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커스] 극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 메가박스중앙의 기업회생 절차가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

지난 6월15일 메가박스중앙을 포함한 중앙그룹 계열사 5개가 서울회생법원에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사실이 발표됐다. 12일 JTBC가 206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여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지 3일 만에 중앙그룹의 대대적인 위기가 발표된 것이다. 중앙그룹의 모체인 중앙일보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경영 정상화 과정)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그림1 참고).

15일 한국신용평가는 메가박스중앙의 신용등급(기업어음 및 단기사채)을 기존 B단계에서 C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C단계는 “적기상환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회생절차에 따라 D등급(상환불능상태) 조정까지 예정하고 있다(표1 참고). 메가박스중앙이 실질적인 파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가박스중앙의 극장 브랜드 메가박스는 CGV, 롯데시네마와 함께 20년 넘게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자리를 지켜왔다. 메가박스중앙의 영화사업(투자배급) 브랜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범죄도시> 시리즈와 <서울의 봄> 등을 흥행시키고 7월15일 개봉하는 <호프>를 투자배급한다. 기존 4대 투자배급사로 불리던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영화산업의 중추로까지 몸집을 키웠다.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에 실패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히 ‘위기설’에 잠식됐던 한국 영화산업은 본격적인 고난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메가박스중앙의 법정관리 사태를 유발한 원인과 그 영향은 메가박스중앙만의 경영 구조 악화나, 메가박스라는 극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술한 것처럼 메가박스중앙이 속한 중앙그룹 전반의 위기이며, 영화산업 전체의 난관이다. 위기의 크기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청취했다.

영화계 현장에 퍼지는 불안감

메가박스가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기업회생절차란 정상 운영 중인 기업이 신청 가능한 제도이기에, 메가박스도 개봉 지연, 갑작스러운 극장 휴·폐관 등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계 현장의 우려는 적지 않다. 배급사가 극장 상영작의 정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이 퍼진 것이다. “배급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관계된 제작사, 수입사, 홍보마케팅사, 스태프 등이 줄줄이 피해를 받거나 줄도산할 수 있으며, 국내 영화산업이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재앙”(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을 맞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메가박스는 이미 5~6월치 배급사 정산이 일부 밀려 있는 상황”(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영화인연대 공동대표)이기에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 축소도 전망된다. “정부발 영화계정 모태펀드, 민간투자 유치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온 메가박스중앙이 고꾸라진다면 안 그래도 얼어붙은 투자 시장이 더 동결할 가능성”(영화계 관계자 A씨)이 커진다. 한편 “중앙그룹의 수익이 즉각 회생채권으로 묶일 수 있다고 판단하여, 계열사 작품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A씨). 영화산업 전체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해 메가박스의 정산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보장해야 할 상황”(이동하)이다.

영화산업의 투자가 축소한다면 상업영화 제작비 급감과 제작 방식의 변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다수의 영화를 제작해온 영화 제작자 B씨는 “메가박스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데다가, CGV도 올해를 잘 넘길 수 있을지 불확실할 정도”라며 “멀티플렉스 스크린 수천개를 잡아서 순식간에 몇백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구조가 무너진다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30억~60억원 규모의 저예산영화로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AI의 적극적인 도입 등 영화제작 파이프라인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해질 것”(B씨)이다.

메가박스중앙은 언제부터 위험했나?

메가박스중앙의 재무구조는 꾸준히 나빠지고 있었다. 근본적으론 극장 산업의 침체가 가장 큰 이유다. 2025년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고, 2017~19년(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 대비 57.3% 수준에 불과했다. 2025년 극장 전체 관객수 역시 1억609만명으로 2017~19년 평균 대비 48%다. 통상적으로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건물을 임차하는 멀티플렉스 업계의 관행으로 인해, 극장 산업은 절반으로 줄어든 시장 규모에 발맞추지 못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00억~600억 원대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534%에서 2025년 2212%까지 치솟았다. “극장 산업의 특수성(부동산에 대한 초기비용 활용 후 상영관 수입을 통한 수익 보전 방식)을 고려해도 300% 이상의 부채비율은 분명 위험 신호”(영화계 관계자 C씨)다. 메가박스중앙의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된 것이다(표2 참고).

일반적으로 자회사에 재무 위기가 발생하면, 모기업이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자금을 충당해 보호한다. 다만 이번엔 메가박스중앙의 지주사인 중앙홀딩스가 같은 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계열사 전반의 현금 유동성 악화가 도래했기에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메가박스는 다른 멀티플렉스보다 위탁 운영 비율이 커 당장의 비용 처리가 적은 편이었다. 지주그룹의 위기만 아니었다면, 갑자기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할 수준은 아니었을 것”이고 이는 “2000년대부터 한국에 뿌리내린 대기업 수직계열화 형태의 멀티플렉스 사업이 구조적으로 비참한 결과를 낳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메가박스중앙-롯데컬처웍스 합병, 그리고 <호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메가박스중앙의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지난해 5월부터 논의되어온 메가박스중앙-롯데컬처웍스의 합병론에는 부정적인 예측이 커졌다. 양해각서 기간을 6월30일까지 연장하여 논의 중이었지만, 거래 당사자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여 다양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는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쯤부터 중앙그룹은 SLL중앙의 투자를 강화했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메가박스중앙을 시장에 합병 매물로 내놓을 계획일 수 있었”으며, “오랫동안 논의를 이어온 롯데컬처웍스측도 메가박스중앙과 모기업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근 3년 사이 메가박스가 특별관 비중을 높이고, 롯데시네마가 그렇지 않은 것도 합병 계획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주장도 더했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서는 기존의 양해각서 내용 대신, 법원 주도의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새로운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의 과도한 부채 부담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법원이 결정한다면, 회생절차 인가 전에 롯데컬처웍스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메가박스중앙의 자산과 영업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합병론을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선 물론 극장 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노철환 교수는 “최근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등을 통해 극장가가 2030세대의 수요를 확인했고, 당장 올해 대규모 외화들이 개봉 예정돼 있으며, 특히 <호프>가 좋은 신호탄이 된다면 극장의 상품성에 대해 롯데측이 충분히 재고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여하간 “최소 8월(기업회생절차에서 회생을 가늠하는 통상적 기간)까지 이어질 이번 사태의 경과는 한국 영화산업에 있어 극적인 전환점”(B씨)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