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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크리스마스 화합’ 프로젝트,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권민성 2005-12-06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일까? 많은 영화에서 그것은 이웃과 ‘공식적으로’ 화해하기 위한 날로 쓰인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자신보다 이웃을 생각할 것. 소외된 사람이나 자기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지 않을 것. 이런 것들이 일반적인 크리스마스의 의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의 주제는 화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화합이 단순히 ‘크리스마스’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회합’으로만 읽힌다는 점이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치르던 루더(팀 앨런)와 노라(제이미 리 커티스) 부부는 올해만큼은 특별하게 보내려 한다. 지난해 예산의 절반으로 카리브해 크루즈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겠다고 결심한 부부. 그들은 매년 해온 기부를 거부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조차 하지 않는다. 헴록 스트리트의 사람들은 곧 부부를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그린치’와 같은 괴물로 인식해버린다. 부부의 불참으로 인해 지역 신문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에서 이길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부부에게 ‘눈사람을 석방하라!’는 이상한 구호를 외치면서 크리스마스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집단 약물이라도 섭취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끈덕지고 집요한 방법으로 말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페루로 떠났던 딸이 약혼자와 함께 갑자기 귀가하면서부터다. 부부는 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크리스마스를 건너뛰려던 본래의 계획을 수정한다. 부부와 이웃은 언제 갈등했냐는 듯 합심해 크리스마스를 급조하기에 이른다. 딸이 좋아하는 히커리 허니햄과 크리스마스트리 공수에 나선 부부는 늦게나마 이웃의 사랑을 알게 되고, (예상대로) 여행을 깨끗이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건너뛰다니 내가 어리석었어”라던 루더의 ‘스크루지식 회개’는 기계적인 결말로 보일 뿐이다. 또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즐기려던 부부의 이기주의(?)가 문제라면, 크리스마스를 집단 이기주의 형태로 수용하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왜 용서가 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 화합을 위한 크리스마스가 소외와 배척을 통해 이루어지다니, 아이로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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