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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올해의 영화인
2002-12-27

세상 밖으로,세계 속으로

남자배우 >>

1.

설경구 <공공의 적>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오아시스> <광복절특사>

2.

조재현 <나쁜 남자>

3.

송강호 <복수는 나의 것> <YMCA야구단>

여자배우 >>

1.

문소리 <오아시스>

2.

김정은 <재밌는 영화> <가문의 영광>

3.

김윤진 <예스터데이> <아이언 팜> <밀애>

감독 >>

1.

이창동 <오아시스>

2.

홍상수 <생활의 발견>

3.

임권택 <취화선> / 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

프로듀서 >>

1.

이태원 태흥영화 대표·<취화선>

2.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오아시스>

3

황우현 튜브픽처스 대표·<집으로…>

촬영감독 >>

1.

정일성 <취화선>

2.

김병일 <복수는 나의 것> <중독>

3.

최영택 <생활의 발견> <오아시스>

시나리오 >>

1.

<오아시스> 이창동

2.

<결혼은, 미친 짓이다> 유하(원작 이만교)

3

<복수는 나의 것> 박리다매 / <공공의 적> 백승재·정윤섭·김현정·채윤

자기복제, 자기 진화

올해의 감독 ·각본 이 창 동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을 거치면서 이창동 감독은 ‘이창동적’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자기 스타일을 굳혀가는 것 같았다. 두 영화 모두 자의식 강한 인물의 파멸기였고, 그 이야기가 관객에게 작동하는 방식도 유사했다. 관객의 마음속에 날이 닳아 무뎌진 절망을 환기시켜 반성을 촉구하는 그의 방법은 확실히 유효했다. 그 스타일에 막 익숙해지려고 할 즈음에 이 감독은 예상을 뒤엎었다.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사회부적응자들을 내세우고 사랑 이야기로 치면 별반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그들 사이에 끌어들였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이라는 업적 이전에,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의 소재나 어법의 선택범위가 훨씬 넓음을 확인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의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이 감독은 “좀 두고 보려고 한다”고만 말했다.

이창동 감독 인터뷰˝ 관객 반응 뜻밖˝

여러 가지 상을 많이 받았는데, 소감은.

→ 소감 같은 것 얘기 안 했으면 좋겠는데….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관객이 더 쉽게 받아들인다 그럴까, 그게 예상 밖이었다. 관객이 지금 결과보다 훨씬 불편해하고 논란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감동받았다, 좋은 영화다, 그런 대체적인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내가 덜 철저했나, 반성도 좀 되고…. 반성 중에 있다.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의 한국영화 후보로 선정돼 있다.

→ 그게 참 예측하기 어렵다.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비용도 비용이고 만만치가 않더라. 어제(현지시각 18일) 회원들 상대로 시사회를 했는데 반응은 못 들었다. 처음 해보니까 여러 가지로 막막하다. 우리가 홍보하고 알리는 채널이 막혀 있다고 할까. 회원들 공개도 안 돼 있고.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 좋은 기회니까 다음에 다른 한국영화들 위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경험해보는 거다.

<오아시스>에서 제일 큰 실험이었다면 전부 들고찍기를 한 것 같다. 앞으로도 들고찍기를 할 건지.

→ 영화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괜찮은 것 같았다. 아직 <오아시스>의 영향이 있어서인지 그뒤에 들고찍기를 하지 않고 고정된 카메라로 잘 잡은 화면의 영화들을 보면 약간 거북하더라. 그런 것 보면 감각적으로 좀더 그쪽을 파고 들어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강간장면 등을 두고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 거기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자세히 보지도 않았고. 하지만 무슨 얘긴지 말은 다 들린다. 일일이 대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올해 한국영화 중에 인상깊게 본 게 있는지.

→ <취화선>은 아주 괜찮은 영화다. 한국 사람들에겐 그 미덕이 눈에 잘 안 띄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미학적으로나 영화문법으로 굉장히 탁월한 점이 있고. 그 영화에서 성취한 것들이 한국 관객에겐 매우 익숙한 것으로 타성화돼서 무덤덤할지 모르지만 보편적인 잣대로는 뛰어난 것들이 있다.

다음 영화는.

→ 아직 생각이 없다. 머리에 생각하고 있는 건 있는데 썩 끌리지가 않는다 그럴까. 좀 두고 보려고 한다. 내년 안에는 촬영 들어간다는 게 희망사항이다.

연기를 넘어, 수행을 향해올해의 여자배우 문 소 리

문소리는 “걱정이 앞선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오아시스>에서 한공주 역을 맡아 신기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비롯, MBC영화상, 춘사영화제, 영평상, 여성영화제, 디렉터스 컷 등 거의 모든 영화상을 휩쓴 그녀치곤 ‘약한 모습’이 아닌가. “아직 신인일 뿐인데 시작을 너무 거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해서 걱정이죠.” <박하사탕>에 이은 두 번째 영화로 평단과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이 기쁘긴 하지만, 부담스럽다는 말로 들린다. 그녀가 부담을 갖든 말든 <씨네21>의 평자들은 <오아시스>의 문소리를 최고의 수사로 찬사하고 있다. “<오아시스>에서 보여준 문소리의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수행이자 보시”(황진미)라거나 “수수하고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전해지는 드문 배우 중 하나”(심영섭)로 꼽기도 했고, “<오아시스>의 공주를 견뎌내는 것,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다”(변성찬)고 극찬하기도 했다.

<오아시스>가 문소리에게 준 선물은 여러 개의 트로피와 다채로운 찬사만은 아니었다. 이 영화를 하면서 문소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었다. “운동을 하든 악기를 연주하든 욕심이 앞서고 힘이 들어가면 결과가 안 좋은데, 마음을 비우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힘을 뺄 때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때문에 문소리는 자신이 마음을 비우고 힘을 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창동 감독과 명계남 대표를 비롯한 스탭들에게 공을 돌린다. “다들 나를 너무 너그럽게 봐준 것 같아요. 얘는 공주니까, 이러면서 다 이해해주고. 다 그 덕이었던 같아요.”

지금 문소리는 세 번째 영화인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에 출연 중이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착잡해하면서 자신을 스토킹하는 10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호정 역은 그녀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기대에 부응해야 할 텐데… 그냥 영화 처음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려고요.”

길었던 소원, 칸 트로피올해의 프로듀서 이 태 원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 이태원 사장은 마음속이 절로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귀국 뒤에도 그는 자신이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임 감독보다 더 기뻐하는 듯 보였다. 임 감독이 칸에서 상을 받기 전까지 “솔직히 내가 영화 제작하면 몇편이나 더 제작하겠나. 딱 하나 소원이 있다면 그놈의 칸에서 트로피를 임 감독한테 쥐어주는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던 그였기에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나 흥행하는 것, 그러니까 돈 버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느긋하게 말하는 이태원 사장은 그동안 임권택 감독과 꾸준하게 작업해온 것이 예술영화만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임 감독을 꾸준히 밀어주며 해외영화제로 발길을 옮긴 데 대해 “하던 거니까 한 것이고, 될 것 같으니까 쫓아다닌 것”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한다. 임권택 감독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나니까 “포기하거나 도망칠 수 없고 약이 올라서” 계속 수상권을 향해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대신 그는 “임권택 감독이 늘 고생해왔고, 그 덕에 나도 이렇게 기쁨을 안게 됐다”고 공치사를 임 감독에게 돌린다. 하지만 이런 끈기있는 작업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감독- 프로듀서 파트너십의 모범적인 사례”(김소희)라는 이야기는 지극히 정당하며 최소한의 평가로 보인다.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올해의 촬영감독 정 일 성

1983년 이후 임권택 감독, 이태원 사장과 함께 오랜 세월 ‘젊은 삼총사’로 활약해온 정일성 촬영감독. 54년부터 조수생활을 시작해 57년 데뷔한 그에게 <취화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 영화상의 공로상 수상 연설에서 그는 “뤼미에르 극장에서 ‘감독상 임권택’이라고 불리워지는 순간, 나도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고 싶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50년 가까이 한국영화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그만큼 임 감독의 칸 수상이 감격스러웠다는 이야기.

하지만 칸 감독상은 임 감독만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산수를 100호짜리 그림에 담아낸 듯한 화면”(황진미)을 “안정된 화면, 정갈한 색감”(이상수)으로 담아낸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펄펄 뛰는 생명을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취화선>이 “한국의 풍경을 더이상 한국이 아닌 것처럼 잡아내는 카메라의 신비”(변성찬)를 보여줬다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과찬이 아니다. 조선의 화가 장승업을 그린 작품답게 <취화선>은 영상만을 놓고 볼 때 그 자체가 진경산수화라 할 만하다. 이 모두가 현역 최고령 스탭이지만 항상 새로움을 고민하는 그의 열정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한국적인 영상’을 가질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이지 “한국 산수를 그렇게 보여줄 사람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김소희)이 틀림없다.

▶ 올해의 배우 설경구,영화속 4명의 설경구간의 가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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