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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 내가 포털을 보는 이유

네이버 메인 화면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메일 확인이고, 다음은 뉴스를 보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따로 신문을 보지 않는다. 따로 일간지 사이트를 찾는 일도 거의 없다. 주변에 신문이 있으면 보게 되지만, 굳이 찾는 일은 없다. 그러고보니, 과거에 굳이 신문을 찾았던 이유는, 단지 신문밖에 볼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요즘 포털은 다양한 비난을 받고 있다. 거대 공룡기업이 되어버린 포털에 건설적인 비판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의 공격은 주로 ‘미디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간지나 잡지의 콘텐츠를 제공받고 재량껏 편집을 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직접 뉴스를 만들어내고 의제를 형성하는 ‘미디어’ 역할까지 하려 한다는 것이다. 포털은 미디어가 되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철저하게 클릭 수에 의해 중요도가 결정되는 것도 문제이고, 기존 언론 매체와 달리 뉴스의 생산과정이 전문화,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한다. 기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도 희박하고.

대충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의 포털은 사회적 책임이라든가 의제 설정 같은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포털 심지어 인터넷 매체 전반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나서는 쪽이 대체로 기존 언론 매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간지. 인터넷 매체와는 달리, 일간지의 포털 비판은 약간 사리사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많은 신문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거대한 언론권력이 해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분히 자기생존을 위한 합리화로 보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모든 뉴스를 계량화하고, 선정주의적인 편집으로 대중을 오도한다는 비판은 어떤가. 사실 기존의 신문과 방송이 그런 비판을 ‘감히’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업주의적인 판단으로 기사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기존 매체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했다.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허위나 과장된 사실을 버젓이 1면 헤드라인으로 올리는 짓을 했던 게 한국의 유력 언론사들이었다. 이데올로기가 배제되고, 차라리 상업주의만으로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게 낫다는 망상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람들이 신문을 안 보게 된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포털보다 나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간지가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해도, 제대로 된 심층 보도와 르포는 찾아보기 힘든 게 한국 언론이다. 뉴스를 보는 것은,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세상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의 대부분의 매체는 조각난 뉴스와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주장만을 되풀이한다. 뭔가 사건이 터져도 관할부서나 경찰 등에서 발표한 자료만 발표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문마다 똑같은 정보를 보느니, 허접하다고 말하는 연예 기사나 보고 있는 게 낫다.

게다가 언론사는 한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조직의 하나다. 전문 기자를 키우거나 스카우트하기보다는, 공채로 들어온 기자들을 조직의 충실한 일꾼으로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기사를 써서 인정받는 것보다는 남들 하는 만큼만 대충 하면서 승진하는 게 목표인 기자들이다보니 신문사는 자연스럽게 가장 경쟁력이 없는 조직이 되었다. 한국의 기자는 실력이 아니라, 친분과 충성도 그리고 끈기만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무가지에 밀리고, 포털에도 밀린다.

그래서 기존 일간지와 포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문제는 많지만 포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기존의 언론권력에 새로운 돌파구 하나가 생기는 것이니까. 기존 정치권력에 386이 들어가 똑같은 ‘지배집단’이 되는 결과처럼 될 가능성이 더 많지만, 그래도 그게 낫다. 또 썩어도, 일단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