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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진심을 다해, <취사병 전설이 되다> 배우 한동희

‘취랄한다’(취사병의 ‘취’자에 드라마 속 병맛 장면들을 결합한 신조어)는 유행어까지 만들며 매회 개그의 장벽을 깨고 있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외로이 정극의 무게를 짊어진 인물은 소초장 조예린(한동희)이다. 좌천되어 강림소초로 오게 된 중위 조예린은 자기 안위만 챙기는 간부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고생하는 장병들의 고충을 알아주는 따스한 지휘관이다. 경례 하나도 똑 떨어지는 조예린 중위를 연기하는 것은 <슈룹>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이하 <사마귀>) <클라이맥스>등에서 활약했던 한동희다. 전작들이 다소 무거웠기에 명랑만화 같은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촬영하는 것이 더없이 즐거웠다고. 모든 등장인물이 성재(박지훈)의 요리를 맛보고 천국 가는 리액션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오직 소초장 예린만이 좀처럼 취사병의 음식을 맛볼 기회가 없다. 코믹한 테두리 안쪽 휴머니티의 지지대를 붙들고 있는 것이 조예린 중위이기에 개그 리액션에서 제외될 때가 많다. “대본에 상상 신이 나올 때 ‘황홀하게’와 같은 형용사들로 서술이 되어 있다. 상상 신에서 선배님들이 맛의 절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혼자 감탄한다. 선배님들은 음식 드시고 감탄하고, 나는 연기를 보고 감탄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웃음)” 콩나물국을 먹고 청량한 바람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그 역시 코믹한 연기의 맛을 잠깐 음미할 수 있었다. “그 장면에서 이온음료 광고처럼 바람을 맞는 걸로 되어 있었다. 다들 웃기게 콩나물국에 감탄하는데, 나만 예쁘게 보이는 게 싫었다.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콩나물국 먹고 ‘화아!’ 하고 바람 맞는 장면을 찍었다.” 안타깝게도 돈가스는 맛보지 못했지만, 돈가스를 먹은 북한 주민이 로커가 되는 상상 신에는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다. “로커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박지훈 배우랑 밴드 연습을 많이 했다. 기타 개인 레슨도 받고 코드도 다 외워서 합주했는데 밴드 상상 신이 짧게 나와서 좀 아쉬웠다. 웃긴 장면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우리 드라마 배우들의 공통점 같다.”

조예린 중위는 원작 웹툰에는 없는 캐릭터다. “웹툰 원작이 드라마가 됐을 때 원작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되지 않나. 예린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성재가 취사병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디언이라는 판타지 요소도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선배의 역할이 크다. 현실 속에서 성재가 성장할 수 있게 조력하는 것이 예린이라고 생각했다.” 따뜻한 카리스마로 부대원을 이끄는 예린이지만 초반 캐릭터는 좀더 냉철하고 와일드한 성격이었다. “감독님은 예린이 좀더 냉철하길 원하셨는데, 의논하면서 지금의 성격으로 바뀌었다. 병사들을 묵묵하게 지지하고, 따뜻한 면모가 더 강해졌다.” 완벽한 군인이 되기 위하여 한동희는 촬영 전 제식훈련도 따로 받았다. “예린이는 FM적인 성격이므로 경례 같은 것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따로 훈련받았다. 어색함이 없도록 군인의 자세를 체화하고 싶었다.” 예린을 좌천시킨 과거의 사건이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 인물을 대변하는 중요한 대사가 있다. “예린에게 선배 임 소령이 해주는 말이다. 너 스스로를 믿어라, 그리고 주변 사람도 믿으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실 누군가를 완전히 믿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성재를 비롯해 모두가 용기가 필요하기에 가디언도 ‘용사님’이라고 부르는 것 아닐까.”

한동희는 뛰어난 여성 선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며 성장할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다. <슈룹>에서는 김혜수, <사마귀>에서는 고현정, <클라이맥스>에서는 하지원과 마주하는 역할들이었다. “선배님들과 현장에 있을 때 가장 놀라는 것은 그 에너지다. 대사가 없을 때에도 상대 배우에게 에너지를 완전히 던져주기 때문에 상대도 더 진심의 연기를 하게 되더라.”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도 진심이 되어서인지 황석호(이상이)가 얄미울 때가 많았다. “석호가 예린에게 네가 왜 좌천됐는지 아느냐는 식으로 말할 때가 많다. 자기 일을 떠넘기면서 공은 채가거나 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얄밉더라. (웃음) 우리 드라마는 요리에 대한 맛 표현만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융화되는 서사가 있다. 보면서 성재와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드실 거다.” 군인 역할에 잠시 들어가 본 덕분에 한동희는 요즘 군복을 입은 사람만 봐도 내적 친밀감이 든다. “잠깐 군인 역할 했다고 다 알 순 없지만, 예전에 입대한 동기들에게 했던 말을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 휴가 나온 동기에게 ‘벌써 나왔어?’라고 했는데 군인에게는 그게 벌써가 아니더라.” 연기가 진심으로 즐겁다, 고 느끼게 해준 것도 <취사병 전설이 되다>였다. “예전에는 훌륭한 선배들 사이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싶다. 그래서 매일 루틴을 만들어서 혼자만의 명상 시간과 운동 시간을 꼭 확보하려고 한다. 최근엔 집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정리할지도 고민이다.” 갓 제대한 사람의 답변 같다고 했더니 아직 군기가 들어 있는 것도 같다며 웃는다. 진심을 다해 취사병이 요리를 하듯이,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한동희가 하루빨리 다시 깊이 빠져들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FILMOGRAPHY

2026 <취사병 전설이 되다>

2025 <클라이맥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2024 <경성크리처> 시즌2 <강매강> <비밀은 없어> <세작, 매혹된 자들>

2023 <운수 오진 날> <법쩐>

2022 <천원짜리 변호사> <슈룹> <일당백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