만 진실하고 굳은 심지를 가진 키스는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는 낙관의 힘을 알려준다.

“전우들이여, 존버로 대항하자.”

‘존버’(존중하며 버티기)는 소위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시스템에서 분투하는 개미들의 자조 섞인 낙관을 담은 이 표현은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 광풍이 불었던 2021년을 상징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이합집산하던 다윗들이 한마음으로 ‘존버’한다면 골리앗을 압도할 수 있다. 어쩌면 <덤 머니>는 그런 희망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CHECK POINT

<빅쇼트> 감독 애덤 매케이, 2015

동일한 관점에서 <덤 머니>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이야기다. 주식시장과 투자 문화의 건전성에 대한 남은 고민을 이제는 주식시장을 다루는 영화의 모범사례로 남은 <빅쇼트>에서 이어갈 수 있다.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무너뜨리려는 인물들은 곧 자신들도 시스템의 수혜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빅쇼트> 특유의 연출로 친절하게 해설하는 주식 관련 배경지식을 <덤 머니> 감상의 보충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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