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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버린 안타까운 사랑, <로망스>
김나형 2006-03-16

윤희(김지수)는 남편의 과도한 집착 때문에 삶 자체가 고통스럽다. 자살을 결심한 생의 막다른 길에서 윤희는 형준(조재현)의 도움을 받는다. ‘세상에는 살아 있는 것도 버거운 사람이 있구나’, ‘세상엔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아껴줄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는 두 사람.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둘은 다시 만나지만, 윤희는 감옥 같은 결혼생활에서 도망칠 수가 없고, 형준은 그런 그녀를 잡지 못한다. 으아, 안타까운 이별. 그렇다고 여기가 끝일 리는 없다. 운명은 두 사람을 다시 마주 앉히고, 윤희와 형준은 서로 없이는 삶이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극 초반에 문제아가 계셨음을 잊진 않으셨겠지? 질투에 사로잡힌 윤희의 남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다가오는 위협과 마주한 형준, 윤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이 커플의 카리스마

멜로 드라마는 이리 적으나 저기 적으나 일단 요약해놓으면 진부해 보인다. 관건은 이 진부한 틀 속에 어떤 상황과 대사를 담아내는가, 그리고 배우들이 그 속에서 얼마나 감정을 잘 드러내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재현과 김지수는 기대하게 만드는 조합이다. 두 사람 다 10년 넘게 연기경력을 쌓아온 노련한 배우라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애절한 감정연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윤희, 형준의 캐릭터도 둘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눈사람>의 한필승을 기억하는 이라면 말 없는 강직함 뒤에 지고지순한 사랑을 품은 남자 형준과 조재현을 오버랩시키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김지수도 마찬가지. 그녀는 위태로운 상처를 조용한 일상 속에 갈무리해둔 ‘여자, 정혜’였단 말이지.

영화 카메라도 수동이 있다고요?

문승욱 감독은 <로망스> 촬영에 수동 카메라를 이용했다. 수동 카메라란 필름 릴을 손으로 돌려가며 촬영하는 옛날 카메라다. <킹콩>을 보았다면, 덴햄(잭 블랙)이 손잡이를 뱅뱅 돌려가며 영화를 찍던 장면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수동 카메라는 필름 감는 속도가 일정한 기계식 카메라와는 달리, 촬영하는 사람이 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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