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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울 게 없는 삼류코믹스, <삼류만화패밀리> www.excf.com

삼류만화패밀리(약칭 ‘3cf’라고 불렸던)라는 곳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살인마 보노보노, 마약 중독자 쿠, 사악한 수학정석교 교주 등 악성 패러디 만화들이 활개를 치는 곳이었다. 삼류라는 말답게 연습장 노트 위에 검정색 펜만으로 이리저리 휘갈겨 그린 조악한 만화들이 대부분이지만, 남다른 삐딱함으로 우리 삶의 악랄한 모습에 거침없이 침뱉기를 주저하지 않고 패밀리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그때 삼류만화패밀리의 ‘작가’들은 대개 10대들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만화, 애니메이션, 팬시 캐릭터 등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보충수업이나 야자 같은 학교 이야기나 영화, 소설의 패러디가 주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표현들도 과격해서, 대개는 등장인물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예컨대 수학정석교의 교주는 다른 참고서를 읽다 들킨 배교자를 ‘인수분해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충실한 교도들은 배교자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는 식의 고어물이 난무한다. 그러나 소박하고 거친 선들과 빨간색 볼펜으로 피범벅을 연출한 이 만화를 보고 끔찍하게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 막무가내의 감수성에 이마를 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과거 삼류만화패밀리에서는 최고 인기작가는 보노보노를 주로 그린 ‘보노’였는데, 어느 날 홀연히 그와 그의 작품은 사라져버리고 삼류만화패밀리 홈페이지도 인기를 잃기 시작한 지가 몇해 된 것 같다. 보노를 제외한 삼류만화패밀리들은 새 주소 www.excf.com에 다시 둥지를 틀고 작품을 전시해놓고 있다. 펜 하나로 그린 작품을 노트째 스캔해서 올리는 원칙은 여전하다. 네티즌의 입소문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신인 프로작가와는 확실히 다른 감각이다. 이 패밀리들은 아쉬울 게 없다.

김성환/ 인터뷰 전문웹진 퍼슨웹 편집장

〈삼류만화패밀리〉바로 가기 : http://www.excf.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