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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시청

친애하는 Y는 요즘 전쟁이 날까봐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얼마 전 광화문에서 동시에 열렸던 반북 반핵시위와 반미평화 시위를 본 날부터 그랬다고 한다. Y는 광화문 하면 월드컵 때 환호성을 질렀던 게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나는 월드컵 초기의 광화문과 시청을 경기와 응원의 공간 즉, 스타디움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건물에 설치된 거대한 옥외 TV 모니터들은 스타디움의 전광판처럼 실시간으로 축구를 관중에게 중계했다. 사람들은 붉은 옷을 입고 태극기를 두르고 동일한 구호와 동일한 경적을 울리며 응원을 했다. 옥외 TV 모니터가 공공의 거리를 스타디움으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관중 즉 볼거리를 보는 대중은 승리에 고무되어 응원을 축제로까지 고양시켰다. 축제는 새벽까지 이어지곤 했으며 스타디움은 축제의 광장으로 질적으로 변화했다. 월드컵 뒤에 이 광장을 다시 메운 사람들은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하는 시민들이었다. 광장은 이제 정치적 시민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이 옥외 TV 모니터들은 축구 대신 그전처럼 뉴스나 광고를 내보내는 정도로 그쳤다.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으로 온 국민이 비통해했을 때 광화문에서 그 옥외 TV 모니터를 보면서 저 화면에 반전평화 메시지가 뜨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띄울 수도 있을 것이고 더 적극적으로는 촛불시위 장면 등을 편집해 캠페인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TV 모니터가 사유물일지라도 공공의 영역을 향해 있는 만큼 거기엔 시민의 몫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이지윤/ 비디오 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