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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제프리 초서(1340∼1400)
2001-08-21

바람잡이? 실은 진중한 중세의 대문호

<기사 윌리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자 지적인 대사를 독차지하는 캐릭터는 폴 베타니가 연기한 유랑작가 제프리 초서. 초서가 남긴 중세유럽 이야기 문학의 기념비 <캔터베리 이야기>(1393∼1400)의 한 에피소드에 느슨하게 기초해 <기사 윌리엄>의 각본을 쓴 브라이언 헬겔런드 감독은 불경하게도 대문호를 윌리엄의 ‘바람잡이’로 캐스팅해 “내가 주의를 끌어놓았으니 나가서 관중의 마음을 뺏어봐!” 같은 대사를 하게 한다.

런던 포도주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초서는 왕실에 봉사하는 청년집단에 들어가 에드워드 3세부터 헨리 4세까지 세 국왕의 신임을 받은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사 윌리엄>의 왕자 에드워드는 에드워드 3세의 아들이자 헨리 4세의 아버지. 영화에서처럼 마상시합의 안내 역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군인, 궁정대신, 외교관, 산림관, 공사감독 등을 두루 거친 초서의 이력은 그에게 인간본성에 대한 살아 있는 이해를 선물했고 이후 창작의 밑거름이 됐다. 백년전쟁 중, 1359년에 프랑스 루앙전투에서 체포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프랑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도 유창하게 구사했던 초서는 직접체험뿐 아니라 당대의 중요한 서적에도 정통했고 점성술과 과학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고 전해진다. 페스트로 사망한 후원자를 애도하기 위해 쓴 초기작 <공작부인의 책>(1370)은 프랑스문학의 영향이 보이는 작품. 미완성작인 <명예의 전당>(1372∼80)은 자전적 요소를 담은 저작으로 불린다. 성 밸런타인 축제를 위해 쓴 시 <새들의 의회>(1380∼86)부터는 관심의 초점이 현실로 고정됐으며 같은 시기에 쓴 <선한 여인의 전설> <트로일루스와 크레시다>는 사랑의 영원성을 다룬 작품들이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토머스 베킷 사원을 향하는 30명의 순례자의 이야기시합 형식으로 연애담, 우화, 설교, 성인전 등의 장르를 아우른 최후의 대작이다. 독창적 유머, 아이러니, 철학적 성찰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본성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서 셰익스피어의 선구가 됐다.

▶ 기사 윌리엄

▶ 실존인물 제프리 초서(1340∼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