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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밤에 피는 꽃’ 이종원
정재현 사진 최성열 2024-02-29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역대 MBC 금토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시청자들은 정혼한 남자가 죽어 15년째 수절 중인 망문과부 조여화(이하늬)가 밤마다 담을 넘으며 복면 의적이 돼 백성을 구휼하는 이중생활기에 환호했다. 그리고 애절함과 코미디를 오가던 여화와 박수호(이종원)의 로맨스에 열띤 응답을 보냈다. 첫 사극, 첫 주연작, 첫 액션, 첫 코미디. <밤에 피는 꽃>은 배우 이종원에게 모든 것이 처음인 배움터이자 기회였다. 장태유 감독은 이종원에게 촬영 들어가기 전 수호를 연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익힐 수 있는지 물었고 이종원은 이후 3개월간 <밤에 피는 꽃>에 녹아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에 돌입한다. 이종원은 매일 퍼스널트레이닝을 받고 액션스쿨에 출근했다. 뿐만 아니라 승마와 서예를 익히고 필라테스도 배웠다. “그 모든 게 오롯이 내게 경험치가 됐고 몸속에 저장됐다. 노력한 것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싶었다. 그건 배우로서 잘해보고 싶은 나의 욕심이기도 했고, 나를 캐스팅한 감독님의 결단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종원은 <밤에 피는 꽃>을 통해 연기 인생 처음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긴장이나 당황에서 나온 심리적 반응이 아닌 러너스하이와 같은 고자극의 행복에서 비롯한 설렘이었다. “피가 체내에서 빨리 돌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머리가 하얘질 정도의 자극을 느껴본 현장이 없었다. 그러면서 수호가 점점 되어갔다. 촬영을 거듭할수록 수호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표정을 지을 거란 모습이 점점 몸에 익어가는 게 재밌었다.”

수호는 정인을 염려하는 마음에 그리고 국가공무원의 준법정신에 입각해 몇번이고 여화에게 “선을 넘지 마시오”라며 애정 어린 경고를 날린다. 카메라 안 수호와 달리 카메라 밖 이종원에게 <밤에 피는 꽃>은 “선을 넘는 것의 묘미”를 체득하게 했다. “어깨너머로 선배들의 연기를 볼 때면 ‘폭발’이 무엇인지 일 수 있었다. 대본에 느낌표가 한개만 찍혀 있어도 여섯개로 읽을 수 있다는 걸, 틀 안에서 보다 다양한 도전을 도모해볼 수 있다는 걸 선배들에게 배웠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연기자로서 어느 정도의 상한선까지 도달해야 할지, 내 한계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남은 에너지를 조절해가는 방식을, 때론 한계 너머로 나를 던져도 괜찮다는 걸 알아간 시간이었다.” 한계를 넘어 비상하고자 하는 이종원은 지금 <밤에 피는 꽃>이 가져다준 선물을 하나하나 간직하는 중이다. <밤에 피는 꽃>이 이종원 안에 꽃피운 것은 배우로서의 열정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LP도, 작품 후 휴식기마다 떠나는 여행도 잠시 뒷전이다. “배우로 살기 위한 열정과 자신감을 가득 얻은 날들이다. 정말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온몸에 휘발유를 잔뜩 뿌린 채 스스로를 불사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하다. 아주 활활 타오를 테다!”

이종원은 웹드라마로 차근차근 얼굴을 알린 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속 해사하고 의뭉스러운 효석 역으로 강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금수저>로 MBC 연기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어엿한 주연 드라마까지 생긴 지금, 이종원의 필모그래피에 이렇다 할 영화 출연작은 아직 <니나 내나>의 단역이 전부다. 이종원을 곧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을까? 그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종원이 소문난 영화광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밤이면 선배 시네필인 어머니와 영화를 보던 이종원이 반복해서 보던 영화는 프랭크 다라본트의 <그린 마일>(1999)이다. 여태 영화 속 마이클 클라크 덩컨이 분한 죄수 ‘존 커피’의 영어 철자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종원은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도 많고, 출연하고 싶은 영화도 많다. 현재 일에 대한 열정도 애정도 충만한 이종원은 “자신을 고찰하기에 좋은 직업”이라 배우로 살고 싶다 말한다. “어떤 배역이든 나의 일부를 증폭해 연기해왔다. 그렇게 믿으면서 궁극적으로는 일을 통해 나를 찾아간다. 앞으로 내가 발견할 내 속의 알맹이는 얼마나 많을까. 내일이 기대되고 내년이 기대된다.”

FILMOGRAPHY

영화 2019 <니나 내나>

드라마 2023 <밤에 피는 꽃> 2022 <금수저> 2020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보건교사 안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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