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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2>의 켈리 후와 레베카 로메인

나쁜 여자가 아름답다

켈리 후가 연기한 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의 모습이 전면에 부각된 <엑스맨 2> 공식 홈페이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을 ‘불분명한 기준’으로 뽑아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로 유명한 <피플>에서, 드디어 한국인을 그 50인 중 하나로 선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 주인공은 이미 언론을 통해 자세히 보도된 것처럼 루시아, 마리아, 안젤라라는 이름을 가진 안트리오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10살이 조금 넘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음악수업을 받은 그녀들은, 1987년 이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아시아의 새로운 신동들’로 선정될 정도로 주목받아온 이들이다. 무엇보다 ‘관객이 즐거워하는 음악’을 신조로 가지고 있는 그녀들의 연주가, 클래식을 MTV적 감수성에 성공적으로 접합시킨 것이 그렇게 일찍부터 주목을 끈 이유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번에 선정된 50인 중에서 또 한명의 한국계가 있다. 바로 <ABC> 뉴스 앵커인 리즈 초(Liz Cho)가 그 주인공. 딱 봐서는 전혀 한국계로 보이지 않는 그녀는, 오스트리아계 헝가리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ABC>에서 미 동부시간으로 매일 새벽 2시에 방영되는 <World News Now>를 진행하고 있는 그녀에 대한 평가는, 한 팬사이트 주장에 따르면 ‘역사상 최고로 hot한 뉴스 앵커’다. 어찌됐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에 두명이나 한국계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과거에 공리나 바이링 같은 중국계 배우들이 선정됐을 때하고는 차원이 다른 쾌감을 주는 것이다.

이번에 개봉된 <엑스맨2>에는 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어 커버까지 장식한 할리 베리말고 두번이나 선정된 경력이 있는 또 한명의 여배우가 등장한다. 혹 진 그레이를 연기한 팜케 얀센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은 아니다. 1997년과 1999년 두번씩이나 <피플>에 미인으로 추앙받은 주인공은 바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할 수 있는 미스틱을 연기한 레베카 로메인이다. 전형적인 스웨덴계 미국인인 그녀는 파리에서 <엘르>의 표지모델로 데뷔한 이후, 감각적인 여성 내의 회사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수영복 모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델 출신의 배우다. <풀 하우스>라는 시트콤을 통해 스타가 된 존 스타모스라는 배우와 1998년 결혼해, 지금까지 잘살고 있는 할리우드의 잉꼬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콜피온 킹>에서 카산드라 역으로 출연한 켈리 후.

<엑스맨2> 시사회장에 나타난 켈리 후의 모습(사진왼쪽) 한국계 뉴스 앵커 리즈 초(사진 오른쪽)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팜므 파탈>에서 주연을 한 레베카 로메인의 모습.

모델 활동을 하면서 몇편의 TV시리즈와 영화에 출연했던 그녀가 본격적인 영화배우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1999년 출연한 <오스틴 파워2>였다. 그 영화 속에서 사진작가 오스틴 파워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던 모델 두명 중 한명이 바로 그녀였던 것. 이어 선택한 작품이 바로 <엑스맨>이었는데,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낼 기회는 없었지만 연기자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평가에 힘입어 존 맥티어넌 감독의 리메이크작 <롤러볼>에 이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문제작 <팜므 파탈>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열연하면서 확실한 배우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이번 <엑스맨2>에서 살짝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낸 것도 바로 그런 평가에 기반해 그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녀만큼이나 이번 <엑스맨2>에서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인 여배우가 있었으니, 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를 연기한 켈리 후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켈리 후는, 실제로는 영국계 하와이안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린 시절 모델 에이전트에게 우연히 발탁되어 일본에서 모델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1985년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미스 틴 USA에 선발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몇편의 TV시리즈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녀가 영화계로 진출한 것은 1989년 8편에 출연하면서다. 그뒤 <도어즈> <할리 데이비슨과 말보로 맨> <스트레인지 데이즈> 등에서 조연으로 활동하다가, 결정적으로 1998년 홍금보의 미국 진출작인 TV시리즈 <동양특급 로형사>(Martial Law)에서 홍금보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면서 한꺼번에 주목을 끌게 되었다.

그뒤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못하던 그녀는 지난해 개봉된 <스콜피온 킹>의 카산드라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자신의 동양적인 미모와 육감적인 몸매를 한껏 과시할 수 있었다는 면에서 <스콜피온 킹>을 하나의 계기로 삼은 그녀는, 여세를 몰아 <크레이들 2 그레이브>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게 된다. <엑스맨2>는 그렇게 B급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연기력을 다져온 그녀가, 본격적인 A급 영화계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비록 악역이었기에 별다른 감정연기를 선보일 기회는 없었지만, 관객에게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 실제로 영화의 공식 포스터에도 그녀는 상당히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여하튼 전편이 가지고 있던 돌연변이들의 고뇌가 액션에 파묻힌 점을 심히 아쉬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 시각을 바꾸어 이런 미녀 배우들이 맛깔나는 악역 연기에 집중해 감상하는 것도 <엑스맨2>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엑스맨2> 공식 홈페이지 : http://www.x2-movie.com

켈리 후 공식 홈페이지 : http://www.kellyhu.com

레베카 로메인 팬페이지 : http://www.rebecca-fanpage.com

리즈 초 팬페이지 : http://home.earthlink.net/~cho-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