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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촬영감독 겸 디지털 실장,문성철
2003-04-30

우리의 색과 선에 빠져보세요

한국의 색과 이야기를 담고자 설립된 애니메이션 창작집단 ‘마고21’은 TV물 <하얀마음 백구>에 이어 <오세암>으로 첫 극장판 애니에 도전장을 냈다. 설악산 골짜기 작은 암자에 전해 내려오던 부처가 된 다섯살 꼬마의 설화인 <오세암>은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의 창작소설. 1985년 초판된 이래 20년 가까이 재발행을 거치며 10만부 이상 읽힌 스테디셀러이자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된 명작동화이다. 이미 영화의 소재로도 쓰인 바 있는데, <학생부군신위> <물 위를 걷는 여자> 등을 만든 박철수 감독의 <오세암>이 그것이다. 만화영화로 제작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2년여, 원작을 크게 손보지 않은 바탕 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를 기다리는 다섯살 꼬마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넣었다. 2D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오세암>의 화면은 강원도의 설경과 산속 풍경을 따뜻하게 담아내며,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며 통통하고 작은 입매는 옆집 아이를 보는 듯 친근하다. 셀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 뒤, 색감을 입히고 동작을 주는 과정에서 디지털 방식을 도입한, 2D 디지털라이징 방식은 디지털 실장이자 촬영감독인 문성철(36)이 있어 가능했다.

‘감성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서정적인 화면 만들기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문씨는 그간 익혀놓은 디지털 작업 기술을 총동원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바로 외국계 기업에 입사해 OEM(주문제작방식, 쉽게 하청작업이라 한다)으로 미국 TV만화 시리즈를 그려내다가 창작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그는, 틈틈히 디지털 작업에 대한 이해를 구하다가 ‘마고21’팀에 합류했다. <하얀마음 백구>의 대박으로 우리의 것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마고팀은 창작에 대한 열의도 열의려니와 기획 부재, 시나리오 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래도 극장만화 제작은 위험한 도전이었다. 적극적인 홍보와 수상전력말고도, 잘 만들어졌다고 인정받는 <마리 이야기>가 가까스로 7만명을 동원한 이상, 국산 만화영화 제작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불나방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꼬박 5년을 함께해온 <하얀마음 백구>의 스탭들은 이번에도 지난한 과정에 기꺼이 동참했다. 시기도 무르익고 있었다. <마리 이야기>로 인해 분위기는 어느 정도 떴고, 무려 120억우너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개봉도 얼추 비슷하게 맞춰졌다. 문씨는 이번이 안 되면 다시 한국영화의 역사는 십년쯤 퇴보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다. 이 정도로 국산 애니가 활발하게 제작된 적은 없으며, 이번에도 관객에게 검증받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있단다. 눈을 편안하게 하는 우리의 색과 선에 빠져들어, 울고 웃는 동안 <오세암>의 매력을 반드시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5월1일 개봉일을 기다리는 그는, 초조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그 자신감의 원천을 확인하러 갈 차례다. 글 심지현·사진 조석환

프로필

1968년생·강남대 서양화과 88학번미국 TV시리즈 <파워 퍼프 걸> <네모 네모 스폰지송> <드래곤 테일즈> 등 제작국산 TV만화 <아장닷컴>으로 감독 데뷔애니메이션 창작회사 마고21에서 <오세암> 촬영감독 및 디지털 실장 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