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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레즈비언 드라마 <L워드>

진짜 레즈의 세상이 펼쳐진다

캐치온 플러스 <L워드> 수·목 밤 10시(1월12일 첫 방영)

오는 1월12일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드라마, <L워드>(14부작)가 국내 최초로 전파를 탄다. TV시리즈로는 드물게 1년여를 공들여 제작한 이 드라마는 레즈비언 커플 벳(제니퍼 빌스)과 티나(로렐 홀로먼)를 중심으로, 이성애자 제니(미아 커시너)와 제니를 좋아하는 마리나(카리나 롬바드), 유명세 때문에 커밍아웃을 못하는 테니스 선수 데나(에린 대니얼스), 양성애자 앨리스(레이샤 헤일리) 등이 겪게 되는 삶- 사랑과 이별, 순탄치 않은 가족사 등- 에 대한 스케치다.

<L워드> 제작진은 실제 레즈비언들로부터 ‘사실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일반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지점을 찾아내라는 초기의 과제를 레즈비언이 결코 ‘우리’와 다른 ‘그들’이 아님을 역설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새로 발견한 욕망(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 앞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동성애 부모가 아이와 가정을 꾸리는 어려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양성애자의 딜레마 등을 전혀 특별하지 않게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그리면서. 이는 프로듀서(아이린 샤이켄과 영화 의 로즈 트로셰)와 주연배우(레이샤 헤일리)를 진짜 레즈비언이 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제니퍼 빌스와 에린 대니얼스, 로렐 홀로먼, 팸 그리어는 이성애자, 미아 커시너와 카리나 롬바드는 양성애자로 알려졌다. 중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쉐인으로 분한 케이트 모이닉은 레즈비언으로 보도됐지만, 그 스스로 밝힌 적은 없다).

<L워드>의 가장 큰 의의는 ‘두 사람이 죽자 살자 사랑해서 행복했네, 혹은 슬펐네’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닥치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 앞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선다는 결말을 도출해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칫 외로울지도 모를 그 각자의 길에는 소중한 친구들이 항상 함께할 것이라는 용기를 준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는 혼자가 될 때 혹은 코너에 몰릴 때가 언제든 닥치는 법이니, <L워드>가 시사하는 용기는 기대 이상의 안도감을 준다.

<L워드>는 이런 결말과는 상관없이 ‘레즈비언’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와 화려한(혹은 섹시한) 영상 때문에 미국에서도 방송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제작 초기 다음 시즌 제작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쇼타임은 시즌1의 첫 에피소드가 방영된 직후 두 번째 시즌 제작을 결심했다(시즌2는 쇼타임을 통해 오는 2월 방송된다). <L워드>를 본 미국 시청자들은 그동안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소외시켰던 ‘레즈비언의 삶’에 대해 진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레즈비언에 대한 시선이 많은 부분 바뀐 것은 당연지사. “우리는 그동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레즈비언들의 모습을 대신해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레즈비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조금이라도 변했으면 좋겠다”는 출연배우들의 바람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L워드>는 미국 여성 커뮤니티 ‘애프터 앨렌’(www.afterellen.com)으로부터 ‘2004 최고의 TV시리즈’로 선정되기도 했다. <피플>은 ‘2004년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제니퍼 빌스를 꼽았다(<L워드> 열풍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인터넷을 통해 먼저 본 마니아들은 <L워드>가 홈CGV의 보다 ‘훌륭하다’는 평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홈CGV를 통해 지난해 4월 최초로 동성애자(주로 게이인)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가 방송됐다. 는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 1위라는 큰 인기를 얻었다. 하나 이것만을 두고 <L워드>가 무리없이 시청자들에게 찾아갈 수 있다는 장밋빛 예측을 내놓긴 힘들다. 아직도 지상파 드라마들은 동성애자를 ‘우리와 다른 그들’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트콤 에서 권오중과 이창훈, 드라마 에서 장금과 연생의 관계에서 ‘동성애’ 코드가 보이는 듯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확실한 ‘물증’을 찾기에 갈 길은 멀다. 이는 국내 최초로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씨의 경우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커밍아웃 이후 브라운관 밖으로 밀려났던 그가 지난해 에서 동성애자 역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많은 이들은 우리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점쳤었다. 하지만 지난 1월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속의 다소 호들갑스러운데다 나약하며 여성스러운 배역 찰리는 오히려 후퇴한 느낌을 갖게 한다. 누구도 의도하진 않았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속 홍석천에게는 캐릭터 자체보다 ‘게이’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꽃미남들의 ‘쭉빵’ 몸매와 수위를 넘나드는 섹스신에 있었다는 점도 <L워드>가 넘어야 할 힘겨운 산이다. 주시청층인 여성들에게 ‘꽃미남’은 또 그들의 ‘새끈한’ 몸매를 감상하는 일은 그들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게 해줄 만큼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과 같은 성별의 여성들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두고도 ‘꽃미남’들에게 보였던 만큼의 신비감과 관대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L워드>를 국내에 들여온 캐치온 플러스의 이충효 매니저는 “남자 동성애가 좀더 일반적이긴 하잖아요. 그럼 면에서 <L워드>는 조금 낯설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는 나 등에 시청자들이 보여준 성원을 감안해보면 <L워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L워드>의 캐릭터 열전

헷갈리지 말자, 주요 등장인물!

벳(제니퍼 빌스) 캘리포니아 미술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정렬적인 커리어우먼이다. 티나와 7년째 사귀고 있다. 제대로 된 가족을 만들고 싶어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커플에게 쉽게 정자를 기증하는 트인 남성을 아직 찾지 못했다.

티나(로렐 홀로먼) 벳의 연인. 임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아이를 갖겠다는 일념에 잘 다니던 영화사도 그만뒀다. 일보다 가정이 소중하다고 믿고 있는 인물.

제니(미아 커시너) 남자친구 팀과 함께 살기 위해 LA로 온 소설가. 이웃의 동성애자 티나와 벳을 만나며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매혹적인 마리나의 적극적인 대시 때문에 자신의 성정체성과 팀과의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

팀(에릭 마비우스) 제니의 애인. 대학에서 수영코치를 하고 있다. 제니가 마리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자 괴로워한다.

마리나(카리나 롬바드) 커피숍 ‘플레넷’의 주인. 제니에게 관심이 있다. 제니는 이성애자라는 친구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제니를 계속해 유혹한다.

킷(팸 그리어) 이성애자. 음악가다. 벳과 복잡한 과거를 공유한 이복자매. 현재 알코올중독과 싸우고 있다.

데나(에린 대니얼스) 유명한 프로 테니스 선수. 커밍아웃을 하면 팬들로부터 외면받을까 두려워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려 노력한다.

쉐인(케이트 모이닉) 헤어드레서. 보이시한 매력이 돋보이는 바람둥이다. ‘사랑’엔 결코 빠지지 않는다는 그녀는 늘 다른 여자를 만나 즐긴다.

앨리스(레이샤 헤일리) 양성애자 저널리스트. 자신이 ‘남자를 만날 때와 여자를 만날 때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성애자로 살아가는 것 역시 그리 평탄한 삶은 아님을 보여주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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