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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생한 인간 군상은 다 어디로 갔나? <서동요>

<서동요>가 <대장금>보다 재미없는 이유

실망이다. <대장금> 작가와 연출자가 다시 만났다. 기대 컸다. 예쁜 여자가 얼굴 하나로 재벌 2세와 엮일 리도 없을 테고, 알고 보니 재벌 2세였다. 우연히 횡재했다. 인간 로또복권 당첨이다. 이런 일도 없을 줄 알았다. 서동이 결국 남자 <대장금> 아냐? 또 봐도 재밌겠다. 내심 기대했다. <대장금>에서 구경한 온갖 인간들의 파노라마여 다시 한번! 미안하다.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서동요>는 한마디로 동네 야채장수 총각의 대통령 딸 획득기다. 방법은 기발하다. 노래다. 선화공주가 정분났다. 밤마다 담 탄다. 스캔들을 쫘악 낸다. 망신살 뻗친 아빠는 노발대발, 구겨진 체면 때문에 딸내미를 쫓아낸다. 옳다구나. 이때 서동이 나타나 공주를 아내로 삼는다. 이 신화가 드라마가 되면 이렇게 진보한다. 적국의 공주와 결혼하려는, ‘시다바리’ 인간의 성공 분투기. 하지만 알고 보면 왕자다. 결국 숙제는 이거다. 그는 어떻게 공주를 구하고, 자신이 왕자임을 증명할 것인가? 스토리만으론 흥미진진 드라마틱하다. <대장금> 못지않다. 그런데 정작 나타난 음식은 씹히질 않는다. 씹혀도 썰컹썰컹하다. 감칠맛이 없다. 왜냐? 사건만 있고 사람이 없다.

일단 <서동요>를 보면 숨차다. 장이는 숨도 안 쉰다. 잠도 안 잔다. 오늘은 이걸 발명하고 내일은 저걸 발명한다(좋겠다. 머리 좋아서). 발명하고 일 나고, 해결하고 또 일 난다. 인간들의 파노라마가 아니라 ‘사건과 실화’의 파노라마다. 보는 사람도 숨찬다. 사건은 숨가쁘게 일어난다. 그런데 정작 그 안에서 숨을 몰아쉬는 사람은 어디로 갔나? 숨소리가 안 들린다.

<대장금>에도 사건은 많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사람이 있었다. 정 상궁은? 곰삭힌 지혜가 귀여웠다. 한 상궁은 우직하고 얄미운 엄마 같았다. 최 상궁은? 자만과 질투가 만든 요즘 여자 같아 밉고도 안쓰러웠다. 모든 인물이 색깔이 있었다. 사람 같았다. 가슴을 아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있었다. 하지만 <서동요>엔 그게 없다. 안 보인다. 서동은 발명 대마왕 에디슨 같고, 선화 공주는 바비인형 같다. 주인공은 고생하는데 안타깝지가 않다. 조연들은 말해 무엇하랴? <대장금>에선 톡톡한 감초였던 임현식도 <서동요>에선 어설픈 개그맨이다. 악당들은 그냥 악당이고, 선생님은 그냥 선생님이다. 캐릭터는 까칠하고, 이야기도 까칠하다. 연기는 더 까칠하다. 남는 건 아쉬움이요, 피어오르는 건 궁금증이다. <대장금>의 오동통하고 생생하던 그 인간 군상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작가와 PD가 외주제작사로 오는 사이, 대거 탈출해 따로 ‘대량 학살극’이라도 찍은 건가?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이벤트만 남았다. <대장금>이 ‘인간극장’이었다면, <서동요>는 ‘사건과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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