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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중국 서글프게 응시 <크레이지 스톤>
김현정 2006-10-19

크레이지 스톤 Crazy Stone 감독 닝 하오/홍콩, 중국/2006/105분/폐막작

폐업 위기에 처한 수공예 공장을 구하기 위해 골동품 전시회가 열린다. 공장주는 전시품 중에서 가장 값비싼 비취 장신구가 걱정되어 전직 경찰인 바오에게 경비를 부탁한다. 그 무렵 빈집털이 등을 일삼던 다오 패거리는 공항에서 소매치기한 가방을 뒤지다가 비취를 훔치기 위한 장비와 계획서 등을 발견하고 직접 공장을 털기로 결심한다. 가방의 주인과 다오가 비취를 훔치러 공장을 들락거리는 사이, 바람둥이인 공장주의 아들 샤오멩은 진짜 비취를 가짜와 바꿔치기해서 애인에게 선물하는데, 그녀는 다오의 여자친구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진짜 비취와 그것을 모방해 기념품으로 만든 가짜 비취는 수많은 손을 거치며 진열장 안을 들락거린다.

중국에서 놀라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크레이지 스톤>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처럼 인물과 사건이 세밀한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영화다. 속도가 빠르고, 민첩하고, 기교가 많다. 샤오멩이 케이블카에서 떨어뜨린 코카콜라 깡통으로 인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순식간에 한번씩 얼굴을 맞대게 되는 코믹한 첫장면은 외부에서 중국영화를 바라볼때 전제하곤 하는 근엄한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크레이지 스톤>은 자신이 참조하거나 패러디한 할리우드 영화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시원하게 달려나가지만은 못한다. 한때 의리와 인정이 통했지만, 지금은 부동산과 현금이 지배하는 대륙. 그곳에서 아름다운 비취는 진품 자체가 지닌 값어치보다는 그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에 따라 가치를 평가받으며 의미없는 돌덩이로 전락해간다. 결국 거의 모든 이가 빈손으로 남는 <크레이지 스톤>은 ‘미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소동극을 통해, 난장판이 된 현대의 중국을 서글프게 응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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