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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잔인성은 타고난 것인가, <휴머니티>
조성효 2005-01-28

브루노 뒤몽의 데뷔작 <예수의 생애>에는 예수를 닮은 어떤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빈둥거리는 룸펜들과 살인사건이 있을 뿐이다. 이 역설적 제목에서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것이 인간이라면 인간의 잔인성 또한 신성의 일부분이라고 감독은 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원제인 <위마니테>로 많이 알려진 뒤몽의 두 번째 영화는 잔혹한 인간성에 대한 두 번째 보고서다. <트웬티나인 팜스>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만 <휴머니티>에서도 소프트코어에 가까운 노출신에도 불구하고 건조한 섹스는 삶보다는 죽음의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 콩코드와 테제베가 관통하는 세상에서 감독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하층민들(일하지 않는 청년, 부랑자 같은 경찰 그리고 사진을 찍지 않는 사진사)과 그들이 저지르는 살인을 통하여 인간의 태생적 잔인함을 보여준다.

뒤몽의 영화들은 대개 전폭적으로 지지받거나 알맹이 없는 현학주의라 폄하되는 양극단의 반응으로 나뉘어왔다. 중간은 없다. 이러한 극단적 반응이 가장 두드러졌던 <휴머니티>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남녀 주연상을 거머쥐며 브루노 뒤몽을 세계적 감독의 대열에 등극시킨 작품이다. 무삭제로 발매된 국내판 DVD의 부록에는 16분 분량의 감독 인터뷰가 담겼다. 영화 데뷔 이전에 기업들의 홍보영상을 만들며 기계에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알았다는 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영화가 왜 메마른 동시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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