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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의 익숙한 플롯,<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 Story

영화는 신혼여행지에서 돌아온 톰(애시튼 커처)과 새라(브리타니 머피)가 결별을 선언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야 라디오 교통방송 아나운서인 톰과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 새라 맥너니는 첫눈에 반해 서둘러 결혼한 사이다. 그러나 신혼여행에 관해 그들이 품었던 망상은 시작부터 하나둘씩 깨어져나가고, 급기야 계속되는 다툼 끝에 결별을 결심하기에 이른 것.

■ Review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최악의 허니문을 보내고 돌아온다. 그리고 결별을 선언한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때 관객이 궁금해할 만한 것은 딱 두 가지다. 그들은 왜 헤어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 다시 합치게 될까. 이 가운데 좀더 호기심을 북돋우는 것은? 당연히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예정조화’(?)적 요소인 후자쪽보다는 장르적 변주의 여지가 풍부한 전자쪽일 거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의 관심을 서둘러 후자의 물음으로부터 전자의 물음쪽으로 이동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인물들과 플롯은 워낙 닳고 닳은 것이라 되레 그 태연자약한 거침없는 진행에 놀랄 지경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야간 라디오 교통방송 아나운서와 외국어에 능통하고 예술품을 사랑하는 철없는 부잣집 따님과의 만남. 그들이 지닌 문화적 자산 및 취향 사이의 갈등이라고 하는 익숙한 요소가 영화에 양념처럼 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배어들어가지는 못한다.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날 밤에 생긴 일>의 인물들 사이에 존재하던 섹슈얼한 긴장감 따위는 이 ‘신세대’ 커플에겐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라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웃기는 건 카프라의 인물들을 가로막고 있던 ‘여리고 성벽’은 일찌감치 무너뜨린 그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고작 ‘너 그 사람과 잤어, 안 잤어?’ 식의 치졸한 물음밖에는 없다는 거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로맨틱코미디라기보다는 일종의 ‘관광영화’에 가깝다. 영화 속에서 스위스의 눈 덮인 산봉우리들과 곤돌라가 미끄러져가는 베니스의 풍광이 화면 가득 시원스레 펼쳐질 때는 제법 매력적인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풍경 가운데 놓여 모든 것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두 주인공의 존재가 심하게 거슬린다는 점만을 제외하고는. 그래서일까. 한 노부인이 자신의 차로 이들의 노란 차를 들이받아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뜨릴 때 느껴지는 감정은, 안타까움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통쾌함에 가까운 것이다.

커티스 핸슨의 <8마일>에도 출연한 브리타니 머피의 팬들이라면 혹 관심을 가질 법도 한 영화지만, 여기서 그녀가 애시튼 커처와 어울려 보여주는 연기는 그저 장난스러운 해프닝 이상의 것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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